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내 노후에 간섭마라" 커지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반감'... 위헌소송 제기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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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월 18일(02:00)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고윤상 지식사회부 법조팀 기자) “국민연금 의무 가입 폐지하고 그동안 낸 보험료 돌려달라”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과 수급 연령 상향 등의 내용을 포함한 국민연금 개선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030’세대의 불만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정부가 별도로 국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논의한 후 국회의 입법과정까지 거쳐서 결정할 문제”라며 사태를 겨우 진정시켰습니다.

정부가 검토했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은 국민연금 의무납입 기간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방안이 포함됩니다. 또 보험료율을 현 9%에서 1.8~4% 포인트 올리는 내용입니다. 국민연금이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따른 조치였습니다.국민연금 가입기간을 40년으로 전제했을 때 본인의 평균소득월액 대비 수령하게 되는 연금액의 비율을 말하는 소득대체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2028년에는 40%로, 그 이후에는 얼마나 내려갈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젊은 세대로서는 더 오래 더 많이 내고, 덜 받는 식으로 국민연금이 바뀐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배경입니다. 자연스레 국민연금 의무가입을 폐지하고 그동안 낸 보험료를 돌려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내 노후는 내가 스스로 해결할테니 국가는 간섭하지말라’는 겁니다.

◆국민연금 ‘위헌소송’ 사례 살펴보니

실제 국민연금을 자율가입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 실제 헌법재판소에는 국민연금과 관련해 그동안 40건의 위헌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대부분은 구체적 조항에 관한 것입니다. 그 중 하나는 국민연금제도 자체를 문제삼는 사건이었습니다.국민연금제도가 자신의 재산권이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시장경제질서에 위반된다는 겁니다.

헌재는 2001년 전원 재판부를 통해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이라 판단했습니다. 당시 결정문을 보면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헌법적 해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선 강제가입과 소득재분배 효과를 전제로 한 연금보험료의 강제징수가 조세법률주의나 재산권 보장 원칙을 위배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입니다. 청구인들은 국민연금제도가 추구하는 소득재분배 효과가 국가가 대가없이 강제로 금전을 징수하는 것이므로 실질적 조세의 성격을 갖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헌재 재판부는 “국민연금은 가입기간 중에 납부한 보험료를 근거로 지급하는 것이므로 국가에서 강제로 금전을 징수하는 조세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국민연금제도의 고도의 공익성을 고려해 법률이 특별히 강제징수 규정을 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현재 세대간의 소득재분배가 아니라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으로서 청구인들 주장과 같이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사이의 소득재분배로 인하여 고소득자들이 손해를 본다고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청구인들은 또 강제가입으로 인해 자신의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개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강제 가입과 연금보험료의 강제징수를 전제로 한 국민연금제도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자신 스스로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고자 하는 개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도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예외를 제시했습니다.

국민연금제도를 통해 달성될 수 있는 공익은 국민 개개인의 사회적 위험을 국민 전체 또는 사회 전반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이라는 게 헌재 재판부의 설명입니다.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일부 침해됐더라도 침해된 사익보다 공익의 크기가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민연금제도, 시장경제질서에 위반될까

국민연금제도가 시장경제질서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의 성격’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은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면서도 국가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는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하고 자유경쟁을 존중하는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갖가지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복지·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제도는 상호부조의 원리에 입각한 사회연대성에 기초하여 고소득계층에서 저소득층으로, 근로 세대에서 노년 세대로, 현재 세대에서 미래 세대로 국민간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함으로써 오히려 위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 부합하는 제도”라고 덧붙였습니다.

헌재의 결정은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시장 원리에 대한 판단을 근거로 합니다. 온전한 자유시장경제가 아니라 공익을 이유로 한 국가의 개입과 강제성을 일부 인정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제도라는 시각입니다. 개헌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국민연금에 대한 헌재 판단은 쉽게 뒤집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9명의 재판관중 6명 이상이 위헌이라고 판단해야 합니다.

당장 위헌 소송을 하더라도 국민연금의 강제성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입니다. 국민연금의 지속성을 위해 보험료율 인상안은 언제든 또 나올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세대별 불만도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문 대통령이 말한 ‘국민적 합의’에 2030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까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해보입니다. (끝) /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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