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대상 어디까지?…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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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08. 오전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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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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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주 정부 발표 앞두고 주택시장 ''긴장''
- 입주자모집공고 이전 단계로 소급 가능성
- "재산권 침해"…조합원 위헌소송 잇따를듯
- 규제 피하기 위해 인가신청 서두르는 단지도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세부안을 다음주 초에 발표하겠다고 예고하자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재건축 사업장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을 위한 총회를 10월께 열고 빠르면 연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조합원 가운데서도 현행법상 (분양가상한제)적용 지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자는 목소리가 많다.” (이호영 노량진6재정비촉진구역 조합장)

정부가 민간택지로의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관련 세부안을 다음주 발표하겠다고 예고하자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속도가 빠른 사업장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을 서두르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현재 주택법 시행령상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기 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최초 신청한 정비사업장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받은 사업장은 정부가 적용 대상을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사업장으로 확대할 것이란 전망에 위헌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월26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패널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이날 김 장관은 처음으로 민간택지로의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비사업도 입주자모집 승인 신청으로 소급 적용할 듯

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초 기준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가운데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은 곳은 각각 재건축 70개, 재개발 50개다.

특히 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은 모두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몰려 있다. 이 가운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사업장은 △강남구 대치동 쌍용1·2차 △신반포18차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 4곳이다.

정부가 타격하는 반포동 주공1단지 1·2·4주구(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와 신반포3차·경남(래미안원베일리), 한신4지구(신반포메이플자이), 둔촌동 주공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 절차를 마쳐 지금 주택법 시행령대로라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는 정부가 정비사업에 대해 적용 단계를 일반 주택과 마찬가지로 입주자모집 승인 신청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눈여겨보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 역시 이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이를 두고 위헌 논란이 불거진다. 헌법엔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는 것이 그 근거로 꼽힌다.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로 확대 적용된다면 분양가가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결국 조합 입장에선 분양수익이 줄고 조합원 부담만 늘어난다.

강남권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관리처분계획을 이미 인가받은 정비사업장까지 소급 적용하는 것이 최악의 상황”이라며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인 만큼 당연히 헌법 소원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동일한 상황인 다른 정비사업조합과 함께 대응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또 다른 강남권의 재건축 조합장은 “자유시장경쟁체제 아래선 더 좋은 물건이 나올 수 있도록 경쟁을 유도해야 하는데,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정한다는 것은 공산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일 뿐 아니라 아파트 품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엔 “분양가 상한제 추진을 중지해달라”는 청원 글까지 올라왔다. 종전 법률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의거해 추진하는 사업에 법 개정으로 소급 적용해 사업 추진을 실질적으로 막는다면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위법적이고 부당한 정책이라는 얘기다. 전날 올라온 이 글엔 벌써 1300명가량이 참여했다.

[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이라도 서두르자” 조합원 목소리도

일부 조합에선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 시기라도 앞당기자는 내부 목소리가 커진다. 현재 시행령에 맞춰서라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비켜나려는 취지에서다. 주택재건축 조합 가운데 17곳이, 재개발 조합 가운데 25곳이 각각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았을 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못했다.

문정모 광명뉴타운1구역 조합장은 “조합원 상당수가 어떻게든 빨리 관리처분계획 총회를 열고 사업을 추진하자고 얘기하고, 조합도 그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려면 시공사 선정, 조합원 분담금, 면적 배정 등 결정할 사항이 많고 조합 총회에서 조합원 동의를 얻어 관할 지자체에 인가 신청을 해야 하는 만큼 시간도 소요된다.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은 서울의 한 정비사업 조합장은 “분양가 상한제가 걸려있다보니 조합원들은 사업 속도를 더 내달라곤 하지만 서울시의 공공관리제, 협조적이지만은 않은 지자체로부터의 승인 과정 등 때문에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법 집행할 땐 공정한 절차에 따른 행태를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한데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을 소급한다는 것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으로 간접 규제를 했는데도 서울 아파트값이 오른 데다 정책이 서울 강남권과 일부 지역의 주택 희소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면서 분양가 상한제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도 중심 지역 주변 정비사업이 좌초돼 공급 위축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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