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선호씨 父 "아들 죽어가는데…위에 보고만" 원청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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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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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목격했지만 두 단계 거친 뒤에야 119 신고"
"아들 1년간 동·식물 검역 업무…사고 당일 처음으로 컨테이너 청소 지시받아"
"당사자들 진심어린 사과 없어"…보름째 장례 마치지 못해

[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6일 오후 경기 평택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선호씨의 빈소에서 아버지인 이재훈씨가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정성욱 기자
"아들이 그 무거운 철판에 깔려 있는데, 회사는 119신고 대신 윗선에다가 보고하고 있었답니다"

6일 경기도 평택시 한 장례식장. 이재훈(62)씨가 아들의 영정 사진을 보며 말했다. 이씨는 보름 전 막내아들 이선호(23)씨를 잃었다.

주변에서 작업 중이던 하청업체 직원 A씨는 '쾅' 소리가 난 현장을 목격했다. 그는 무전기로 원청 소속인 B씨에게 상황을 알렸다. 그러나 B씨는 다시 다른 담당자인 C씨에게 사고 소식을 전했다. 두 번의 연락을 거친 뒤에야 119에 신고가 접수됐다.

이씨는 "담당자들에게 119에 바로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잘못했다'고만 한다"며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비열한 이 회사와 끝까지 싸우겠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씨는 보름째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다. 군복무를 마치자마자 자신을 따라 1년 넘게 함께 일했다. 휴대전화엔 이름대신 '삶의 희망'으로 저장할 정도로 기특한 아들이었다.

이재훈씨는 휴대전화에 아들 이선호씨를 '삶의 희망'으로 저장해뒀다. 정성욱 기자
이씨는 "아들은 온라인으로 대학교 수업을 들으면서도 매일 새벽같이 나와 함께 현장에 나와 일했다"며 "기특하고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는데 이렇게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당일 아들이 새로운 현장에 나갈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지적한다. 자본은 중시하고 안전은 등한시하는 회사의 방침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아들은 나와 함께 1년 넘게 동·식물 검역 업무를 했는데 사고 당일 갑자기 회사에서 인력 요청이 왔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아들은 회사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컨테이너 업무를 하러 갔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들어 원청이 '인력도 부족한데 굳이 업무를 나눌 필요가 있냐'면서 업무를 모두 통일해버렸다"며 "하지만 정작 사고 당일에도 현장에 안전관리자가 없었을 만큼 회사에게 안전문제는 뒷전"이라고 덧붙였다.

故 이선호씨는 지난 달 22일 경기 평택항 부두 내에서 FR(Flat Rack)컨테이너 청소를 하다가 300㎏ 무게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정성욱 기자
사고 원인을 놓고 이씨와 원청인 ㈜동방 측의 주장은 서로 맞서고 있다. 이씨는 원청이 강제로 아들에게 컨테이너 내 나무합판 청소를 지시했다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동방 측은 안전관리가 미흡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컨테이너 청소는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작업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씨는 진실규명 이전에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데 진심어린 사과를 한 뒤에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장에서 아들을 죽게 한 근무자는 '오해'라고 변명하고, 원청도 대책 없이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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