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눈 앞에 둔 서울 강서구 염창동 무학아파트는 DL 이앤씨로부터 고급 아파트 브랜드 ‘아크로’ 적용을 제안 받았다. 무학아파트는 최근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법적 동의률 67%를 달성하고, 다음달 조합설립을 위한 총회를 열 예정이다.
무학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다수 1군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DL이앤씨가 유일하게 고급 브랜드를 제안한 상태”라며 “3월 말까지 조합 설립 인가를 마치고, 4~5월쯤 시공사 선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성동구 행당대림 아파트에도 다수 건설사가 고급 브랜드를 제안한 상태다. 현대건설이 정해진 조건을 충족할 경우 자사 고급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을 비롯해 DL이앤씨도 아크로 적용 등을 행당대림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당대림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 관계자는 “디에이치 적용이 확정된 건 아니다”라며 “디에이치 이름을 달 경우 그에 맞는 설계안이 필요한데다, 일반 아파트 브랜드를 다는 것보다 분담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행당대림 아파트는 조만간 설계 및 용업 업체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설사들의 고급 브랜드는 강남권 등 집값이 비싼 곳의 재건축이나 재개발 단지에만 사용돼 왔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5년, 당시 서울 재건축 시장의 ‘최대어’였던 서초구 삼호가든3차(디에이치라클라스) 수주전에 대비해 고급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내놓았다. 이후에도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방배5구역 등 주로 강남 재건축 위주로 디에이치를 적용해 왔다.
대우건설도 지난 2014년 ‘용산 푸르지오 써밋’을 시작으로 ‘서초 푸르지오 써밋’, ‘반포 써밋’을 준공했다. DL이앤씨는 2016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를 준공하고 ‘아크로’를 고급 브랜드로 쓰고 있다. 롯데건설은 2019년 ‘르엘’을 출시했다. ‘반포 르엘’, ‘르엘 신반포’ 등을 준공할 예정이다.
그러던 고급브랜드가 최근에는 강북과 지방으로 사용 범위가 넓어지더니 이제는 리모델링 시장에까지 심심치않게 보이게 된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서초구 잠원동아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는데, 이 단지는 ‘디에이치’가 적용되는 최초 리모델링 아파트가 될 예정이다.
용산구 이촌동 현대맨션은 리모델링을 통해 롯데건설의 고급 브랜드 ‘르엘’이 적용된 ‘이촌 르엘’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현대건설도 이촌동 한가람, 강촌 등 수주전에 들어간 한강변 아파트에 디에이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앞으로 고급 브랜드가 적용될 리모델링 단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작년부터 1군 건설사 상당수가 리모델링 전담팀을 만들며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시공능력평가 10위 건설사 중 8개 건설사가 리모델링 전담팀 만들 정도로 건설업계의 관심은 커진 상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기존에도 관련 부서에서 리모델링 시장 동향 등 관련 일을 담당했지만 올 1월1일자로 조직개편을 통해 전담팀을 만들었다”면서 “리모델링 시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