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고에도 일본이 원전 못 버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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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13. 오후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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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일본 니가타현 의회 회의실에 도쿄에서 온 경제산업성 간부가 들어섰다. 그는 “난카이 트로프(일본 남쪽 해저 협곡)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면 도쿄만에 몰려 있는 화력발전소에 문제가 생길 염려가 있다. (니가타의)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자력 발전소를 준비해두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설명한다. 이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지역 동의가 필요하고 지난해 한 해만 경제산업성 간부 등이 80여차례나 현지를 찾았다.

최근 일본 언론에 소개된 일본 정부의 원전 재가동 노력이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을 맞는 상황에서도 데브리(녹아내린 핵 연료봉 잔해) 반출 개시가 1년 연기되는 등 사고 수습은 지체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탈(脫)탄소와 안정적 전력 공급 등을 위해 원전을 계속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세웠고 경제계에도 재가동·신증설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26분. 일본 도호쿠(동북)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했다. 바다에 인접한 후쿠시마 원전에 최고 13m 높이의 쓰나미가 몰려오면서 전기·냉각수 공급이 끊기자 연료봉이 들어 있는 노심이 뜨거워져 녹아내리는 ‘노심용융’이 발생했다. 이후 수소 폭발이 이어졌고, 세슘과 요오드 등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방출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6기 중 1~4호기가 침수됐고 1~3호기에서 노심용융이 일어났다.

▶“원전 재가동·신설·증설” 목소리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폐로(원자로 해체) 작업의 목표로 잡은 것은 2011년 말부터 30~40년(2041~2051년)이다. 도쿄전력은 사용 후 연료봉을 반출하는 작업 등을 진행해왔는데, 폐로 작업의 핵심 중 하나인 데브리 반출을 올해 시작한다는 방침을 유지하다 최근 이를 1년 미뤘다. 데브리는 녹아내린 연료와 금속 등이 엉겨 붙은 방사성 물질 덩어리로 원전 폐로의 핵심 작업이다. 데브리 반출에 사용될 로봇팔 제작을 영국 업체에 맡겼는데, 코로나19로 제작이 늦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대응에 책정한 돈은 22조엔인데, 폐로 작업이 지체되면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폐로만큼 고심하는 게 하루 140t가량씩 생기는 ‘오염수’ 처리 문제다. 도쿄전력은 사고 이후 노심을 식히기 위해 원전 내부로 많은 냉각수를 부었고 이후 빗물·지하수가 흘러들면서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가 계속 나오고 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 설비’를 통해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정화한 뒤 원전 용지 내에 건설된 1000여개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오염수에는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방사성 물질 트리튬(삼중 수소)이 남아 있다. 현재 1000여개의 탱크 중 90%가량이 가득 찼다. 일본 정부는 내년 가을 모든 탱크가 가득 차기 전에 ‘해양 방류’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탈탄소 시대 전력원으로 원자력 발전을 계속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그린 성장 전략’에 따르면 2050년 전력원을 ▲재생에너지(해상풍력 등) 50~60% ▲화력·원자력 등 30~40% ▲수소·암모니아 10% 등으로 구성하는 게 목표다. 2050년에도 여전히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한때 모든 원전이 멈춰 섰고 현재 재가동되고 있는 것은 9기 정도다. 일본의 전력원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6% 정도로 추정된다. 오치 히토시 게이단렌 부회장은 원전과 관련해 “(공급안정·경제효율·환경 면에서) 균형이 뛰어나다”며 “원전의 신·증설과 개축 등을 정부 방침에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kks101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9호 (2021.03.10~2021.03.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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