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후] '추태 외유' 뒤 개점휴업 예천군의회, 세비는 꼬박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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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3.25. 오후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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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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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 ▶

화제가 됐던 뉴스의 그 후 상황을 알아보는 <뉴스 후> 코너입니다.

오늘은 MBC가 단독으로 보도해드렸던 경북 예천군 의회의 해외연수 폭행 파문, 그 후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의원 두명이 제명되고 일곱명이 남은 예천군의회는 지금 어떤 상황일까요?

예천군민들은 이들을 자신들의 대표로 인정하고 있을지, 폭행을 당했던 가이드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뉴스 후>, 이정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28일, 예천군의 한 새마을금고 인근 주차장.

차를 가지러 걸어가는 여성의 뒤를, 한 남자가 쫓아가더니 욕설을 퍼붓습니다.

[이 모씨/김은수 예천군의원 남편]
"네가 뭔데 XX이야."

[피해 여성]
"왜 이래요? 운전 못 해요.

[이 모씨/김은수 예천군의원 남편]
"이 XXX아!"

이번엔 남성의 손이 여성의 얼굴 쪽으로 왔다갔다합니다.

[김양엽/피해 여성]
"패 죽이겠다면서 주먹이, 오른쪽 주먹이 날아오는 거예요. 이번에는 또 두 눈을 뽑아버린다면서, 요렇게 해서 손가락이 피부에 막 닿았어요."

여성이 휴대전화로 신고하려 하자, 그제서야 남성은 자리를 뜹니다.

[김양엽/피해 여성]
"패 죽인다며. 어딜 가. 왜 도망가냐고, 왜?"

[이 모씨/김은수 예천군의원 남편]
"뭐 이 XXX아."

[피해 여성]
"도망 못 가."

[이 모씨/김은수 예천군의원 남편]
"야이 XX아."

[피해 여성]
"도망 못 가."

이 남성은 김은수 예천군의원의 남편 이 모 씨.

문제의 해외연수를 다녀온 김 의원이 한 지역 행사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주민들로부터 망신을 당하자, 아내를 비난한 주민을 쫓아가 앙갚음한 겁니다.

[이 모씨/김은수 예천군의원 남편]
"(군의원들이) 도둑질 한 거도 아니고, (내 아내에게) 무슨 낯짝 들고 여기 왔어? 왜 왔어. 초청도 안 했는데 (자신의) 행사도 아니고 그래서 화가 나서 욕 몇 마디 했습니다."

이씨는 원래 예천군 재선 의원이었지만 폭력으로 당선무효가 되면서 아내인 김은수 의원이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피해 여성은 이씨를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김양엽/피해 여성]
"유권자로서 그 말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다른 지역은 군의원들 (행사장) 오면 주민들이 쫓아내고 난리라는데… 말도 못 해요. 그날 밤새도록 잠도 못 자고요, 입술이 달달달달 떨리면서 경련이 와서… 언제 어느 때 나타나서 또 보복을 할지 무서워서요."

군의원 9명 중 2명이 제명되고 7명이 남았지만 주민에게 인정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예천군의회는 어떤 상태일까?

한동안 어지럽게 붙어있던, 해외연수 추태를 비난하는 현수막도 비난이 적힌 메모지도 사라져 말끔해졌지만, 오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의원실 대부분이 잠겨있고, 의정활동 게시판에선 올해 활동한 사진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예천군의회 사무과 직원]
"(해외연수 추태 파문 이후) 거의 활동을 안 했잖아요. 행사를 안 나갔잖아요. 나가기도 뭐… 지금 뭐 그런 상태."

예천군의회는 분노한 민심을 우려해 단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습니다.

개점휴업 '식물의회' 상태가 석 달째 계속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세비는 꼬박꼬박 챙겨갔습니다.

폭행 추태가 불거진 1월에도, 의원 2명이 제명된 2월에도 그리고 이번 달에도 총 6천여만 원, 1인당 277만 원씩이 의원들 통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예천군의회 사무과 직원]
"이건 출석과 상관없이 지급하는 거니까. 의정활동비는 110만 원, 월정수당은 167만 원으로. 거기서 국민연금, 건강보험료를 (떼고) 개인별로 좀 다르거든요."

남은 군의원 7명에 대한 주민소환 움직임도 본격화됐습니다.

온라인상으로만 활동하던 주민소환 추진 모임이, 오프라인에서 첫 회의를 갖고 활동을 시작한 겁니다.

이들은, 주민소환이 가능해지는 선거 1년 후, 그러니까 오는 7월부터 청원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신유성/예천군 의원 주민소환 추진 모임]
"이제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오늘 만난 거고요, 주민소환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제명으로 군의원 2자리가 비어 있지만, 4월 보궐선거는 치르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제명된 두 사람이 불복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불복 소송을 할 생각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제명된 의원들을 찾아가봤습니다.

먼저 간 곳은, 캐나다 버스 안에서 가이드를 폭행해 제명당한 박종철 전 의원의 농자재 업체.

[인근 상가 주인]
(매일 나오긴 나와요?)
"최근에는 못 본 거 같은데…"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을 요구했다 제명된 권도식 전 의원은 소송을 고민 중입니다.

[권도식/전 예천군의원]
"고민 중인 게 맞습니다. 술 한잔 하러 가자 이 얘기가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대한민국 모든 언론사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리니까 저는 그게 좀 많이 억울하죠."

일각에선 이 지역 국회의원 최교일 의원에 비해 권 전 의원이 과도한 처분을 받았다는 동정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권도식 전 의원은 여성 접대부 있는 데 가자는 말만 했다 제명당한 반면, 최교일 의원은 그런 곳에 직접 다녀왔는데도 아무 징계도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들이 불복 소송을 통해 복귀할 경우 큰 논란이 일겠지만, 그러지 않는다 해도, 제명된 두 의석은 다음 지방선거가 있는 2022년까지 공석으로 남게 됐습니다.

[김두년/예천군 명예회복 범군민 대책위원회 사무총장]
"(군의원) 2명이면 (의석 비중이) 22% 이상이 되는데, 3년 이상 군민의 중요한 주권이 정지되는…"

예천군의원에게 폭행당한 미국 현지 가이드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가이드는 사건 이후 2차 피해를 혹독하게 겪고 있습니다.

한국 단체 여행객들이 이 가이드의 안내를 거부하면서, 올 들어 단 한 건도 일을 못했습니다.

각종 추태로 나라 망신을 시킨 예천군의원들.

그들의 해외연수 폭행 파문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MBC뉴스 이정희입니다.

이정희 기자 (leejh@andong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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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자이기'를, 늘 가슴 속에 품고 있습니다. 나름의 소명 의식을 갖고 안동MBC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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