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걸음 가야할 때도 있어”…청와대서도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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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29. 오후 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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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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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놓고 미묘한 입장 변화
<한겨레> 자료사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한 언론·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이 거세지자, 청와대에서도 법안 강행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29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국회가 심도있게 논의해야할 사안’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법 개정 사항은 여야가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야 할 일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선 언론중재법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데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청와대가 법 조항 하나하나를 다 평가할 순 없지만 언론중재법으로 여야가 충돌하면 많은 현안을 처리해야 할 정기국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히 여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언론에 의한 피해 구제라는 명분이 있지만 자칫 ‘독선 프레임’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 안에서도 “한걸음 걷고 싶지만, 상대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반걸음 가야할 때도 있다”, “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하도록 그냥 놔두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는 등의 의견이 나온다고 한다.

이는 청와대가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해 보였던 기존 태도와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청와대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지난 19일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구제가 충분치 않아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적 노력도 필요하다”며 법 개정에 공감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뿐 아니라 정의당까지 언론중재법 개정에 강한 반대를 피력하고, 언론 현업단체뿐 아니라 언론운동에 헌신한 원로 언론인 등 민주개혁진영 내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청와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언론중재법 찬성 의견이 높다고 해서 무작정 이를 ‘여론’으로 믿고 내달리기엔 위험스러운 상황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지난 27일 <와이티엔>(YTN) 인터뷰에서 “국회의 시간에 현명하게 이 문제를 잘 처리해서 해 주시기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찬성과 반대, 걱정과 우려 이런 목소리들이 잘 어우러져서 최선의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그런 차선의 선택들을 잘 만들어주는 것이 민의의 전당 아니겠냐”고 말한 것도 이런 기류가 반영된 것이다. 청와대가 민주당이 주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공개적으로 막아설 수는 없지만,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차선의 선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 내에선 특히 ‘독주’ ‘오만’ 프레임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 ‘슈퍼여당의 입법 독주’ 프레임에 걸려들 경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새해 예산안과 민생 법안 등을 처리하는 다음달 정기국회가 자칫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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