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광역단체 중 인천·대구 등 3곳
‘역학조사관 최소 2명’ 규정 안 지켜
국제공항 둔 인천엔 복지부 파견만
질본 “전국 53명”…확인하니 45명뿐
메르스 뒤 충원 요구에도 되레 줄어
2일 <한겨레> 취재 결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인천과 대구, 울산 등 3곳은 법률에서 정한 최소 인원에 못 미치는 역학조사관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광역지자체의 경우 역학조사관을 2명 이상 두도록 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개정된 법률이다.
특히 인천시에는 1년에 1천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드나드는 인천국제공항이 있지만, 시 소속 역학조사관이 한명도 없었다. 보건복지부에서 파견한 역학조사관만 1명 상주하고 있었다. 관련 법령에는 역학조사관 중 1명은 반드시 의사를 둬야 하지만 일반 공무원도 2년간 관련 교육 훈련 과정을 거치면 역학조사관이 될 수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역학조사관을 뽑아달라고 계속 시에 요청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최근 채용을 진행하지 못했다”며 “다른 공무원에게 2년 교육을 받게 하면 당장 일손이 달려서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대구와 울산은 각각 1명의 역학조사관만 두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역학조사관 규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지난 31일 기준으로 질본 소속 77명, 17개 시·도 소속 53명의 역학조사관이 있다고 1일 밝혔다. 하지만 <한겨레>가 17개 시·도에 직접 확인한 결과, 현재 시·도 역학조사관의 수는 45명뿐이었다. 이에 대해 질본 관계자는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수시로 있어서 수치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그래서 항상 수치를 발표할 때는 몇시 현재 기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충분한 역학조사관 확보를 위해 근무 형태와 연봉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엄중식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역학조사관은 현장에서 질병에 대한 대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충분한 숫자와 훈련 및 경험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재는 연봉도 다른 의사 직군보다 낮고 계약직으로 채용되니 역학조사관이 되려는 의사가 없을 수밖에 없다. 공무원 역시 2년 교육을 거쳐 역학조사관이 될 경우 순환근무를 배제하는 등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제도 변경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광준 오연서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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