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이 사람] "생명구조는 윤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김봉균 재활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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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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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 사람]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29· 사진)는 다친 동물을 구조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그는 동물에게도 윤리가 있다고 믿는다. 지구는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1년간 구조센터가 구조하는 동물은 1000마리 이상이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신고전화를 받으면 자동차를 몰고 달려간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에 쓰러진 고라니를 살린다. 늘 위험이 동반된다. 김 관리사는 “한 생명이 죽는다고 생각하면 마음마저 무거워진다”며 “생명을 구조하는 건 윤리적 업무다”고 담담히 말했다.

구조한 동물 중 대부분은 죽는다. 매번 생명이 숨을 다하는 걸 지켜보는 건 익숙하지 않다. 자동차나 유리창에 부딪히거나 올무에 걸려서, 또 환경오염으로 동물들이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삶을 마감한다. 김 관리사는 “동물을 살리지 못하면 죄책감 같은 게 켜켜이 쌓인다”며 “억지로 무뎌지려고 한다. 안락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내가 능력이 부족하기 보단,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려 한다”고 씁쓸해했다. 구조한 동물이 야생으로 돌아갈 확률은 3마리 중 1마리 꼴이다.

구조보다 중요한 건 원래 생태계에 대한 존중이다. 동물은 철창이 아닌 자연 속에 살아야 한다. 그는 “아파트 베란다에 황조롱이가 둥지를 만들었다. 신고자가 센터로 데려가라고 하지만 조심스러운 일이다”며 “옥상에 둥지를 옮긴 뒤 황조롱이가 이를 인식하도록 유도했다. 사람 손길보다 자연에서 어미가 새끼를 키우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조센터 업무는 전문 지식과 판단이 필요하지만 인력 양성이 어렵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비정규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김 관리사는 “기관에서 전문적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시민들 관심이 적다보니 예산도 부족하고 정책 중요도에서도 밀리는 것 같다”고 고민했다.

김 관리사는 어릴 때 ‘퀴즈탐험신비의 세계’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공주대 특수동물학과를 졸업하고 7년째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일한다. 장학금을 받을 생각으로 학생 때 시작한 일이 지금껏 이어졌다. 생명을 돕는 기쁨, 윤리적 행위를 멈출 수 없다. 김 관리사는 “현대인은 야생동물과 단절된 채 살아간다. 하지만 자연에 있는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걸, 야생동물 없이는 사람도 살 수 없다는 걸, 모든 생명은 귀하다는 걸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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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서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기사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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