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급 악재 둘러싸인 한국…불확실성에 흔들리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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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환율 전면전… 한국경제 ‘퍼펙트스톰’ 직면 / 트럼프 “中 통화가치 사상최저 수준” / 25년 만에 中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 中 인민은행 “美에 깊은 유감” 성명 / 경기하강에 日 리스크까지 복합 악재 / 기재부 “상황별 조치 과감히 취할 것”

한국 경제에 ‘태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정부가 손쓰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국지적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가 영향권에 접어들었다. 미·중 분쟁은 무역전쟁을 넘어 환율전쟁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G2(미·중)’ 패권다툼으로 국제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고 각국의 환율은 요동치고 있다.

일본발 리스크는 하반기 우리 경제에 먹구름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 정부는 1·2차 경제보복을 가한 일본과 전면전을 각오하는 양상이다. 경기 하강 국면에다 태풍급 악재들이 하나둘 쌓이며 최악의 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크다. 이른바 ‘퍼펙트 스톰’으로 상황이 급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불안한 환율 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환전소의 환율 전광판 앞으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와 같은 1215.3원에 마감했다. 뉴시스
미국 정부는 5일(현지시간) 중국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깨는 ‘포치(破七)’를 기록한 직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미국 재무부는 성명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은 환율조작국이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1994년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그것은 환율 조작이라고 불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6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과 세계 각지로부터 거대한 양의 자금이 안전과 투자, 이자율을 이유로 미국에 쏟아지고 있다”며 “우리는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필요하다면 내년에도 다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만족할 만한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공격적 태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중국 중앙은행은 6일 유감을 표명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오후 낸 반박 성명에서 “미국 재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에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미국이 사실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중국에 ‘환율조작국’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남을 해치고 자기도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미·중 경제전쟁 여파로 우리 금융시장은 이틀째 출렁거렸다. 무엇보다 원화 가치가 위안화와 지나치게 연동되는 경향을 보이는 점이 문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2017년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만큼 원화와 위안화 동조 현상이 심해졌다는 의미다.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날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를 열고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상황별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는 심리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체력이 예전보다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7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031억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단기외채 비율도 31.6%(3월 기준)로 1997년 외환위기(286.1%)나 2008년 금융위기(84.0%) 당시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불확실성에 흔들리고 있다. 각종 경기 지표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데다 일본의 수출규제, 환율 불안정 등 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퍼펙트 스톰’을 우려하는 탓이다. 크고 작은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 퍼펙트 스톰의 경제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2% 경제성장률이 위협받을 정도로 실물경기가 악화한 상황에서 미·중 무역갈등과 한·일 갈등이 추가로 더해진 상황”이라며 “특히 일본과의 갈등이 장기, 보복전으로 치닫게 될 경우 금융위기로 전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안용성·박영준 기자,워싱턴·베이징=국기연·이우승 특파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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