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비판에…28년전 영수증⋅전표 꺼낸 與비례당 윤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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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5.09. 오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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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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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993년 350만원 수령 영수증
'이용수'라는 이름 옆에 빨간 손도장
2017년 대구은행에 1억원 입금 전표도 공개
"매년 기부금 수십억인데 할머니에 고작 1억"
"그 많은 돈 어디로 갔나" 네티즌 비판 쏟아져

정의기억연대(옛 정대협) 출신의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위안부 피해자 성금 출처와 용처 등을 놓고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 할머니의 의혹 제기에 윤 당선자가 반박에 재반박을 하면서 28년 전 발행한 350만원짜리 간이사업자 영수증 전표까지 등장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30년 동안 힘을 합쳐 왔던 두 사람의 관계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조짐이다.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왼쪽)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조선일보DB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윤 당선자가 8일 오후 이용수 할머니의 ‘수요시위' 성금 유용 의혹에 대해 재반박했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1992년부터 할머니들께 드린 지원금 등의 영수증을 할머니들 지장이 찍힌 채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해명한 후 자신이 대표를 지냈던 위안부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재단의 보도자료 내용을 공유했다.

재단은 이날 오후 "2015 한·일합의로 지급된 일본정부 위로금 10억 엔을 거부한 할머니들께 2017년 하반기 100만 시민모금 진행 후 여성인권상 상금으로 이용수 할머니께 1억원을 드렸다"며 4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용수 할머니의 손도장이 찍힌 350만원 상당의 영수증 사진 3장과 1억원의 계좌이체 전표였다.

정의기억연대가 이용수 할머니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영수증 전표 공개 내역/페이스북

재단이 지난 2017년 11월 22일 국민은행을 통해 이 할머니의 대구은행 계좌로 1억원을 이체한 내역이 적힌 은행이체전표 내역서와 재단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1992년 7월 15일 생활비로 이 할머니에게 100만원, 1993년 7월 26일 250만원을 지급하고 이 할머니로부터 수령한 영수증 등이다. 누렇게 색이 바랜 영수증에는 빨간 인주의 손도장과 도장이 각각 찍혔다.

재단은 이 사진과 함께 "92년부터 진행한 정신대할머니생활기금모금 국민운동본부 모금관련 이용수 할머니가 직접 수령하시고 지장 찍은 영수증" "1992년 7월에 정대협에서 생활비 지원으로 이용수 할머니께 100만원을 지급과 관련한 정대협 지급증과 이용수 할머니 영수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의기억연대는 매년 내부감사를 받고 외부 전문가로부터도 세무확인을 받는다"며 "국세청홈택스 공익법인공시를 확인하면 정의기억연대의 기부내역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정의기억연대가 이용수 할머니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영수증 전표 공개 내역/페이스북

윤 당선자가 영수증 실물까지 공개했지만 페이스북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위안부 할머님들에게 쏟아진 기부액이 어마어마한데, 이용수 할머니에게 돌아간 돈이 1억원이라고 한다"며 "이미 돌아가신 분들에게는 그나마 1억도 주지 않았을테고 그럼 남은 돈은 어디에 있느냐"라고 했다. 이어 "그 많은 돈에도 할머니들의 생활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냐"라고 했다.

국세청 홈택스의 '법정·지정기부금단체 기부금 공개내역'에 공개된 정신기억연대 기부금 내역을 보면 지난 2016년(12억 8806만원) 2017년(15억 7554만원) 2018년(12억 2696만원) 2019년(8억 2550만원) 등 4년 동안 누적으로 50억원 가량을 받았다. 작년 연말 기준 지출하지 않고 남아있는 기부금은 22억5841만원이다.

홈택스를 통해 재단의 전신이자 윤 당선자가 대표로 등재된 정대협의 기부금 내역을 보면 지난 2014년(3억 7786만원) 2015년(4억 8180만원) 2016년(5억 6498만원) 2017년(8억 2106만원) 2018년(5억 1839만원) 2019년(2억 9174만원) 등 모두 30억 5200만원가량을 기부금으로 거뒀다. 작년 연말 기준 정대협에 남아있는 기부금은 2억 2220만원이다. 두 단체에 남아있는 기부금을 합치면 24억원이 넘는다.

여성계 일부에서는 이 할머니의 비판이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닌 것으로 본다. 할머니들을 내세워 1992년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집회를 벌이고 모금을 해 왔지만 해당 성금이 할머니들을 위해 쓰여졌다고 보기 어렵단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중앙 및 지방정부로부터 생활안정자금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생활비로 연 140만원, 병원비로 월 150만원 가량을 지원받는다. 할머니들이 시민단체에게 자신들이 받은 돈을 재기부하는 일도 빈번했다고 한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전 이 할머니에 대해 "1992년에 신고전화를 했을 때에 제가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고, 모기소리만한 목소리로 떨면서 '저는 피해자가 아니고, 제 친구가요…'하던 그 때의 그 상황을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며 "그리고 거의 30여년을 함께 걸어 왔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자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내가 윤 당선인을 지지하고 덕담을 나눴다는 얘기는 모두 지어낸 말"이라며 "30년 가까이 위안부 대책 관련 단체에 이용을 당했다"고 했다. 또 '수요집회'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금 10억엔 용처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고 수요집회 성금도 피해자들을 위해 쓰인 적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윤 당선자는 "1992년부터 할머니들께 드린 지원금 등의 영수증을 할머니들 지장이 찍힌 채로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5년 12월28일 한·일 합의로 박근혜정부가 받은 10억 엔에 대해서 오늘 오전에 우리 이용수 할머니와 통화를 하는 중에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다"며 "할머니가 아니라고 하셔서 더는 대화를 이어갈 수 가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댓글로 "이렇게 할머니를 치매로 몰아갈 셈이냐"라고 했다.

[김명지 기자 mae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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