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월급 300만원' 모병제 만지작…현실성 없는 카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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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모병제’ 총선 공약 검토 / ‘월급 300만원 직업군인’ 거론 / 분단 상황서 안보 불안 논란 / 20대男 고용 창출 겨냥한 총선용 / 인구 구조 변화 등도 영향 미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로 모병제 전환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국방 및 청년일자리 차원의 모병제 공약은 월급 약 300만원을 주는 직업군인 형태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행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는 것은 분단 상황에서 안보 불안과 연결되고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을 중심으로 21대 총선 국방 및 청년 공약 중 하나로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하는 내용이 검토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월급 300만원을 주는 직업군인 형태가 집중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친문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언제부터 사병을 줄여갈 것인지 등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해서 여러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세부적인 방안은 총선기획단 미래기획분과위원회를 통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연구원은 이와 관련한 국민인식 조사 등을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모병제 전환 공약 검토는 표면적 이유가 인구 감소와 군 시스템 선진 개편 등이지만, 최근 여권에 대한 지지세가 떨어진 20대 남성의 표심을 겨냥한 공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연구원은 2015년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세계 군사선진국은 군사혁신을 통해 병력 위주의 군에서 기술집약형 군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고 세계적으로 모병제가 징병제를 대체하는 추세”라고 주장한 바 있다.

모병제는 정부 차원에서도 최근 검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9월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답변을 통해 “2023년 이후에 병력이 많이 줄어들지만 2030년대 중반 정도에 인구 급감 현상이 심해진다”며 “국방부 차원에서는 앞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제도들을 검토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데 모병제 부분도 장기적으로 검토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안팎의 우려와 반발이 만만치 않아 최종 공약으로 채택될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연구원 쪽에서 이 방안을 제시해서 논의는 하고 있지만 ‘시기상조’라고 본다”며 “국방개혁 2.0에 맞춰서 연도별로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데 모병제 논의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청년층 표심잡기… 안보·재정부담 해소 과제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 공약으로 모병제를 검토하는 데는 병력 감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면서도 동시에 일자리 문제로 고민이 깊은 청년들의 민심을 살 수 있는 총선용 전략 카드라는 판단이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병력 감소는 집권여당으로서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문제다. 언젠가는 대대적 논의를 통해 국가적 결단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무엇보다 당에 반감을 지닌 20대 남성을 아우르고 청년 일자리를 대폭 늘릴 수 있는 ‘킬러 공약’으로 제안할 수 있어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6일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실적으로 군대 갈 수 있는 자원이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어 이 문제를 방치할 수만은 없다”며 “당 내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모병제와 관련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0.98명)를 기록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출생아 수 30만명 선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대로라면 간부 수를 늘리더라도 현재 약 60만명인 군 병력이 약 20년 뒤 반토막 날 수밖에 없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보수야당에서도 대선 공약으로 거론된 배경이다.

모병제는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주자였던 김두관 의원이 공약으로 내걸면서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고, 2016년에도 바른정당 대선 경선주자였던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당에 호의적인 2030세대 가운데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20대 남성 민심을 달랠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년 일자리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집권여당의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다. 산업구조 고도화로 저상장이 고착화되면서 청년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하면 군에서 수십만개의 청년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어서다.

그간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훈 의원은 지난 국회 외교·통일·안보 대정부질의에서 “국방부의 2020∼2024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2023년 이후부터 연평균 2만∼3만명씩 현역 자원이 계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군 병력 50만명 유지가 가능하겠느냐”며 “모병제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분단 국가 특성상 안보불안이 야기될 수 있는 점과 예산 확보 문제, 사회빈곤층 위주로 군이 편성될 우려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1973년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한 미국은 빈곤층의 군대 쏠림으로 사회적 편견과 인력수준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총선 승리를 위해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우려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최형창·이현미·이귀전·안병수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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