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쿠데타군 막아선 ‘탱크맨’은 40세 의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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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7.19. 오후 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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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국민이 뽑은 정부 전복하려는 시도 처벌돼야”
메틴 도안



지난 15일(현지시간) 밤 터키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순간, 맨몸으로 쿠데타 세력의 탱크를 막아낸 남성이 있었다. 1989년 중국 톈안먼 사태 때 홀로 탱크 대열을 막아선 시민을 떠올리게 한 이 남성은 소셜미디어에서 ‘탱크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터키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사진의 주인공은 올해 40세의 늦깎이 의대생 메틴 도안. 이스탄불대학 의대에 다니는 그는 18일 국영 아나돌루통신 인터뷰에서 “군대가 시민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소식에 분개해 거리로 나섰다”고 했다. “국민의 재산인 탱크와 총이 국민을 겨누는 비겁함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메틴이 향한 곳은 쿠데타군이 점령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이었다. 시내로 진입하려는 탱크를 보고는 무작정 그 앞을 막아섰다. 군인들은 “비키지 않으면 총을 쏘겠다”고 했지만 메틴은 웃옷을 벗고 그 자리에 엎드려 “당신들은 뭐하는 군인들이냐”고 외쳤다.



탱크는 멈춰 섰다. “만일 쿠데타가 성공하고 탱크가 나를 밟고 지나갔다면, 나도 그날 밤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했다. 메틴은 “국민의 뜻으로 뽑힌 정부를 전복하려는 시도는 처벌받아야 한다”며 “누가 정권을 잡고 있든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틴은 “터키인들은 언제나 억압과 독재에 항거해 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메틴 같은 시민들 덕에 정권을 지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를 진압한 후 스스로 ‘친위 쿠데타’나 다름없는 대규모 숙청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터키 당국이 18일까지 쿠데타를 빌미로 잡아들이거나 직위해제한 이들은 정치인, 군인, 경찰, 판검사 등 2만명에 달한다.

당국은 증거를 제시하거나 적법한 절차를 밟지도 않은 채 시민들을 체포·구금하고 있다. 체포된 이들이 속옷만 입은 채 수갑을 차고 강당 등지에 갇혀 있는 사진도 공개됐다. 몇몇 쿠데타 용의자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18일 앙카라 법원에는 쿠데타 주모자로 지목된 아킨 외즈튀르크 전 공군사령관이 고위 장교 26명과 함께 출두했다. 외즈튀르크의 얼굴은 멍투성이였고, 귀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는 법정에서 “누가 쿠데타를 계획하고 지시했는지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에르도안 정부가 사법부와 군경 내 숙청대상의 ‘살생부’를 만들었다는 의혹도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8일 터키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쿠데타 전에 이미 에르도안을 비판해온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세력으로 의심가는 공무원들의 명부를 작성해 놓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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