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SK 불펜 버팀목’ 채병용의 심장은 노쇠화를 모른다

기사입력 2018.07.28. 오후 01:03 최종수정 2018.07.28. 오후 01:03 기사원문


[OSEN=김태우 기자] 채병용(36·SK)은 25일 인천 두산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과시했다. 8-3으로 앞선 5회 1사 만루 위기를 정리하는 등 1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따냈다.

8-3, 5점 리드이기는 했지만 상황은 급박했다. 만루 상황에 상대 타자는 올 시즌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재환이었다. 안타 1개면 2점을 내줄 수도 있었고 장타를 허용할 경우 경기 분위기가 두산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질 수도 있는 승부처였다. 하지만 채병용의 얼굴에는 긴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재환을 삼진으로 잡아낸 채병용은 박세혁도 플라이로 처리하고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21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마무리 서진용을 구원해 팀의 1점차 리드를 지켰다. 최근 2경기에서 모두 결정적인 순간 등판해 팀을 구한 셈이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채병용의 수훈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힐만 감독은 “그날 경기 후 채병용이 2군에서 돌아온 후 얼마나 임팩트 있는 활약을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좋은 성적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정작 채병용은 다리가 풀릴 지경이었다고 껄껄 웃었다. 채병용은 25일 상황에 대해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지, 이닝이 끝난 뒤에는 덕아웃 뒤에서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겸손의 표현이지만, 어쩌면 베테랑의 품격이다. 약한 부분이 있더라도 마운드 위에서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상대와 싸워야 한다는 것을 채병용은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 당당함을 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팀 내 불펜 경쟁에서 탈락한 채병용은 계속 2군에 있었다. 6월 16일에서야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채병용은 그 시기를 담담하게 돌아볼 정도의 여유가 있다. 채병용은 “힘든 시기라기보다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 시간을 즐겼다. 내 것만 계속 준비한다는 생각이었다. 코칭스태프가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고 2군 코칭스태프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칼을 간 채병용은 1군 복귀 후 12경기에서 2승1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는 9⅔이닝을 던지며 피안타율 1할2푼9리, 평균자책점 0.93의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여전히 묵직한 구위에 뛰어난 제구력, 경기운영능력과 배짱을 조합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젊은 투수들이 두려움을 느낄 법한 중요한 상황에서 어김없이 등판해 팀의 위기를 지우고 있다. 단순히 아웃카운트 하나 이상의 의미다.

채병용은 자신의 성적보다 그런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데 만족하고 있다. 채병용은 “지금 내가 현역이 얼마 남았다고 내 성적에 신경을 쓰겠는가. 후배들의 위기를 지워주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면서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중요하다. 후배들이 ‘로케이션이 좋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좋은 것보다는 후배들이 그런 모습을 보며 한 번이라도 다시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분 좋다”고 싱긋 웃었다.

채병용은 앞으로도 그런 임무를 즐길 생각이다. 주역이 되기보다는 후배들을 위한 조연이 되고 싶어한다. 그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채병용은 “마운드에 오를 때 예전보다 더 떨리는 것 같다. 앞으로 그런 경기(25일 경기)를 몇 번 더 하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 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적당한 긴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나이는 들었지만, 채병용의 심장은 노쇠화를 모르며 뛰고 있다. /skullboy@osen.co.kr

기사제공 OSEN

기사 섹션 분류 가이드

이 시각 많이 본 뉴스

더보기

KBO리그 개인순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