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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사기 전에 알아둬야 할 3가지

2021.12.20. 오전 8:10
by 김동환

"야. 그...NFT는 어떻게 사는거냐? 이상한 타이어 그림 같은 게 몇백만원씩 한다던데."

며칠 전 내게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 사는 법을 물어 온 지인 K는 원래 주식 투자만 하는 사람이었다. 최근 주식 시장에서 메타버스 관련주가 크게 오르자 관련 분야를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어느새 메타버스의 중요 구성요소 중 하나인 NFT까지 다다르게 된 것이다. 그는 괜찮은 NFT를 잘 고르기만 하면 자신도 한 몫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이거 말하는 거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판매한 폐타이어 NFT 시리즈

나는 평소 무슨 분야든 일단 체험하는 것을 장려하는 편이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제대로 알기 어려운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NFT 체험은 NFT에 대한 이해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지, NFT로 돈을 버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약 30분 간 이어졌던 K와의 통화를 글로 정리했다. 다른 누군가에게 비슷한 용건의 전화가 또 올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NFT를 투자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사기 전 꼭 알아야 할 3가지가 있다.

당신이 사려는 NFT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

영국의 유명 영어사전 출판사인 콜린스는 지난 11월 NFT를 '2021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코인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은 생경하겠지만, NFT는 올해 암호화폐 가격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키워드기도 했다. 이 단어가 '메타버스(Metaverse)'와 맞붙어서 올해의 단어를 따 낸 이유다.

그러나 유명세에 비해 NFT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NFT에 대한 소식을 퍼나르는 미디어의 설명 방식이 다소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아래 그림은 현존하는 NFT 중 가장 가격이 높은 '크립토펑크 #9998'의 이미지다. 올해 11월 5억3200만달러(한화 약 6225억원)에 거래됐다.

출처=라바랩스

이 이미지를 보여주고 가격을 말해주면 사람들은 대부분 혼란에 빠진다. 이런 허접한 그림이 무슨 6000억원이 넘게 팔리냐는 것이다. 가장 많이들 하는 오해다. 하지만 NFT란 단순히 이미지를 말하는 게 아니다.

NFT란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방식의 디지털 권리증서를 말한다. 이 증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① 디지털 주소를 부여할 수 있는 형태의 콘텐츠(현재는 대부분 이미지) 위치가 담겨있음

② NFT의 현 소유권자와 전 소유권자들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음

③ 블록체인에 저장됨. 한번 발행되면 임의 삭제, 위조가 불가능

크립토펑크는 NFT 역사의 매우 초창기인 지난 2017년 딱 1만개만 발행된 NFT 시리즈다. 발행되던 당시에는 찾는 사람이 없어서 무료로 뿌려지기도 했지만, 4년 후 NFT가 블록체인 업계의 대세로 떠오른 이후에는 이런 서사가 역설적으로 작용하며 가치가 급등한 셈이다.

그러니까 크립토펑크 #9998을 구입한 사람은 허접한 도트 이미지를 산 게 아니라 특별한 의미를 자산화한 디지털 권리증서를 구입한 거라는 얘기다. 최근 1787년에 발행된 미국 헌법 초판본이 300여 년 만에 소더비 경매에서 4320만달러(한화 약 511억원)에 낙찰됐다. 크립토펑크와 비슷한 원리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이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거뒀던 유일한 승리를 담아낸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4국 NFT도 비슷한 경우다. 이세돌 9단은 이 경기에서 백을 잡고 180수 만에 알파고에 불계승을 거뒀다. 특히 불리한 전세를 뒤집었던 78번째 수가 '신의 한 수'로 화제가 됐다. 이세돌 VS 알파고 4국 NFT는 영어 알파벳과 아라비아 숫자를 이용해 흑과 백의 착수 지점을 디지털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 NFT는 지난 5월 60이더리움(한화 약 2억 5020만원)에 판매됐다.

이세돌 vs 알파고 4국 NFT. 출처=오픈씨

자. 그렇다면 이제 거꾸로 생각해볼 수 있다. 당신이 구입하려는 NFT는 어떤 의미나 서사를 지니고 있나. 그다지 매력적인 서사가 없다면 구입이나 투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다.

그 판에 '호구'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바로 당신일지도

앞서 NFT의 세 가지 특징을 짚으면서 이 디지털 자산에는 현 소유권자와 전 소유권자들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다. 바로 각각의 소유권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 대 사람이 아니라 전자지갑 대 전자지갑으로 진행되는 NFT 거래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암호화폐를 보관하는 전자지갑은 우리가 은행에 가서 만드는 통장과 달라서, 소유자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고도 수십개를 만들 수 있다.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NFT 자전거래를 할 수 있다. A라는 NFT를 보유한 사람이 B, C, D, E, F라는 전자지갑을 만들어서 계속 가격을 올리며 손바꿈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종 자기 손을 떠나게만 만들면 A는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허탈해하지 말길. 위에서 언급했던 크립토펑크 #9998이 바로 이런 자전거래로 가격을 올린 사례다. 이 자전거래의 설계자는 총 3개의 지갑을 만들고, 디파이(De-Fi) 플랫폼을 이용해 결제 대금을 대출하는 수법으로 큰 노력 없이 대형 거래 기록을 만들어냈다. (크립토펑크 자체는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는 NFT시리즈다. 12월 20일 현재 가장 싼 NFT 가격이 60.98ETH(한화 약 2억8429만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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