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대 파운드리업체로서 애플, AMD 등 글로벌 팹리스업체의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을 동시에 소화하는 TSMC는 그동안 고객사 기밀유지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이번에도 미국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해왔는데, 보도대로라면 결국 태도를 바꾼 것이다.
지난달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에게 제품별 매출액, 재고, 주문 및 선적 등 구체적인 현황을 묻는 설문지에 대한 답변을 다음달 8일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미국 정부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한 공급망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업계 현황을 손바닥 보듯 꿰뚫게 될 뿐 아니라 자료가 미국업체에게 누출될 경우 외국업체는 불리해질 수 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TSMC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에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반도체 수급난 해결에 협조하기 위한 것으로, 회사는 그동안 관계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상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얼마 전까지 자료제출 여부를 묻는 질문에 고객 신뢰가 TSMC의 성공요인이라며 민감한 고객 정보를 절대 노출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한편 파운드리 1위 TSMC가 자료를 제출할 경우 삼성전자가 받을 압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인텔, GM, 인피니온, SK하이닉스 등이 관련자료를 제출키로 했다고 공개하면서 나머지 반도체 업체들을 직접 압박한 바 있다.
대만의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시장 점유율 52.9%로 1위를 차지했으며 삼성전자(17.3%), 대만 UMC(7.2%),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6.1%), 중국 SMIC(5.3%)가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