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무슨...돈 벌려고 다니는 거죠" 직업 만족도 낮은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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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29. 오전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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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59.1% '장래희망과 전혀 관련없는 직업 취업'
10명 중 9명 "현재 하는 일 만족 못해"
전문가 "구직시 깊은 성찰 없어 발생하는 현상"
장래희망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대부분은 직업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27) 씨는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에 성공했다. 그러나 희망하던 직군이 아닌 탓에 일하는 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원래는 마케터를 꿈꿔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른 회사에 취직하게 됐다. 다닌 지 몇 달 안 됐지만 이게 내 길이 맞는지 모르겠다"라면서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할지 고민된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그런데 요즘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아 당분간은 참고 다녀야 할 것 같다"며 "원하는 직업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직무와 관계가 없는 일을 하면서 직업 만족도가 낮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바라던 곳이 아니다 보니, 업무에 대한 만족감이나 성취감도 낮았다. 특히 이들은 평소 자기 일에 보람을 느끼지 못해 이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벼룩시장 구인구직이 직장인 1,9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현재 직업이 학창시절 장래희망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답했으며, 현재 하는 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답한 직장인은 10명 중 1명뿐이었다. 대부분 직장인의 경우 본인의 직업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직장인 절반 이상은 장래희망과 전혀 관련이 없는 직업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따르면 장래희망과 '정확히 일치하는 직업'으로 취업한 직장인은 8%에 불과했다. 또한,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직업'으로 취업한 직장인은 32.9%, '전혀 관련이 없는 직업'으로 취업한 직장인은 59.1%에 육박했다.

현재 하는 일이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도 다양했다. 이에 따르면 '발전이 없는 느낌이어서'(35.3%)가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업무에 비해 연봉이 낮아서'(24.8%), '적성에 맞지 않아서'(14.4%), '목표로 했던 직업이 아니라서'(12.6%) 등이 뒤를 이었다.

직업 만족도가 낮은 직장인이 늘면서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자신의 직업에 대한 성취감이 없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상당수는 이직도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업체 퍼솔켈리 컨설팅이 최근 실시한 '아시아태평양 노동시장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은 평균 2.5차례 이직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서울연구원 시민경제연구실이 한국고용정보원 청년패널조사(2009~2017년, 15~34세 6312명 대상)를 활용해 서울 청년 이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취업경험자 5348명 중 이직경험이 있는 경우는 52.2%(2807명)에 달했다.

특히 이직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1회 이직한 경우가 절반 이상인 52.3%(1467명)였으며, 2회 이직자는 25.7%(721명), 3회 이상 이직자는 22.0%(619명)였다.

이직 사유를 밝힌 응답자 중 자발적 이직자 865명에게 이직한 이유를 물은 결과 △'근무조건 또는 작업환경이 나빠서' 21.4%(212명) △'적성 불일치' 15.8% △'보수·승진 불만' 13.2% △'직장·직무에 전망이 없어서'가 13.2%로 조사되기도 했다.

종합하면 직장인들이 이직하는 이유는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와 낮은 연봉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본인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이직이 여러 수단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4년 차 직장인 김모(31) 씨는 "요즘 누가 꿈 따라 직업을 선택하겠나. 먹고 살기 바빠 취직이 되는 대로 직장에 다니는 것 아닌가?"라면서 "나와 맞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곳이 의외로 괜찮을 수도 있다. 정 못 참겠다 싶으면 다른 직장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잦은 이직은 오히려 임금이나 처우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선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이직횟수가 3회 이상이 되면 첫 직장을 유지하는 것보다 임금수준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2회 이직 시 직전 직장보다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지만, 이직이 빈번해지면 인적자본 가치가 소모돼 더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한 재취업이 어렵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연구에 참여한 김진하 부연구위원 등은 "이직이 자신의 경제적 수준 향상과 자아실현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잦은 이직은 경제적·사회적 하향이동으로 이어지는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혹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직장(job)과 일(work)은 엄연히 다르다. 전자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하는 행위이며, 그 안에서 중요한 가치를 찾거나 하지 않는다. 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의미가 있는 것을 뜻한다"라며 "이 둘 사이에서 차이가 발생해 직장을 들어간 순간부터 후회를 하고 이직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의미가 있고 가치 있는 것보다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 수밖에 없으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라며 "직업 만족도가 낮은 직장인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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