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역학조사관 1명 없는 인천시…전체 규모도 파악 못한 정부

입력
수정2020.02.03. 오후 4:08
기사원문
전광준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감염병 소방수’ 준비 안된 지자체

17개 광역단체 중 인천·대구 등 3곳
‘역학조사관 최소 2명’ 규정 안 지켜
국제공항 둔 인천엔 복지부 파견만
질본 “전국 53명”…확인하니 45명뿐
메르스 뒤 충원 요구에도 되레 줄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가 3명 더 늘어난 2일 오전 확진판정을 받은 뒤 격리조처된 우한 귀국 교민이 머물고 있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온 방문객이 길안내를 받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제공항과 국제여객항이 위치해 한국의 ‘관문’ 역할을 하는 인천광역시에 감염병의 원인과 전파 경로 등을 파악하는 역학조사관이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확인된 곳이기도 하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역학조사관 충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시·도 소속 역학조사관은 2016년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수사관’ 또는 ‘감염병 소방수’라 불리는 역학조사관은 신종 코로나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직책이다.

2일 <한겨레> 취재 결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인천과 대구, 울산 등 3곳은 법률에서 정한 최소 인원에 못 미치는 역학조사관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광역지자체의 경우 역학조사관을 2명 이상 두도록 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개정된 법률이다.

특히 인천시에는 1년에 1천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드나드는 인천국제공항이 있지만, 시 소속 역학조사관이 한명도 없었다. 보건복지부에서 파견한 역학조사관만 1명 상주하고 있었다. 관련 법령에는 역학조사관 중 1명은 반드시 의사를 둬야 하지만 일반 공무원도 2년간 관련 교육 훈련 과정을 거치면 역학조사관이 될 수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역학조사관을 뽑아달라고 계속 시에 요청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최근 채용을 진행하지 못했다”며 “다른 공무원에게 2년 교육을 받게 하면 당장 일손이 달려서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대구와 울산은 각각 1명의 역학조사관만 두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역학조사관 규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지난 31일 기준으로 질본 소속 77명, 17개 시·도 소속 53명의 역학조사관이 있다고 1일 밝혔다. 하지만 <한겨레>가 17개 시·도에 직접 확인한 결과, 현재 시·도 역학조사관의 수는 45명뿐이었다. 이에 대해 질본 관계자는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수시로 있어서 수치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그래서 항상 수치를 발표할 때는 몇시 현재 기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2일 오전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중구 명동역 인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위한 선별 진료소가 설치되어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마저도 현재 시·도 소속 역학조사관 숫자는 메르스 사태 직후인 2016년 51명보다도 6명이나 줄었다. 2016년 질본에서 배포한 역학조사관 현황 자료를 보면, 인천과 대전, 충남·전북·전남·경북에는 각각 3명의 역학조사관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인천은 0명, 대전은 1명, 나머지 지자체는 모두 2명으로 줄었다. 울산도 2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2년이란 긴 시간을 들여 역학조사관을 양성했지만 인사이동 때문에 숫자가 줄어든 곳도 있었다. 대전시 관계자는 “2년 교육을 받은 역학조사관이 부서이동을 해 사람이 줄었다”고 말했다. 부산과 대구, 인천, 광주, 대전은 2년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한 역학조사관이 없었다. 반면 경기와 제주는 각각 4명에서 6명, 3명에서 5명으로 역학조사관 수를 늘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역학조사관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게 중앙과 17개 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군·구 보건소마다 한 명씩 있어서 평상시에도 감염원을 파악하고 일상적인 업무를 진행해야 이런 감염병 유행이 생겼을 때 역량을 가지고 조사를 하는데, 현재는 시·군·구에 그런 역량이 없다보니까 중앙에 집중되는 게 너무 과다하다”고 밝혔다. 질본 관계자도 “(방역을 위해) 역학조사관 충원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열심히 충원을 하려고 하는데 업무 조건 등이 안 좋다 보니 오려는 사람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충분한 역학조사관 확보를 위해 근무 형태와 연봉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엄중식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역학조사관은 현장에서 질병에 대한 대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충분한 숫자와 훈련 및 경험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재는 연봉도 다른 의사 직군보다 낮고 계약직으로 채용되니 역학조사관이 되려는 의사가 없을 수밖에 없다. 공무원 역시 2년 교육을 거쳐 역학조사관이 될 경우 순환근무를 배제하는 등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제도 변경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광준 오연서 기자 light@hani.co.kr

▶네이버에서 한겨레 구독하기
▶신문 보는 당신은 핵인싸!▶조금 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