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리아나 일베나 똑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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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메갈과 일베가 비슷하다고'만' 말하는 게으름... 결국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오마이뉴스김민준 기자]

 김자연 성우가 개인 트위터에서 메갈리아 티셔츠를 인증했다
ⓒ 김자연 트위터

넥슨 성우 교체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특정 커뮤니티의 입장을 옹호한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노동권을 박탈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면 논쟁이 가열되었더라도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오히려 '특정 커뮤니티'가 메갈리아기 때문에 더 분노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메갈리아에 대한 누리꾼들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것이 어떻게 페미니즘이냐', '미러링을 핑계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남성혐오를 멈춰라'. 그런데 이런 부정적 평가들이 정말 올바른 것일까.

여성혐오는 현실이다

강간, 살인, 납치, 데이트 폭력. 언론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소식이 전해진다. 혹자는 남성도 범죄에 노출돼 있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것이 남성이기 때문에 겪는 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강간의 케이스만 봐도 그렇다. 이를 단순히 '누구나 겪을 수 있는는 범죄'라고 하긴 힘들다. 강간이 주로 물리력이 강한 남성의 강제적인 성행위로 표출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젠더권력적으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렇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든지 혐오에 노출되는 상황은 명확하다. 당장 강간과 같은 흉악 범죄까지 가지 않아도 좋다. 남성중심적 시각에서 '김치녀', '된장녀' 운운하며 올바른 여성과 잘못된 여성을 나누려고 하고, 외모를 품평하거나 불쾌한 시선을 던지는 것까지. 이 모든 것은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일들이다.

메갈리아는 이런 맥락 속에서 생겨났다. 아무런 동기도 없이 한국 남성을 증오하기 위해 모인 집단이라고 보는 것은 한참 잘못된 것이다. 이 맥락을 무시한다면 왜 그들이 누군가의 눈에 과격하고 불쾌해보이는 투쟁을 하는지 생산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진짜 페미니즘이 뭔데요?

 메갈리아 로고
ⓒ 메갈리아 트위터 프로필

'메갈리아는 진짜 페미니즘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많다. 그런데 그들에게 '진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시원한 대답을 듣기 힘들다. 다만 '남성을 혐오하고 자신들을 약자로 설정하는 것은 제대로 된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말할 뿐이다.

개인 차가 있겠지만, 사실 메갈리아가 생기기 이전에는 여성혐오와 관련된 문제를 꾸준히 지적하는 이들이 흔치 않았다. 페미니즘을 접할 기회도,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도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페미니즘'을 말하는 저의는 뻔하다. 어쨌든 메갈리아의 발화는 불편하니 없어져야 한다는 것, 그뿐이다. 그렇기에 '메갈리아가 페미니즘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

"메갈리아는 페미니즘의 여러 갈래 중에 하나일 뿐이다."

페미니즘은 어느 한 형태로 고정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변형을 거쳐왔다. 그 중, 2015년 한국에서는 메갈리아라는 새로운 흐름이 생긴 것이다. 물론 메갈리아 자체가 페미니즘의 전부는 아니기에, 이들이 주장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때로는 운동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애초에 이 커뮤니티가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 사회에 저항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약 메갈리아가 비판받을 만한 행동을 한다면 '그런 방향은 옳지 않은 것 같다, 더 나은 대안은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보자'라고 하면 된다. 방향에 대한 고민도, 대안에 대한 고민도 죄다 메갈리아에 던져버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누구나 여성혐오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에 저항할 대안을 생각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어야 한다. 그냥 '그것은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즘이다'라고 말하며 돌아서 버리면 그 책임은 오롯이 메갈리아가 짊어져야 할 것들이 된다.

일베와 비슷하다는 얘기'만' 하는 게으름을 벗어나자

더 나은 페미니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채 '일베와 메갈이 다를 게 무엇이냐'라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사유의 게으름에 가깝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일베와 메갈은 '당연히' 유사할 수 밖에 없다. 일베의 어법과 일상의 여혐적 논조를 가져와서 그것을 메갈리아의 문법, 소위 말하는 '미러링'으로 다시 뱉어냈으니까 그럴 수 밖에. 그런데 왜 일베의 어법을 가져왔다는 사실에만 집중하고 그 미러링의 원본이 일상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시하는가?

'6.9', '한남충' 등 메갈리안이 남성을 향해 사용한 과격한 언어는 애초에 여성을 대상으로 쓰이던 표현을 바꿔치기 한 것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 표현은 일상이고, 그것은 실제로 여성을 억압하는 기제로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 그런데 메갈리안의 어법은 일상에서 남성을 억압하지 않는다. '기분이 나쁘다', '모욕적이다'라고 남자들이 화를 내기에는, 그것의 실제적인 피해는 명확하지 않다.

물론 메갈리아 자체가 완전무결하지 않기에, 언제든 선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러링이라는 전술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도 안다. 언제든지 선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러링이라는 것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안다. 다른 메갈리안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미러링을 현실에서 시도하는 것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이렇기 때문에 문제다'라는 얘기는 메갈리아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일베나 메갈이나'라는 말을 하기 이전에 '미러링이 현실에 구현될 때 어떤 지점을 조심해야 하는가?' 혹은 '미러링의 원본을 비판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먼저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메갈리아를 일베와 동급으로 놓고 끝내는 것은 사유의 게으름에 불과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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