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추가 문건을 둘러싼 청와대의 ‘복잡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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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7.20. 오후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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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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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0일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과 관련된 추가 세부문서를 공개한 것은 문건이 실행이 아닌 참고용으로 작성됐다는 야당 일각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무사와 국방부, 청와대 간 문건 제출 시점을 둘러싼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떨어지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청와대의 ‘승부수’라는 해석도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계엄령과 관련한 문건이 새로 나와서 그 내용을 국민 여러분에게 설명하겠다”고 밝히며 추가 문건 내용을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세부 문건과 보고 제출을 지시했다. 이후 계엄령 문서에 딸린 대비 계획 세부자료가 지난 19일 국방부를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민정수석실에 제출됐다.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단계별 대응계획, 유수령,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4가지 큰 제목 아래 21개 항목(67페이지)으로 작성됐다.

세부자료에는 계엄을 성공시키기 위해 보안 유지 하에 신속하게 계엄선포, 계엄군 주요 (길)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 여부가 계엄 성공의 관건이라고 적시됐다. 자료에는 또 비상계엄 선포문, 계엄 포고문 등이 이미 작성돼 1979년 10월26일, 1980년 계엄령 당시의 문건 내용과 나란히 마련돼 있었다.

김 대변인은 “문건에는 통상 매뉴얼과 달리 합창의장을 배제하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계엄령 선포 시) 계엄사령관의 지휘 통제를 따르게 돼 있고 국정원 2차장이 계엄사령관을 보좌하는 등 국정원 통제계획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자료에는 계엄사 설치 위치도 포함됐다. 계엄선포와 동시에 언론 사전검열 공보문과 언론사별 계엄사 요원 파견계획도 자료에 실렸다. 문건에 따르면 계엄사는 보도검열단 9개반을 편성, 신문의 가판, 방송통신의 원고, 간행물 견본, 영상제잘물 원본을 제출받아 검열할 계획이었다. 김 대변인은 “KBS CBS YTN 등 22개 방송사,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 26개 언론사, 연합뉴스 동아닷컴 등 8개 통신사와 인터넷사에 대해 통제 요원을 편성해 보도통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기무사는 국회 대책도 세웠다.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방법이다. 헌법 77조는 계엄 발동시 국회 과반 찬성으로 이를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막기위한 조치다.

김 대변인은 “20대 여소야대 국회에 대비해 계엄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 당정협의를 통해 계엄해제 국회 의결에 여당(자유한국당) 의원을 참여하지 않게 하는 방안도 문건에 있다”며 “여소야대 대비 국회의원 대상 현행범 사법처리로 의결정족수 미달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계엄사가 먼저 집회 시위 금지 및 반정부 금지활동 포고령을 선포한 뒤 위반 시 구속수사 등 엄정처리 방안을 발표하는 내용이다. 그 이후 사법처리를 통해 의결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무사는 중요시설 494개소 및 집회 예상지역인 광화문과 여의도 2개소에 기계화사단, 기갑여단, 특전사로 편성된 계엄임무 수행군을 야간에 전차, 장갑차를 이용해 신속 투입하는 계획도 수립했다고 한다.

김 대변인은 이날 공개된 세부자료가 통상의 계엄 대비 문건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합참 계엄과에서 통상 2년마다 수립하는 계엄실무 편람과 상이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검토가 아니라 실행을 염두에 둔 근거라고 보는지에 대해서는 “군 특수단이 내용을 파악하고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답을 피했다. 이날 발표가 기무사 해체론과 연결되는 데에는 “전혀 관계 없다”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문건의 위법성과 실행계획 여부, 배포 단위에 대해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가 기무사 문건에 관련된 충격적인 내용을 직접 밝히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그만큼 군 특수단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건의 내용과 별개로 기무사와 국방부, 청와대의 문건 보고시점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7일 “(계엄령) 문건을 봤다고 바로 그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는 성격의 문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국방부로부터 문건을 받고 나서 검토에 들어갔고, 점점 더 그 문건의 내용을 들여다보고 당시 정황들을 맞춰가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처음 문건을 확보(6월 28일)한 뒤 지난 10일 특별수사단을 구성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보름 가까이 늑장 대처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제가 공론화되기 전까지) 참모진이 대통령에게 몇 번 보고했는지는 모르지만, 보고 과정에서 점점 (사안을) 위중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법률적이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문건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들여다봤다. 여기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20일 공개한 사안은 중대함에 대해 이견이 없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를 두고 기무사가 세부 문건을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해당 사실은 인지하고도 청와대에 알리지 않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남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세부자료의 보고 경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다”고만 했다. 문건이 어디까지 보고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단이 수사할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3일 “민정수석실은 언론보도(지난 5일) 전까지 계엄령 문건을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은 지난달 28일 문건을 보고·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혼선이 있었는데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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