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요, 고정금리 안심대출로 갈아타도 괜찮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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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23. 오전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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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위한 최저 1%대 상품 일주일 만에 20조 넘게 신청]
국내외 기준금리 추가 인하 예상… 코픽스도 3개월 연속 하락세 보여
"변동금리 2% 중반대는 지켜보고 후반부터는 갈아타는게 좋을듯"


금리가 더 떨어진다는데 고정금리 안심전환대출이 정말 유리할까.

최저 1%대 고정금리 안심전환대출이 지난 16일부터 신청자 접수를 하기 시작하면서 대출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변동금리·준고정금리(고정금리와 변동금리 혼합형) 대출자가 연 1.85~2.2%의 고정금리 조건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출상품이다. 현재 변동금리가 안심전환대출의 고정금리보다 더 높기 때문에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대출자들은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신청 접수 일주일 만인 22일 20조5000여억원(17만5000여건)이 몰릴 정도로 인기다. 정부는 20조원까지 안심전환대출로 바꿔줄 계획이며, 선착순이 아니라 주택 가격이 낮은 순으로 배정된다. 신청 마감 기한은 29일 자정까지다.

지난 16일 신한은행 서울 광화문지점을 찾은 고객이 창구에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기존에 변동금리·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서민·실수요자가 금리가 낮은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해주는 정책 금융상품이다. 신청 일주일 만에 공급 총액(20조원)을 넘는 신청이 들어올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하지만 일부 대출자들 사이에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변동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들이 금리 인하, 환율 전쟁에 사활을 걸면서 우리나라 시중금리도 하락할 거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만일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더 떨어지면 안심전환대출로 바꾸는 게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어 대출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변동금리, 고정금리보다 더 낮아질 수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중앙은행들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내린 이후 8월 코픽스(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1.52%로 전월 대비 0.16%포인트 하락했다.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에 따라 신한·KB국민·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0.16%포인트씩 내려 최저 연 2.51%까지 떨어졌다. 안심전환대출의 금리 상한과 0.3%포인트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게 된 것이다.

국내외 경제 상황을 볼 때 금리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1.5%로 인하한 데 이어, 올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내리자 이주열 한은 총재는 "다른 나라들의 통화 정책에 여유가 생겼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시중 변동금리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년 0%대 기준금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 중반 이하 변동금리라면 좀 더 관망할 필요

2015년 3월 안심전환대출이 처음 출시되고 난 다음 해 변동금리가 안심전환대출 고정금리보다 더 낮아지는 일이 발생했다. 2016년 기준금리가 최저 수준인 1.25%까지 떨어진 영향 때문이었다. 그 결과 3만여명이 안심전환대출을 중도 해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변동금리 하락 속도를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전체 가계 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작년 말 45%에서 올해 48%까지 높일 계획이지만, 개인들은 정책에 휩쓸려가기보다 현명하게 자신의 상황을 따져보라는 것이다. 은행권에선 "현재의 변동금리가 2% 중반대라면 사태를 관망하고, 만일 2% 후반보다 높다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는 게 좋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준금리 하락세를 감안했을 때 현재 대출받은 상품의 변동금리가 2% 중반이면 안심전환대출 금리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2% 후반보다 높은 변동금리는 안심전환대출 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더라도,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존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따져봐야 한다. 기존 대출을 받은 시점이 1년 미만인 경우는 대출액의 1.2%, 1~2년 미만은 0.8%, 2~3년 미만은 0.4%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한다.

또한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가입 첫 달부터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아나가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자금 사정상 부담이 될지 여부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자칫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이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했다가 늘어난 원리금을 갚지 못해 연체자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심전환대출을 받고 난 뒤엔 3년에 한 번씩 주택 보유 수를 보고해야 하고, 만일 집을 추가 구매하면 대출을 전액 일시 상환해야 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최형석 기자 cogi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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