박태환도 3시간반 걸릴 거리를... 47세가 헤엄쳐 월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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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24. 오후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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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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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 참석해 경례를 받고 있다. /뉴시스


연평도 해역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공무원 A(47)씨가 월북(越北)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정부 입장에 의문이 제기된다.

24일 군과 해경에 따르면, 어업지도공무원 A씨는 지난 21일 당직근무를 섰지만, 점심시간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자 승조원들이 이를 신고했다. CCTV 분석과 선내 수색 결과 어업지도선 선미 우측에 실종자의 것으로 보이는 신발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A씨가 자살 시도를 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군은 당시 A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부유물을 탄 점으로 미루어 월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분석을 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월북 분석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가 실종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북한 옹진읍 해안가까지의 거리는 21.5㎞. 서울시청에서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청북부청사까지의 직선거리이고, 수영선수 박태환이 2008년 올림픽에서 400m 금메달을 딸 당시 기록(3분41초86)의 속도를 바다에서 계속 유지하면서 수영해도 3시간20분이 걸리는 거리다. 게다가 당시 수온은 약 22도로 장시간 물에서 머물 경우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있었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에 스스로 뛰어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A씨 유가족은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월북을 시도할 만큼 이유나 동기도 전혀 없다”고 했다. A씨가 일하는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의 한 직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어떠한 추측도 할 수 없다”면서도 “평범한 40대 가장이었다”고 했다. 서해어업관리단 소속의 또 다른 직원은 “현재 이 건과 관련해서 어떠한 얘기도 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보도도 나왔다. 연합뉴스는 이날 서해어업단 한 직원을 인용, A씨가 4개월 전에 이혼했으며 동료 직원 다수로부터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동료 직원들에게 수백만원씩을 빌려 이 돈만도 2천만원이 넘으며, 일부는 돈을 돌려받기 위해 법원에 급여 가압류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법원으로부터 급여 가압류 통보를 전달받아 A씨가 심적 부담을 겪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이날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꽃게잡이 철이 한창이어서 보통 어업지도선을 배치해 불법어업 단속을 취해왔다”면서 “무궁화호 10호 해양승선직 1항사 역할을 맡고 있는 직원은 보통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야간당직을 서고 오전 중에 잠을 잔 뒤 점심 후 정오부터 당직을 서게 되어 있는데, 식사를 하러 오지 않아서 사람을 보내서 찾아봤다”고 전했다.

이어 문 장관은 “찾아보니까 없어서 바로 선내 수색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실종을 확인하고 바로 본선에서 해경청에 수색 및 구조요청을 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했다. 사건 발생 시간은 지난 21일 낮 12시경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해경은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A씨가 탑승한 어업지도선(무궁화10호, 499톤) 조사에 착수했다. 선박을 항구에 정박시켜 육지에서 조사하는 대신 선상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경은 A씨의 개인 소지품을 확보하고, 선내 CCTV는 물론, 통신 등 A씨의 행적과 관련된 사항을 조사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여러 출처를 종합해 관련 정밀 분석을 한 결과 실종 다음날인 22일 오후 3시30분쯤 북한 수산 사업소 소속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한명 정도 탈 수 있는 부유물에 탑승한 기진 맥진한 상태의 실종자를 최초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며 “이때부터 북한 선박이 실종자와 일정 거리를 이격한 상태에서 방독면을 착용한 뒤 표류 경위와 월북 관련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군 선박은 이후 상부의 지시로 A씨에게 사격을 한 뒤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연평도 장비로 이날 오후 9시11분쯤 시신을 불태우는 것을 관측했다”고 했다.

[장상진 기자 jhin@chosun.com] [안중현 기자 jhah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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