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참사, 범인은 회계사 출신 재력가

입력
수정2017.10.03. 오전 9:56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한겨레] 총격범 아버지 사이코패스 은행강도…FBI 최고 수배범

용의자 패독, 비행기 2대 소유한 재력가

최근 수만달러 도박…전문 도박꾼 의혹도

이웃과는 전혀 접촉없는 은둔자



미국 현대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인 라스베이거스 총격사건을 일으킨 용의자 스티븐 패독. 그의 가족이 공개한 사진이다.
적어도 59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부상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인 라스베이스거스 참사는 정신질환과 총기소유가 빚어낸 사건으로 드러나고 있다.

용의자 스티븐 패독(64)은 2일 미국 네바다주 라이베이거스에서 열린 노천음악회에 참석한 군중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58명이며 중상자가 많아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패독은 라스베이거스 인근 메스키트에서 조용한 은퇴 생활을 하던 60대였다. 이웃들은 그가 부유한 전직 회계사로 증언하고, 그는 사냥 및 비행기 조종 면허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모스키토는 주민 수가 약 1만8000명으로, 주로 은퇴자들이 모여살고 있으며 카지노와 골프장 등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그는 전문적인 도박꾼이며 기괴했다고 한 이웃이 전했다. <엔비시>(NBC)의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 패독은 최근에 수만달러의 도박을 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 도박으로 그가 돈을 잃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패독이 정신질환 병력이 있다고 믿을 이유가 있다고 한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패독의 아버지는 탈옥한 은행강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동생인 에릭 패독은 자신들의 아버지가 연방수사국(FBI)이 찾던 최우선 수배범으로 감옥에서 탈옥한 은행강도였다고 밝혔다. 그의 아버지는 패트릭 베저민 패독으로 1969년 당국이 내건 현상수배범 포스터에서 그는 “사이코패스(폭력성을 동반한 정신질환자)로 자살 가능성이 있으며, 총기로 무장한 매우 위험한 사람으로 간주해야 한다”로 묘사되어 있다. 40년 뒤 그의 아들 스티븐 패독을 예언하는 말이었다.

아버지 벤저민은 일련의 은행강도 행각으로 1961년 유죄를 선고받고 수감됐다. 하지만 그는 탈옥해서, 1970년대 내내 연방수사국에 의해 ’10대 현상수배범’으로 추적당했다.

에릭은 스티븐 패독에 대해 “그는 단지 비디오 포커 게임을 하고, 유람선 여행을 하고, 타코벨에서 부리토(멕시코 패스트푸드)를 먹는 사내였다”며 “그가 그런 일을 할 이유도 없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에릭은 “그가 열렬한 총기 구매자는 전혀 아니었고, 입대 등 군사적 경험도 없다”고 밝혔다. 에릭은 스티븐 패독이 “갑자기 폭발한 것이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라스베이거스 경찰은 패독에게 기록한 유일한 불법 사항은 교통법규 위반이라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차로 한시간 거리인 은퇴휴양 도시인 모스키트에 있는 그의 2층집은 “깨끗하고, 좋은 집으로 아무 것도 정상에서 벗어난 것은 없다”고 한 수사관이 전했다. 이 수사관은 일부 무기와 탄약이 집 안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패독은 2016년 네바다 리노에서 이곳으로 이사왔다. 패덕은 결혼 6년 만인 27년 전에 부인과 이혼했으며, 현재는 아시아계 마리루 댄리(62)와 동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댄리는 현재 외국에 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당국은 댄리와 접촉해 심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댄리는 이번 사건과는 관련이 없어서 “더이상 관련자로 취급되지 않을 것이다”고 수사당국은 밝혔다.

패독은 범행 장소인 맨델레이 베이 호텔에 체크인할 때 댄리의 신분증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덕의 이웃이었던 다이앤 맥케이(79)는 범인과 동거녀 댄리는 항상 집에서 창문에 햇볕가리개를 내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맥케이는 “그는 이상했다. 항상 혼자 지냈다. 이웃에 아무도 사는 것 같지가 않았다”며 “무언가에 대해서 불평조차 않고 그는 정말로 없는 사람같았다”고 말했다.

비행기 조종 면허를 가진 그는 두 대의 비행기를 소유하고 있는 등 상당한 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형제인 브루스 패덕은 범인은 수백만달러의 부동산 투자자라고 전했다. 그는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이 합병한 한 회사에서 30년 전에 근무했다고 록히드마틴이 밝혔다.

패독은 2012년 라스베이거스의 코스모폴리탄 호텔를 상대로 통로에 장애물로 넘어졌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2014년에 양쪽에 의해 취하됐다.

이슬람국(IS)는 패독이 몇달 전에 이슬람으로 개종했다며 이번 사건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방수사국의 아론 루스 특별수사관은 “우리는 현 시점에서 이번 사건이 국제테러단체와의 연관이 없다고 결론냈다”며 이슬람국가의 주장을 부인했다.

패독은 범행 현장에서 스스로 자살했다. 이슬람주의는 자살을 엄격히 금지한다. 이슬람주의 테러분자들은 현장에서 희생자들과 함께 죽는 자살폭탄 테러를 벌이지만, 홀로 목숨을 끊는 자살은 하지 않는다.

라스베이거스 경찰서장인 조 롬바도는 “패독의 신념이 뭔지는 모른다”며 그가 종교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롬바도 서장은 이번 사건을 ’외로운 늑대형’ 공격이라고 말했다. 패독이 스스로 벌인 단독범행이라는 것이다.

이슬람국가는 과거에도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는 대형 테러사건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과시하곤 했다.

앞서, 패독은 1일(현지시각) 밤 자신이 머물던 ‘만달레이 베이 리조트 앤 카지노’ 호텔 32층에서 길 건너편에서 열리고 있던 ‘루트 91 하베스트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컨트리 음악 공연장에 총을 난사했다. 공연장에는 약 2만2천여명의 관중이 모여 있었다. 패덕은 반자동 소총에 두 가지 장치를 추가로 부착해 완전 자동 소총 화력을 발휘하게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총기 난사로 3일 오전 7시 현재(한국시각) 최소 59명이 숨지고 527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경찰은 집계했다. 이는 2007년 버지니아텍 총격 사건(사망자 32명)이나 지난해 6월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사망자 49명)보다 희생자가 더 많은 역대 최악의 총기 사건이다.

총격은 ‘루트 91 하베스트 뮤직 페스티벌’ 도중 시작됐으며, 공연 후반부 컨트리 음악계의 스타인 제이슨 알딘의 곡이 진행될 때 총성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총성이 37초간 들린 뒤 관객들의 비명과 함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목격자들은 총성이 10~15분가량 지속됐다고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gil@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