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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마술올림픽 FISM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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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북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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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5. 23:506,882 읽음




반갑습니다. 고북손입니다.

이번에 세계마술올림픽 FISM에 클로스업부문 음향부감독으로 다녀왔습니다.

사실 지난 2주간 새 포스트가 없어 정말로 많은 분들께서 문의를 주셨는데요.


조금 더 일찍 휴재 공지를 드렸어야 했으나...

세계 마술계의 가장 큰 축제에 크루로 참여하다보니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었습니다.

약 2주의 시간 동안 잠도 못자고 고생하게 되었지만 돌이켜보니 정말로 값진 시간이었던것 같네요.  

-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FISM



올해 한국에서 개최된 마술올림픽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3년에 한번씩 열리는 마술올림픽이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세번째일 정도로 드문 일이며

저는 한국에서 FISM을 즐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약 2000명의 마술인들이 부산에 모여들었고

아침부터 시작되는 수많은 세션과 렉쳐쇼, 대회, 정상급 무대의 갈라쇼,

그리고 밤늦게 일정이 끝나면 부산의 어느 술집에 들어가도 해외 마술사들이 마술을 하고 있는 풍경은

적어도 마술사로써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카타르시스였습니다.


- 매일 밤 진행되는 정상급 마술사들의 갈라쇼



피즘은 약 일주일간 진행되었지만 저는 그보다 일주일 먼저 부산에 내려갔습니다.

사실 크루로써 준비해야하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프로그램을 즐길 수는 없었고

피즘의 메인이라고 볼 수 있는 대회의 음향부감독으로써 부담감과 책임을 막중하게 느꼈습니다. 


특히 제가 맡은 클로스업 부문은 태생적으로 음향 큐가 복잡하고 10분으로 제한되는 짧은 리허설 시간과

하루에 18명 가까이 되는 수많은 큐를 외워야해서 음향 미스가 자주 나곤 합니다.

물론 저도 여러 국제 대회에 나갔을때 예상치 못한 음향 미스에 당황했던 적이 꽤 있었습니다ㅠ

- 스텝&크루들을 위한 피즘 티셔츠 (비매품)


그렇기에 저는 이런 문제가 생기는 부분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지난 3년간 이순간을 위해 수많은 대회를 치뤄온 출전자 분들을 위해

최대한 실수 없이 음향을 맞춰드리고 싶었습니다.

(라고 말하기엔 큐가 복잡한 출전자가 너무 많았습니다..)


다행히도 저를 포함한 클로스업 팀의 철저한 준비 덕분에

별다른 실수 없이 클로스업 대회는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고북손을 찍는 고북손을 찍는 고북손
- 콜라를 환타로 바꾸더니 심사위원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나 심사위원은 마시지 않았다.)



사실 태어나서 처음으로 FISM을 직접 체험하면서 충격먹은 점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특히 클로스업 음향을 맡으면서 세계 정상급 클로스업 엑트를 전부 확인할 수 있었고

지난 3년간 압도적으로 발전한 세계 클로스업 수준에 충격을 먹었고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마이크로 부분과 카드 부분에서 각각 1위를 수상한

에릭 첸과 빌 청의 엑트는 그야말로 마법 그자체였는데,

저 또한 클로스업 마술을 하는 입장에서 정말 많은 영감을 받았던것 같습니다.

- 마지막 날 연이어 터진 기립박수


물론 이번 대회는 저에게 단순한 영감뿐만 아니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저 또한 클로스업 마술사로써 지난 15년부터 17년까지 피즘을 위해 대회준비를 해왔고

안타깝게도 작년에 출전권이 걸린 대회에서 수상하지 못해 출전의 기회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피즘이 열리는 올해에는 따로 큰 대회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잠시 대회준비를 쉴 수 있었고

덕분에 글 쓰는 일에 집중하여 고북손이라는 이름으로,

작가라는 타이틀로 더 유명해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소설 출간부터 지원사업 합격까지



하지만 세계 최대의 마술 축제를 즐기고 정상급의 대회를 두 눈으로 보고

간만에 많은 마술사들과 해외의 친구들을 만나다보니 기분이 묘연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마술은 계속 하고 있지만 예전만큼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번 피즘을 통해 약 1년간 쉬고 있었던 제 무대와 작품을 만들고 싶은 갈망이 커지게 되었네요.

아직까지도 저에게 피즘은 많은 마술사들처럼 인생의 목표 중 하나인가 봅니다.


- 처음 포스트를 발행한지 2주년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피즘을 끝내고 돌아오니

마침 네이버 포스트를 시작한지 2주년이 되어있었습니다.

대회 기간 동안 피로가 쌓이다보니 너무 지치고 피곤해서

귀가한 이후로 로 2주년 포스팅은 하지 못했지만, 저에게는 감회가 새로운 순간이었습니다.


어느덧 게임판 에디터로 활동한지 2년이 되었고

많은 분들께서 재미있게 봐주신 덕분에 오랜 시간 연재를 이어올 수 있었으니까요.

부득이하게 본업과 관련된 중요한 행사를 치르느라 2주간 휴재를 하게 되었지만

돌아와보니 이곳이 제가 서있는 과분한 현실이며 제가 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세계 무대를 위해 함께 고생한 많은 사람들



아무튼 휴재 공지도 없이 2주간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제가 해야할 일은 무사히 잘 끝내고 왔습니다.

비록 대회 출전은 하지 못했지만, 한국 마술계의 가장 역사적인 순간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로 즐겁게 느껴집니다.


지난주 발행한 '스모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포켓몬' 필두로 연재는 정상적으로 재개됩니다.

앞으로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 )



-고북손의 휴재공지 (뒷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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