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

Haegeum, 奚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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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해금은 유라시아 대륙에 퍼져 있는 호궁(胡弓)류 악기가 고려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향악기화한 것이다. 세로로 건 두 줄 사이에 말총 활을 넣어 연주하는 찰현(擦絃, 줄비빔)악기이다. 정악과 민속악 등 전통음악 전 분야와 창작 및 퓨전국악에 두루 사용된다. 친척악기로 중국의 얼후(二胡), 일본의 고큐(胡弓), 몽골의 모린호르(馬頭琴마두금, Morin khuur) 등이 있다.

해금
  • 분류 현악기 > 찰현악기(擦絃樂器)
  •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줄울림악기(Chordophones, 絃鳴樂器)
  • 팔음 분류 사부(絲部)
  • 음악 계통에 따른 분류 향부(鄕部)
  • 최초 사용 시기 고려시대
  • 주요 사용 지역 한국과 한국음악 진출 지역
  • 주요 사용 명칭 해금(奚琴, 더러 嵇琴 嵆琴 稽琴, 한국어), 깡깡이/깡깽이/깽깽이(한국어)
  • 악기 소리 듣기

1. 해금

해금(奚琴)은 울림통 위에 수직으로 세운 입죽(立竹)과 나란히 두 줄의 현을 걸고, 두 줄 사이에 말총 활을 끼워 연주하는 한국의 찰현(擦絃, 줄비빔)악기이다.

해금은 고려시대 한반도 북방의 요(遼, 거란), 금(金, 여진), 원(元, 몽골) 등 왕조들의 마상(馬上: 말 위에서 연주하는) 찰현악기들을 수용하여 향악기화한 것이다.

해금은 기본적으로 팔음(八音) 중 사부(絲部) 즉 현악기에 속하며, 고려시대 이래 향부(鄕部) 즉 고유악기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실제 음악 현장에서 해금의 분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제법 복잡하다. 먼저, 해금은 사부 악기이지만 연주자들은 으레 “해금은 팔음, 즉 악기의 여덟 가지 재료를 다 갖추었다”고들 말한다.1)

다음, 해금은 현악기인데도 연주 현장에서 해금의 음악은 현악이 아니라 관악으로 분류된다.

이 점은 같은 찰현악기인 아쟁(牙箏)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전통국악에서 현악기 하면 으레 거문고나 가야금(伽倻琴)처럼 지속음을 낼 수 없는 발현(撥絃, 줄뜯음)악기를 가리키고, 해금이나 아쟁처럼 활을 계속 그어 지속음을 낼 수 있는 현악기는 음악적 특징이 관악기와 비슷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악기 수용 경로에 주목하여 해금을 향부가 아니라 당부(唐部)악기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다.

악학궤범』(樂學軌範, 1493)에서는 대략 7세기 말경을 기준으로 그 전에 대륙에서 들어온 악기를 향부악기, 그 이후 대륙에서 들어온 악기를 당부악기로 보는데, 이 기준에 따라 해금을 당부악기로 분류하였다.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춤추는 아이》(18세기 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북, 장구, 피리 둘, 대금, 해금의 삼현육각 편성이다. 그림 속 해금잽이(연주자)가 줄을 쥐고 있는 왼손을 자세히 보면 악기의 뒷면에 엄지손가락을 뺀 네 손가락이 그려져 있어 마치 악기를 거꾸로 쥐고 있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어떤 이는 김홍도가 위트를 섞어 일부러 잘못 그렸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마상 악기라는 연원 때문에 해금의 활은 처음부터 말총으로 만들었다.

같은 찰현악기라도 아쟁의 기본형인 정악용 대(大)아쟁은 개나리 막대기로 켜고, 말총 활은 1940년대에 등장한 산조용 소(小)아쟁부터 비로소 채택되기 시작한 것과 비교된다.

‘깡깡이’, ‘깡깽이’, ‘깽깽이’라는 속칭은 해금의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코맹맹이 소리에서 연유한다.

해금의 음색이 이러한 것은 해금 줄이 가진 음향학적 잠재력에 비해 공명통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인데(이 점은 오케스트라 악기 중 비올라Viola를 닮았다),

현장에서는 해금 음색을 흔히 ‘노파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어린 아기 우는 소리’ 등에 비유한다.

음량 자체가 많이 크지 않고 연주 방법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이런 특성 덕분에, 합주에서 해금의 소리는 다른 악기와 잘 조화를 이루고, 그 자신이 튀는 일이 좀체 없다.

한국전통음악에서 해금은 대금(大笒)과 더불어 선율악기 중 가장 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전통 합주곡 중 해금이 안 들어가는 악곡은 아악(文廟祭禮樂)과, 타악기 위주의 음악인 풍물놀이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민간 정악(正樂)곡인 풍류와 가곡 반주, 민속악인 삼현육각(三絃六角)에서도 해금은 빼놓을 수 없는 선율악기이고, 심지어 불교음악이나 대취타(大吹打)에도 해금이 편성될 때가 있다.

독주 기악곡인 산조(散調) 중에서도 해금산조는 핵심 레퍼토리에 속한다. 비속어인 ‘거지 깡깽이’라는 말에서 보듯, 떠돌아다니며 음악을 연주하고 빌어먹는 ‘풍각쟁이’들조차 해금을 갖고 다녔을 정도다.

아마 근본이 대륙의 마상 악기인 만큼 휴대가 간편하고 소리 내기도 쉬워서였을 것이다.

전통 합주에서 해금은 피리와 거의 비슷한 선율을 연주하고, 대체로 아쟁 선율보다 한 옥타브 높게 나란히 진행한다.

창작 합주곡에서는 한때 해금을 부당하게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처럼 취급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해금 고유의 역량과 다른 악기군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쪽으로 개선되었다.

가곡 관현악 반주
뒷줄 왼쪽부터 가야금, 해금, 대금, 피리, 장구, 거문고이다.

전통 해금은 악기 높이 약 70cm, 활대 길이는 약 72cm(말총 부분 약 60cm)이다. 해금은 가야금, 아쟁, 대금 등과 달리 정악용과 민속악용 악기가 따로 없다.

20세기 중반부터는 저음역 해금과 고음역 해금의 분화, 음량과 주법 개선, 줄 수 증가, 전자해금 개발 등 다양한 방향으로 해금 개량 실험이 행해지고 있다.

2. 해금 관련 악기

해금은 줄울림악기(chordophones) 중 틀(frame)에 직접 줄을 건 하프(Harp)류에 속한다.

해금과 같은 계통의 찰현 하프가 유라시아대륙에 두루 퍼져 있는데, 그 중 동아시아의 찰현 하프를 특히 호궁(胡弓)류라 부른다.

해금과 특별히 가까운 이웃나라의 호궁류로 중국의 얼후(二胡), 일본의 고큐(胡弓), 몽골의 모린호르(馬頭琴마두금, Morin khuur)가 있다.

그 밖에 태국의 소삼사이(Sosamsai), 인도네시아의 라밥(Rabab 또는 르밥Rebab) 등도 호궁류의 친척뻘이다.

1) 얼후(二胡, Erhu)

남북조(南北朝)시대(420~589)에 한족(漢族)이 아닌 북조를 통해 중국지역에 들어온 호궁을 처음에는 ‘해(奚)족의 악기’라 하여 중국에서도 ‘해금’이라고 불렀다.

원(元, 1271~1368) 무렵부터 이를 ‘후친’(胡琴)이라 부르다가, 이후 현이 두 줄인 후친을 특히 얼후라 부르게 되었다.

얼후의 몸통은 해금처럼 불룩한 원통형이 아니라 공명통을 정면에서 보았을 때 팔각형 형태로 깎아 만들고 뱀가죽을 씌웠다. 해금처럼 활이 악기의 두 줄 사이에 위치한다.

얼후의 공명통 부분
공명통 앞면의 형태는 팔각형이고, 뱀가죽을 씌웠다.

얼후는 18~19세기에 베이징(北京)지역 전통극인 경극(京劇)에서 또 다른 호궁류인 징후(京胡)의 선율을 옥타브 아래에서 중복하는 반주악기로 쓰였다. 이때까지 얼후는 쓰임새가 두드러지는 악기는 아니었다.

20세기 초, 작곡가이자 연주가, 교육자인 류톈화(劉天華, 1895~1932)가 전통 얼후를 음역, 음색, 음량, 지법, 운궁법 등 거의 모든 면에 걸쳐 개량하여 선보이면서 얼후는 합주 악기뿐 아니라 독주용 악기로도 널리 쓰이게 되었다.

류톈화의 개량은 대체로 전통 얼후의 기본틀에 바이올린의 기교를 더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로써 얼후의 음악적 역량이 크게 확대되어 1930년대 초부터는 얼후 독주회도 개최되었다.

얼후 연주 장면

1950년대 이후 명주실 대신 철사줄을 써서 음색을 맑게 하고 음역을 확대하고, 활대에 나사 장치를 하여 활의 장력을 조절할 수 있게 하고, 줄감개와 울림통을 개선하는 등의 개량이 이루어지고 있다.

2) 고큐(胡弓, Kokyu)

고큐(胡弓, 더러 鼓弓)는 일본 전통악기 중 유일한 찰현악기이다. 줄은 3현이 보통이나 4현 악기도 있다.

한국의 해금이나 중국의 얼후가 두 줄 사이에 활을 끼워 연주하는 것과 달리, 고큐는 줄 바깥을 문질러 소리 낸다.

현재 일본에서 사용하는 3현 고큐의 기원에 관해서는 중국의 호궁류인 티친(提琴) 또는 후친을 개량한 것이라는 설, 서남아시아의 르밥(Rebab)을 모조한 것이라는 설, 일본 전통악기 샤미센(또는 사미센, 三味線)을 개조한 것이라는 설 등이 있다.

고큐도 본래 해금이나 얼후처럼 공명통의 형태가 배부른 원통형이었으나, 에도(江戶)시대(1603~1867) 초인 17세기 말~18세기 초부터 샤미센을 축소한 것 같은 사각 공명통으로 바뀌었다. 고큐의 공명통은 나무로 만들고 앞뒤에 고양이나 개의 가죽을 댄다.

대부분의 호궁류 악기가 악기 본체를 가만히 두고 활을 움직여 소리 내는 데 반해, 고큐는 거꾸로 활을 고정시킨 채 악기를 좌우로 돌려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산쿄쿠(三曲) 등의 전통 합주나 독주용 악기로 사용하는데, 현악기이면서도 관악기의 선율을 따라가는 점은 해금과 같다.

20세기 초 산쿄쿠(三曲) 연주 모습
왼쪽부터 샤미센, 소형 고토(箏), 고큐. 고큐 대신 샤쿠하치(尺八)를 편성하기도 한다.

3) 모린호르(馬頭琴마두금, Mорин хуур, Morin khuur)

모린호르는 악기 머리 부분에 말이나 용 등의 머리를 조각하여 흔히 ‘마두금’(馬頭琴)이라고 부른다.

‘모링’은 말(馬), ‘호르’는 피들(fiddle: 바이올린 족 찰현악기들을 통칭하는 용어)이라는 뜻이다.

모린호르의 공명통은 나무를 사다리꼴로 짜고 앞뒤에 양가죽이나 말가죽을 붙인다. 요즘은 몸통 앞뒤를 가죽 대신 나무로 마감하고 바이올린처럼 f자 울림구멍(f hole)을 판다.

활은 말총 활이며, 두 줄의 현은 명주실을 쓰기도 하지만 기마민족답게 말총이나 동물의 내장으로 만든 거트(gut) 재질을 쓰는 것이 보통이다.

몽골 본국(외몽골)의 마두금은 공명통의 옆면 폭이 넓고 나무의 두께가 얇아 풍부한 저음을 내고, 중국 쪽 네이멍구(內蒙古)의 마두금은 옆면 폭이 좁고 나무가 두꺼워 탄력 있는 고음을 낸다.

모린호르의 말 머리 장식
모린호르를 연주하는 몽골 음악가

참고문헌>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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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음악학 국제학술대회(제 2회). 『동아시아의 찰현악기』. 서울: 서울대학교 동양음악연구소, 1997.
성현(成俔) 외. 樂學軌範. 1493(성종24). 이혜구 역. 『역주 악학궤범』 민족문화추진회, 1989.
손태룡. 『한국의 전통악기』. 영남대학교 출판부, 2003.
송혜진. 『한국악기』. 열화당, 2001.
이지선. “한국과 일본의 전통실내악 비교: 줄풍류ㆍ가곡과 산쿄쿠(三曲)를 중심으로.” 『한국음악연구(한국국악학회)』 42(2007): 247-270.
장사훈. 『한국악기대관』. 서울대학교 출판부, 1986.

출처

출처 도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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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서울시립대학교 음악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음악학 석사학위와 문학 박사 학위(한국음악학)를 수여하였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 편집
    박수연 (사) 음악사연구회 선임연구원
  • 감수
    민은기 (사) 음악사연구회 회장, 서울대 교수
  • 감수
    김세중 (사) 음악사연구회 국악자문위원, 서울대 미학과 강사
  • 제공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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