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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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언론노조 MBC본부, ‘성향분석표’ ‘요주의인물’ 문서 공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 ‘요주의 인물 성향’(위) 등 사측의 블랙리스트로 보이는 문건을 공개했다. MBC 영상카메라기자들은 기자회견 뒤 MBC 사옥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아래).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


“저는 격리대상이었네요.”

언론노조 MBC본부(MBC본부)가 8일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양동암 카메라기자는 카메라를 잡는 대신 기자회견석에 앉았다. 2012년 MBC 파업 때 영상기자회장이었던 그는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양 기자는 블랙리스트 문건에서 ‘X부류’로 분류되어 있었다. 또 “2012년 파업 당시 영상기자회장으로 파업 개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 “사실상 조직 붕괴 이후 노조 인원들의 정신적 중심으로 추후 보도국 이외로 방출 필요”라는 ‘성향 분석’이 양 기자의 이름 옆에 붙었다. 양 기자는 실제로 보도국 바깥으로 발령났고, 파업 후 단 한 번도 승진하지 못했다.

MBC본부는 이날 2013년 작성된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이라는 문서 파일 두 건을 공개했다.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는 MBC에 당시 재직 중이던 카메라기자 65명의 성향과 파업 가담 여부 등을 4개 등급으로 분류한 문서다. ‘☆☆’ 등급은 “회사의 정책에 충성도를 갖고 있고 향후 보도영상 구조 개선과 관련 합리적 개선안 관련 마인드를 갖고 있는 이들”, ‘○’ 등급은 “회사의 정책에 순응도는 높지만 기존 카메라기자 시스템 고수만을 내세우는 등 구체적 마인드를 갖지 못한 이들”, ‘△’ 등급은 “언론노조 영향력에 있는 회색분자들”, ‘X’ 등급은 “지난 파업의 주동 계층으로 현 체제 붕괴를 원하는 이들”로 구분됐다.

‘요주의인물 성향’ 문서에는 X, △, ○ 등급인 일부 기자들의 정치적 성향, 회사에 대한 충성도, 노조와의 관계 등이 기록됐다. 특히 2012년 파업에 적극 가담하거나 노조·영상기자회 등의 집행부를 맡았던 ‘X부류’ 12명은 모두 리스트에 담겼다. “노조의 강경책을 그대로 카메라기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주요 관찰대상” “추후 보도국 이외로 방출 필요” 등의 노골적인 표현이 나온다.

노조는 파일 메타데이터에 남아 있는 문건 작성자가 MBC 파업 후 결성된 제3노조 소속 카메라기자였다고 밝혔다. 권혁용 MBC 영상기자회장은 “본인도 작성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며 “다만 작성자는 전체적 내용을 정리하거나 일일이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조직적으로 문건이 작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메타데이터상 문건이 작성된 시점은 김장겸 현 MBC 사장이 보도국장으로 취임한 지 1개월 남짓 지난 2013년 7월6일이며, 2014년 2월6일까지 수정된 것으로 돼 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실제로 문건 내용 그대로 인사발령이 실시됐고, ‘X부류’로 분류된 상당수가 보도국 밖으로 쫓겨났다”고 말했다. 반면 최고 등급인 ‘☆☆부류’의 대부분은 승진 인사 때마다 1~3단계씩 승진했다고 MBC본부는 전했다.

노조는 진상조사단을 꾸려 모든 직종의 블랙리스트 관련 증거를 수집하기로 했다. 다른 직종에서도 특정인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블랙리스트가 가동됐다는 판단에서다. 김연국 본부장은 “특정 아나운서들을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용하고 싶다는 PD들의 요청이 집중적으로 거부됐다”며 “문건으로 된 블랙리스트가 없더라도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의 머릿속에는 분명히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당시 보도국장이었던 김 사장과 취재센터장이었던 박용찬 논설위원실장을 노동조합법 위반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9일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MBC는 이날 보도본부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정체불명의 ‘유령 문건’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경영진과 보도본부 간부들의 명예를 훼손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모든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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