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표 얻자고 다주택 종부세까지 줄여주겠다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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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5.17. 오후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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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다주택자 종부세 과세 기준을 6억원 이상에서 11억원 이상으로 올리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은 17일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선을 공시가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린 더불어민주당이 6월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주택자의 종부세 기준선도 합산 6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어차피 집값 급등으로 비난을 받는 판이니, 당의 정강정책에 해당되는 것이라도 눈앞의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면 내다버리자는 태도로 읽힌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6일 의원총회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다주택자도 11억원 이상 구간부터 (종부세가) 부과될 수 있도록 해 1주택자와 일치시키는 정책을 보고했다”며 “가급적 이번주 내로 입법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주택자 종부세 기준 상향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인데, 원내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국회에서 입법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송 후보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중저가 2주택 소유자가 고가 1주택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다주택자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투자·투기 목적의 추가 주택 보유를 억제하자는 뜻이다. 민주당은 주도적으로 이런 정책을 추진해오고선 벌써 까맣게 잊은 것 같다.

김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1일 전국동시지방선거 정강정책 방송연설에서 “민주당은 지난 5년 부동산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지킬 것은 지키되 바꿀 것은 과감히 바꾸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무주택 서민과 청년에게는 주거안정과 내집 마련의 기회를 드리고 1주택자에게는 부담 없이 실거주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한편, 다주택 투기 수요는 적절한 조세정책을 통해 불로소득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법 개정 추진은 그런 약속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표를 위해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서울지역 다주택자 보유자에게 납작 엎드린 것으로 비칠 뿐이다.

민주당의 이런 변신은 불과 얼마 전까지 ‘보유세 강화’를 주창한 정당이 맞나 싶을 정도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 때 서울에서 고전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고가·다주택 보유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부동산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올리고, 특히 다주택 보유 과세를 강화해 주택을 투기 대상으로 삼기 어렵게 하자는 것은 민주당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다. 정책정당이라면 그걸 무너뜨려선 안 된다. 많은 무주택자들의 공감을 얻기는커녕 비난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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