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가나다순’ 억울하다는 자유한국당..정말 불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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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3.14. 오후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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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갤럽 상대로 '여론조작기관' 맹공
"가나다순 조사 여론편향 초래할 가능성"
"의석수 기준으로 해야..1석 100석 같느냐"
갤럽 측 "질문표기 순서, 영향주지 않아"
한국갤럽 정당지지도 변화
리얼미터 정당지지도 변화
[이데일리 임현영 김미영 기자] - 현재 우리나라에는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자유한국당, 정의당) 등의 정당이 있습니다. 귀하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

- 현재 우리나라에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의 정당이 있습니다. 귀하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

여기 두 가지 문항이 있다. 묻는 내용은 같지만 자세히 보면 정당 순서가 다르다. 기준은 다음과 같다. 전자는 ‘가나다 순’으로, 후자는 ‘의석 수’를 기준으로 원내 5당을 나열했다.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한국당은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특히 ‘가나다 순’이 “여론 왜곡을 초래한다”고 규정하며 한국갤럽을 상대로 맹공을 퍼붓고 있다. 한국갤럽은 현재 유일하게 ‘가나다 순’으로 정당지지도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 박성중 한국당 홍보부문장은 지난 5일과 13일에 걸쳐 ‘한국갤럽은 여론조작 기관’이라는 기자회견을 열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여론조사기관의 정당명 로테이션 순서 (자료=한국당 제공)
◇ 한국당 “갤럽, 타 기관보다 7%P가량 낮아..믿을 수 없어”

실제로 한국갤럽의 한국당 지지율은 타 여론조사 기관보다 평균적으로 낮게 측정되고 있다. 3월 1주(3.6~8 집계) 측정한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민주당 49%, 한국당12%·바른미래당 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리얼미터가 집계한 한국당 지지도는 20.2%다. 최근 4개월 추이도 비슷하다. 갤럽은 11~14% 수준인 반면 리얼미터에서는 17~20%를 유지했다.

이런 차이가 ‘질문 순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한국당 주장이다. ‘가나다순’으로 질문할 경우 한국당은 네번째에 불리지만, ‘의석수’ 순서로 질문할 경우 민주당에 이어 두번째로 불린다. ‘먼저 불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제가 깔린 셈이다.

박성중 홍보본부장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격이 급하지 않느냐”며 “(가나다 순으로 부를 경우)우리가 바른미래당보다 다음에 불리지 않느냐. 우리까지 듣지 않고 민주당만 찍고 끊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갤럽과 타 여론조사 기관의 차이가 7% 포인트 이상 난다”며 “이는 오차범위 3.5%를 넘어가는 수치다. 여론조사기관으로서 믿을 수 없는 조사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거듭 따졌다.

그러면서 엄연히 ‘의석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116석을 보유한 한국당을 바른미래당(30명)·민주평화당(14석)보다 후순위에 놓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본부장은 “의석수 순서는 전세계적인 추세”라며 “1석과 100석이 같은 대우를 받을 순 없다”고 부연했다.

◇ 갤럽 “가나다순이 지지도에 영향? 근거 없어”

하지만 갤럽 측은 ‘가나다순이 지지도에 영향을 준다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가나다순은 질문 표기 순서일 뿐이며 조사과정에서 모든 정당명을 ‘랜덤’하게 제시하므로 확률상 같다는 것이다.

게다가 선관위 규정에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선거여론조사 제6조 3항에 따르면 여론조사는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을 일정한 간격에 따라 순환하는 방식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석수’나 ‘가나다순’ 모두 선관위가 허락한 방식으로 결국 로테이션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 갤럽은 한국당의 주장을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여론조사 기관을 상대로 한 압박’이 아니냐며 불쾌해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지난 2016년 5~6월 정당지지율 변화 추이. 6월 1주를 기점으로 ‘의석순’에서 ‘가나다순(로테이션)’으로 질문 표기방식이 바뀌었다. (자료=한국갤럽 제공)
그러면서 반례도 제시했다. 한국갤럽은 지난 2016년 6월2주까지 ‘의석수’를 사용하다가 6월3주부터 ‘가나다순’을 적용했다. 한 주 차이로 조사 방법만 바뀌었지만 더불어민주당(27%→24%)과 새누리당(29%→29%)의 지지도는 큰 차이가 없었다. 다시말해 ‘의석수’ ‘가나다순’ 등 질문 표기순서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다른 여론조사기관과의 지지율 차이는 조사방법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반박했다. 한국갤럽은 조사원이 직접 묻고 응답을 받는 인터뷰 방식을 쓰는 반면 리얼미터는 ARS 자동응답방식을 택하고 있다. 전자의 응답률이 20% 수준인 반면, ARS의 경우 5% 안팎이다. 이 차이가 최종 정당지지도 차이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ARS방식이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낮은데, 응답할 경우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며 “통계학적으로 양 극단의 응답이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그 차이라고 보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 지지율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며 “우리 쪽에서 44~45% 정도 나올때 타 기관에서는 50%가 나오기도 한다”고 반박했다.

◇ 전문가 “의석수·가나다순..유의미한 차이없다”

전문가들도 갤럽과 비슷한 입장이다. ‘의석수’든 ‘가나다순’이든 표기 순서가 유의미한 오차로 연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입을 모은다. 낮은 지지율의 원인을 찾다보니 질문표기 순서로 잘못 옮겨간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로테이션’이 중요하지, 의석순이든 가나다순이든 큰 차이는 없다”며 “의석순이든 가나다순이든 로테이션 순서상 처음에 나올 민주당이 1000명 조사에서 1번 정도 더 제일 먼저 불릴 가능성이 있을 뿐이나 이 역시 통계상 의미는 없다”고 했다.

또다른 여론조사 기관 대표 역시 “가나다순이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며 “한국갤럽이 리얼미터 등과 차이가 나니,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조사 방식처럼 왜 하지 않느냐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되레 ‘의석수’로 정당 순서를 정하는 게 오히려 정치적 편향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반박도 나왔다. 소수정당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형식 한국리서치 소장은 “현재 선관위는 가나다순·의석수 순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며 “자칫 의석수로 법을 정하면 3·4당이 문제를 제기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임현영 (ssi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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