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방에서는 “한명당 2문제씩 풀면 효과적일 듯하다”는 얘기부터 “각자 맡은 챕터를 확실히 공부해놓으면 문제 정답률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도 올라왔다. A씨는 “이정도면 집단지성이 아니라 집단 범법행위 아니냐”며 분노했다.
이달 14일 건국대 학생들로 추정되는 수강생들은 카카오톡에 '미적분학 시험 공유방'을 만들었다. “먹튀(먹고 튀기)는 안된다”며 시험 부정행위 가담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이 오픈카톡방은 시험이 끝난 뒤 15일 '폭파'됐다.
앞서 지난달 한양대 학생 커뮤니티에는 “돈을 받고 시험을 대신 쳐주겠다”는 글도 올라와 논란이 됐다. 한 재학생이 게시판에 “(매매 과목) 전부 A+를 받았다”며 “20장부터 시작하니 쪽지 달라”고 썼다. 또 다른 학생도 “미적 A 이상인 분들, 인증해주시면 5000원에 대리 맡길 의향 있다”고 적었다.
보통 대학 온라인 시험은 교수가 출제한 문제를 학생들이 각자 컴퓨터 앞에서 치르는 방식이다. 화상 카메라를 통해 시험을 치르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지만 컴퓨터에 별도 채팅 창을 띄워놓는 등의 부정행위는 막기 어렵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시험이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한국외대 재학생 B(21)씨는 “온라인 시험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면서도 “급하게 시행하다보니 빈틈이 많은데, 그 빈틈을 악용하는 부정행위를 막을 방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험 공정성이 도마에 오르자 경희대·중앙대·한양대 등 대학들은 기말고사를 오프라인으로 치르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와 홍익대 등도 오프라인 시험을 우선 검토한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중간고사를 온라인으로 치렀더니 공정성에 대한 학생들 반발이 적지 않았다”며 “공정성이 오프라인 시험을 원칙으로 한 이유 중 하나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데 시험만 오프라인으로 치르는 방안에 불만도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지방 학생들은 시험을 치르는 1~2주간 서울에 와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대 총학생회는 “오프라인 시험을 칠 때 학생 거취 문제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학교의 적극적 대안 마련과 협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은 기숙사 공실을 시험 기간 지방 학생들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모든 인원을 수용할 수 없지만 여분의 공실은 단기 입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관계자도 “지방에서 올라오는 학생은 기숙사에 수용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기숙사 공간의 한계가 있어 모든 학생이 혜택을 받기는 어렵다.
학생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중앙대 학생 유모(25)씨는 오프라인 시험에 대해 “지방 학생들의 거취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며 우려했다. 반면 경희대에 재학 중인 김모(20)씨는 “비대면 시험보다 공정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시험에 찬성한다”며 “단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양인성 인턴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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