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람 등장 않는 애니메이션도 아청법 위반 음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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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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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TV]

실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음란 애니메이션도 아청법을 위반한 음란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가상의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 애니메이션을 인터넷 웹하드 사이트에 올려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게 징역 4년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박씨는 2013년 2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교복을 입은 여성 아동·청소년이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인터넷 웹하드 사이트에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는 아청법상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범위에 실제 사람이 아닌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애니매이션이 포함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박씨는 자신이 올린 만화 동영상은 아청법 제2조 제5호가 정하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재 아청법 2조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규정하고 있다.

1, 2심 재판부는 박씨를 유죄라고 보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만화 동영상의 등장인물들의 외관이 19세 미만의 것으로 보이며 만화 동영상은 전형적인 ‘표현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람이 아니더라도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 등장하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결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는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며 박씨가 올린 애니메이션도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란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명백하게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을 의미한다” 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개별적인 사안에서 표현물이 나타내고 있는 인물의 외모와 신체발육에 대한 묘사, 음성 또는 말투, 복장, 상황 설정, 영상물의 배경이나 줄거리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의 판단 기준을 설명한 최초의 판결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15년 6월 아청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가상의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은 비정상적 성적 충동을 일으켜 아동·청소년 상대 성범죄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며 허구의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 애니메이션 제작·유통을 형사처벌하는 건 5대3의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 2017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최근 다시 소부로 내려보내 이날 선고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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