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생리대 DIY 현장]‘생리대 충격’에 공방 북적…“딸 주려 한땀한땀 공들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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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9.07. 오전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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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생리대에 불신팽배…셀프 제작 여성 늘어
-“직접 만드는 게 속 편해…1시간 걸려도 뿌듯해요”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선생님 이거 정말 나중에 안샐까요?“, “그럼요. 불안하시면 생리대 안에 천을 더 넣을 수도 있어요. 대신 나중에 빨래해도 튼튼하려면 꼼꼼하게 바느질 해야해요.”

지난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움직이는공방’에서 열린 면생리대 만들기 워크숍 현장. 옹기종기 테이블에 앉은 20여 명은 진지한 표정으로 면생리대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손엔 알록달록한 천을 쥐고 다른 손엔 바늘을 든 이들은 한땀한땀 조심스럽게 바느질을 해나갔다. 

면생리대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는 김윤주 움직이는공방 대표. [사진=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이들 대부분은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으로 시중에 파는 생리대는 모두 못 믿겠다며 직접 만들어보고자 이곳을 찾았다. 서울 성동구에서 온 이은수(52ㆍ여) 씨는 딸에게 면생리대를 선물해주고자 면생리대 만들기에 도전했다. 그는 “작은 딸이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평소 걱정이 많았다”며 “만드는 방법을 배워서 딸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로 모여 어색했던 공방은 면생리대가 조금씩 모양이 갖춰갈수록 생리, 육아, 교육 등 다양한 대화들로 시끌벅적했다. 최근 벌어진 ‘일회용 생리대 사태’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시중에 파는 모든 생리대는 믿을 수 없다”며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나왔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온 신모(31ㆍ여) 씨는 “생리혈이 줄어서 나이가 들면 그런가 싶었었는데 아직도 충격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최근 면생리대를 부랴부랴 주문했지만 11월에야 받을 수 있다고 하자 “직접 만드는 게 더 빠르겠다” 싶어 면생리대를 만들어 쓰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면생리대 바느질 수업을 맡은 옥혜련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딸이 생리를 시작하자마자 면생리대를 사용하게 했다고 한다. 옥 씨는 “면생리대는 초경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회용 생리대를 경험한 어른들은 오히려 면생리대가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처음부터 면생리대를 사용한 딸은 면생리대가 너무 당연한 줄 안다”고 웃었다. 

면생리대를 바느질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면생리대 1개를 만들기 위해선 바느질로는 1시간 이상, 재봉틀로는 20~30분이 걸린다. 생리기간에 필요한 생리대는 평균 20개임을 고려하면 최소 10시간 이상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이곳을 찾은 사람들 대부분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손수 생리대를 만들 때 주는 이익이 더 크다고 말했다. 송모(38ㆍ여) 씨는 면생리대의 매력으로 ‘안전성’을 꼽았다. “면생리대 완제품을 살 수도 있지만 ‘깨끗하다’, ‘유기농’이라고 광고했던 일회용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기 때문에 시중에 파는 면생리대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을 위해서 내 손으로 만드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접 만든 생리대를 손에 쥔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딸을 위해 면생리대를 만든 김 모씨(37여)는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었다”며 “가방에 넣으니 알록달록 예쁜 천 덕분에 손수건 같고 생각보다 작아 휴대하기도 편할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면생리대 만들기 수업을 기획한 김윤주 움직이는공방 대표는 “면생리대는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7년까지도 쓸 수 있어 경제적”이라며 “생리대를 만들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몸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저절로 힐링이 된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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