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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캐나다에서 날아든 앨범 <Lake of Fire>는 단숨에 국내 리스너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앨범을 만든 장본인은 토론토 출신의 힙합 아티스트, 폴 블랑코. 그는 한국말보다 영어로 가사를 쓰는 것이 편하지만, 두루치기와 소주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한편 래퍼 중에는 토론토 출신의 드레이크를 가장 좋아하지만, 자신의 재능은 플라이 투 더 스카이 환희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창모, 더 콰이엇, 장고 등 수많은 국내 아티스트들이 입 모아 차세대 아티스트로 꼽는 폴 블랑코를 그가 한국에서 잠시 머물고 있는 망원동 골목에서 만났다.
촬영장에서 보니까 머릿결이 참 곱던데 머리는 언제부터 길렀어요?
이제 2년 반 정도 됐어요. 원래는 어렸을 때부터 줄곧 삭발을 했거든요. 그러다 한 번은 문득 머리를 땋아보고 싶어 기르기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하나 둘 머리를 땋더라고요? 남들이 많이 하는 스타일은 하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정작 어떤 스타일을 해야 될지도 모르겠어서 마냥 기르다보니 지금 헤어스타일이 됐어요.
누굴 닮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니네요.
롤모델은 딱히 없어요. 가끔 스눕독처럼 양머리로 땋아보고 싶은 정도? 그런데 한국 왔더니 사람들이 저한테 박완규씨를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누군지도 몰랐어요. 인터넷에 ‘박완규’를 검색해보다 ‘비밀’을 처음 듣게 됐는데 그 뒤로 자주 들어요. 뭐랄까. 마음을 울리는 게 있어요.
97년생 캐나다 출신 힙합 아티스트와 박완규의 조합은 신선한데요. 국내 아티스트 중에 또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1등은 환희 형님이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환희. 진짜 제일 좋아해요. 초등학교 4학년 때는 맨날 집에서 환희 따라 부르다가 홈스테이하던 집 주인 아저씨한테 혼난 적도 있어요. 초등학교 4학년이 무슨 ‘소몰이창법’으로 사랑 노래 부르냐고. 사실 11살이 ‘남자답게’의 가사에 공감하기는 힘들잖아요. 당시 제게는 가사 보다 환희의 사운드 자체가 매력적이었요. 만약에 제가 어릴 때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음악을 안 들었다면 지금처럼 멜로디 메이킹 못할 거예요. 제 음악적 재능의 40%는 플라이 투 더 스카이로부터 왔다고 봐야죠.
본인의 노래 중에도 ‘환희스러운’ 곡이 있을까요?
더 콰이엇 형이랑 같이 부른 ‘Money Can’t’라는 곡이 있어요. 그 곡의 도입 부분을 잘 들어보면 폴 블랑코 안의 환희가 느껴지실 겁니다.
인스타그램에서 가수 청하랑 함께 찍은 사진이 화제였어요. 1살 동생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네. 정말이에요. 전 1997년생이고, 청하 누나는 1996년 생이에요.
캐나다 출신 래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토론토에서 나고 자랐나요?
고향은 동대구에요. 제가 2살 때 가족 모두 토론토로 이민을 갔죠. 형은 계속 토론토에 살고 저랑 부모님은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다시 한국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1년 만에 저만 다시 토론토로 돌아왔고요.
혼자만 다시 캐나다로 돌아간 이유가 있나요?
한국의 학교 생활이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캐나다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네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무슨 맛이야” 같은 주제로 수업을 했는데, 한국에서는 받아쓰기를 하고 틀리면 때리더라고요. 답답하고 혼란스러웠어요. 친구들이랑도 잘 어울리지 못했고요. 그 뒤로는 지금까지 형이랑 줄곧 토론토에서 같이 살고 있어요.
캐나다에서 음악을 하는 것과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것은 어떻게 다르던가요?
아무래도 한국은 캐나다에 비해 시장이 작다 보니까 스스로 증명하기 더 쉽다고 생각해요. 음악만 잘해도 레이더 안에는 뜨는 거죠. 반면에 캐나다에서는 이름을 좀 알리면 그때부터 다시 시작이에요. 캐나다에서 뜨는 친구들은 다 LA로 가거든요. 물론 한국에서도 그렇긴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내가 보여준 게 없으면 아무도 자기 이야기를 안 들어줘요. 또 영향력있는 누군가가 남들에게 저를 소개해주지 않는 이상,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기회조차도 드물고요.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사람을 기회나 돈으로 보는 경향이 큰 것 같아요. 대신 거기서 잘 되면 드레이크가 되고 위켄드가 되는 거죠. 불평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캐나다랑 한국은 날씨 때문에 스타일링도 많이 다를 것 같은데,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사실 날씨보다는 분위기 탓이 커요. 제가 봤을 때는 옷 사는데 제일 돈 많이 쓰는 나라가 한국 같아요. 한국에 있으면 비싼 걸 살 때 용기가 생기가 나거든요. 캐나다에 있을 때는 같이 질러주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한국에서는 옆에서 다들 지르니까 저도 그냥 질러버리는 거죠. 백화점이나 편집숍도 너무 잘돼 있고요.
Editor Hyeonuk Joo
Photographer Seunghoon Jeong / HYPEBEAST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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