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석연 전 법제처장 "文정부 부동산 정책, 조세법률주의 어긋나...헌재가 제동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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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29. 오전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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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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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전 법제처장 인터뷰
"조세법률주의·공평과세원칙 위배…국민 재산권도 침해"
"文정부 부동산 정책, 타이타닉 선장이 항법 강행하는 꼴"
"與 '100조 손실보상법' 추진, 섬뜩한 이야기"

이석연 전 법체처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조선일보 김지호 기자

"조세법률주의와 권력분립 원리에 어긋나는 종합부동세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분명히 제동을 걸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석연 전 법제처 처장이 법조인 10명과 함께 종부세위헌소송변호인단을 꾸리고 내달 15일 종부세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다. 정부가 법령을 개정해 종부세의 급격한 인상을 초래했고, 결국 '국민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그가 현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에 대해 위헌 취지로 헌법소원을 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9월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민특법),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고 두 사건은 현재 헌재 전원재판부 심판에 회부돼 심리가 진행중이다.

헌법에 어긋나는 정책과 제도를 바로잡아야 하고, 누군가 해야 한다면 그게 바로 자신이 돼야 한다는 이 전 처장을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서울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전 처장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3가지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공익 소송"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법리적·헌법적 차원에서 지적하고, 목적이 제도 개선에 있다는 점에서다.

이 전 처장은 종부세를 내는 국민들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민특법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을 포함해 전부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20회 이상 실패했다"면서 "헌법상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를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됐으니 잘못된건 되돌리고 보완해야 하는데 더 강하게만 나가고 있다.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의 선장이 항법을 강행하는거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종부세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정해야 하는데, 법 집행자에 불과한 정부가 세법개정 절차 없이 과세표준을 자의적으로 인상하는 편법적 방법으로 종부세와 재산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이는 조세법률주의 및 권력분립원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오는 6월부터 시행예정인 종부세 개정안에 따르면,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세율은 구간별로 대폭 상향 조정된다. 법인 소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도 상향 적용되며 기본공제 6억원 및 세부담 상한 혜택 등이 폐지된다.

이 전 처장 등 변호인단은 이번 종부세 헌법소원과 관련해 청구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https://open.hearimlaw.com) 헌법소원은 해당 처분으로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만 낼 수 있는 만큼, 올해 종합부동산세를 낸 사람들은 청구인이 될 수 있다.

이 전 처장은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인간은 아버지의 원수보다 재산상의 손실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했다"라며 "평생 노력해서 돈 모아 집도 마련하고 재산 늘렸는데 세금으로 1000만~2000만원을 가져간다는 것은 압살적 과세다"라고 했다.

민특법에 대해서는 법리상 신뢰보호원칙에 의한 계약자유의 원칙 등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처장은 "현 정권 초기에 국민들에게 민간 임대주택 등록을 권장하더니 사실상 폐지해 버렸다"면서 "민간 등록 임대사업자를 통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양도세 중과를 면제하고 건강보험료도 깎아주겠다고 했다가 이듬해 8개월만에 양도세 중과가 부활했고 지난해 7월 사실상 제도가 폐지됐다"고 말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해서도 "임대차 3법은 임차인에게 임대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강제로 늘리고, 임대료 상한액도 5%로 하는 제한규정을 만들었다"며 "임대기간이 진행중인 것에도 적용한 것은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라고 했다.

이 전 처장은 "세금은 잘못해서 내는 벌금이나 과태료가 아니다. 응능부담의 원칙에 따라 납세자의 자기 부담 능력에 맞게 정당한 절차나 법과 정책에 의해 과세를 해야 한다"면서 "특히 (부동산 관련) 소득이 아직 실현이 안 된 상태에서 세금을 매기는, 이른바 ‘미실현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누진세를 적용하는 것은 조세평등주의와 공평주의에 어긋난다"고 일갈했다.

이밖에도 단기적으로는 헌법소원을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조세심판 전치주의에 대해서도 고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납부고지서를 받은날로부터 90일내 조세심판을 거치고 나서 행정소송에 들어가도록 돼 있는데 이는 불필요한 절차를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라며 "그 자체가 위헌"이라고 했다.

아울러 여권에서 추진중인 ‘손실보상법’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여당에서 추진하는 손실보상법은 집합금지 업종에는 손실 매출액의 70%, 그 외 업종은 50~60%를 보상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월 24조7000억원, 4개월 기준으로 100조원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원은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한국은행이 이를 인수하는 방안으로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게 하면 된다는데, 100조원이면 우리나라 예산의 5분의 1에 해당된다"면서 "돈을 찍어내서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면 경제가 완전히 망한다. 역대 돈 찍어내서 망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며 "신중하게 접근해도 모자를 판에 국회에서 (여당이) 다수로 통과시키자는 것은 섬뜩한 이야기"라고 했다.

이 전 처장은 "역사는 한 사건에 대한 계산서를 나중에 발행하고, 반드시 이자에 이자를 붙여서 복리로 청구한다"며 "이 정권이 벌여놓은 일은 결국 후세대나 다음 정권이 다 짊어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전북대 법대 및 서울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이 전 처장은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법제처에서 근무했다. 1985년에는 사법시험에 합격,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등을 지냈으며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서울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석연 전 법체처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조선일보 김지호 기자


[이미호 기자 best222@chosunbiz.com]

[김민우 기자 minsich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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