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추비 내역 공개' 요구하자…"소주나 하자"는 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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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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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풀뿌리' 썩는 지방의회…의원 입으로 들어간 '세금'③
지방의회·지자체 업무추진비…대부분 구체적 내용 없어

[앵커]

이럴수록 중요한 게 시민들의 감시입니다. 그런데 시민단체가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하자 해당 구청은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을 했습니다. 단체 대표에게 '술이나 한잔하자'며 연락을 해왔고 단체에 후원금을 내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전다빈 기자입니다.

[기자]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지난 7월 한 시민단체 대표에게 식사를 제안해 만난 자리에서 1인당 4만 원짜리 메뉴를 먹자고 했습니다.

[유동균/마포구청장 (지난 7월 17일, 시민단체 대표와 대화) : 이건 너무 싸서, 이거 정도로 가죠. (1인당 제한금액 있잖아요, 4만원?) 3만원. (3만원 넘어가잖아요. 넘어가면 어떻게 처리하세요?) 넘어가면 처리하는 방법이 있는데…사람 사는 게 다 그렇죠.]

식사 자리에 초대된 단체는 구청장의 업무추진비 세부내역 공개를 요구한 곳이고 이날은 그 내역을 공개하기로 약속된 날이었습니다.

유 구청장은 시민단체 대표에게 수차례 술 약속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유동균/마포구청장 (지난 7월 17일, 시민단체 대표와 대화) : 가끔 저하고 소주 한잔씩 하시죠, 저녁에.]

마포구청은 아직도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 동시에 구청장 업무추진비 세부내역 공개를 요청받은 서대문구와 은평구는 곧바로 공개했지만, 마포구만 석 달 넘게 꿈쩍 않고 있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 이후 500건 정도인데, 정리할 시간이 없으니 보고 싶으면 소송을 하라는 겁니다.

[마포구청 총무팀 직원 : 너무 많은 정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결정(비공개)한 거였죠. (보고 싶다면) 행정심판 청구할 수도 있고…]

이 시민단체는 한일용 마포구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의 불법 옥외영업 민원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담당자인 마포구청 위생과장에게 저녁을 먹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저녁 자리에선 3차례에 걸쳐 후원금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마포구청 위생과장 (지난 9월 9일, 시민단체 대표와 대화) : 대표님 계신 단체에 만약에 기부하려면 계좌가 있어야죠. (저희 안 받아요.)]

[최동길/시민단체 주민참여 대표 : 제안이랑 청탁, 더 광범위하게 말씀드리면 뇌물을 주는 거? 이런 생각까지 들었고.]

유 구청장과 한 의원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함께 마포구의원을 지냈습니다.

마포구청은 "처리하는 방법이 있다는 발언은 적법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었고, 위생과장의 후원금 제안에도 구청장 개입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방의회와 지자체 업무추진비는 대부분 홈페이지에 공개돼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세부내역을 요청해도 마포구처럼 공개하지 않는 곳이 많고, 감사를 받지 않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화면제공 : 시민단체 '주민참여')
(VJ : 유재근·김정용 / 영상디자인 : 박지혜 / 영상그래픽 : 김지혜)

[앵커]

지방자치제도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하지요. 그런데 그 풀뿌리에 문제가 있다면 결국 민주주의도 위협을 받게 됩니다. 뉴스룸은 지방의원들의 문제에 대한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 내일(6일)은 구속 중에도 월급을 꼬박꼬박 타가는 실태를 집중 보도합니다.

◆ 관련 리포트
제멋대로 옥외영업, 입맛대로 행정처분…의원님 식당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464/NB11972464.html

◆ 관련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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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463/NB11972463.html

전다빈 기자 (chun.dabin@jtbc.co.kr) [영상편집: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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