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탄 산불, 삽시간에 삼척 LNG기지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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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기지 반경 600m까지 근접…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으로 방어
4일 경북 울진의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강원도 삼척으로까지 번져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산불로 이날 밤늦게까지 주택 43채, 창고 6개, 비닐하우스 4채가 불에 탔다. 산림청은 산불 영향 면적이 축구장 4714개에 해당하는 3300ha에 달한다고 밝혔다. 산불 영향 면적은 산불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면적을 추산한 것으로, 실제 피해 면적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산불 영향 면적이 워낙 넓어 피해 면적이 최근 10년 내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한때 산불이 해안가의 한울원자력본부 1km 앞까지도 번졌으나 원전 관련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4일 오전 11시쯤 경북 울진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이날 오후 8시 30분쯤 강한 바람을 타고 강원도 삼척시 일대까지 번진 모습. 이 산불은 이날 오전 11시 17분쯤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의 한 야산에서 시작됐다. 불이 낮 한때 순간 풍속이 최대 1초당 25m에 달하는 강한 바람을 타고 주변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소방 당국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합뉴스

산림청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7분쯤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은 순간 풍속 초속 25m 이상의 강풍을 타고 최초 발화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10km 정도 떨어진 한울원자력본부 방향으로 번졌다. 한울원자력본부 울타리 등 주변에 불씨가 날아들어 소방대원과 원전 자체 진화대가 불을 껐다. 한울원자력본부에는 원전 6기(한울 1∼6호기)가 운영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한울원자력본부 내 발전소 모두 안전한 상태이며, 인명 피해나 방사능 누출은 없다”고 밝혔다.

원전 피해는 없었지만 불은 오후 5시쯤 강한 바람을 타고 북쪽인 강원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 등으로 번졌다. 산불은 특히 삼척시 호산리에 있는 LNG(액화천연가스) 생산 기지 반경 600m까지 근접했다. 수입 LNG를 보관한 뒤 강원·영남 지역에 공급하고 있는 이 기지에는 LNG 보관 탱크 12개가 설치돼있다.

울진 산불 상황도

소방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중앙 119구조본부 울산 119화학구조센터에서 보유 중인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을 LNG 생산 기지에 배치했다.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은 1분에 7만5000L의 소방용수를 130m까지 방수하는 능력을 갖춘 ‘울트라급’ 소방차다. LNG 생산 기지에는 소방차 89대와 소방 인력 243명이 배치돼 산불을 막았다. 한울원전에도 소방차 18대와 소방 인력 80명이 배치됐다.

산림청은 산불 영향 면적이 울진 3240ha, 삼척 60ha에 달한다고 밝혔다. 산림청 관계자는 “바람으로 인해 불이 워낙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영향 면적이 매우 넓다”고 했다.

이날 산불로 울진군 두천리, 삼척시 월천리 등 2525가구 4525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져 초등학교와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당국은 7번 국도 일부 지역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울진군 일부 지역에선 통신 장애도 발생했다.

울진 산불, 삼척까지 번져… 주민 4500명 대피령 - 4일 강원 삼척시 원덕읍 416호 지방도로 주변 산림이 시뻘건 불길에 타고 있는 가운데 차량 한 대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날 경북 울진의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강원 삼척으로까지 번져 주택 43채, 창고 6개, 비닐하우스 4채 등이 불에 탔다. 산림청은 산불 영향 면적이 축구장 4700여 개에 해당하는 3300ha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날 산불로 울진과 삼척 2525가구 4525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삼척시

산림청은 울진과 삼척에 산불 확산 대응 단계 중 산불 3단계와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하고 현장에 산불 진화 헬기 43대와 소방관 등 산불 진화 인력 1900여 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했다. 산불 3단계는 예상 피해 범위가 100ha(약 30만평) 이상, 평균 풍속이 초속 10m 이상일 때 발령된다. 소방청은 ‘전국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하고 소방차 등 진화 장비 382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산불로 인해 울진군 북면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사택에 마련된 대통령 선거 사전 투표소에선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사전 투표가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울진군 선관위 관계자는 “산불로 인해 한국전력 시스템에 따라 자동으로 정전이 되면서 투표가 한때 중단됐다”며 “오후 4시 전기가 들어온 뒤로는 투표를 재개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9시부터 산불 확산 방지 및 피해 조기 수습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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