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라" 외국계 리포트, LG화학·삼성SDI '뚝' 中 CATL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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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02. 오전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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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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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아시아 3대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0’ 를 개최를 하루앞둔 20일 서울 코엑스 A홀에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들이 전시 준비를 하고 있다. 2020.10.20/뉴스1
외국계 '매도' 리포트에 국내 기업 주가가 휘청인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 영향력이 큰 국내 주식시장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1일 삼성SDI는 전일 대비 1000원(0.16%) 오른 61만60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전날보다 2만5000원(3.91%) 내려 장을 마쳤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비중축소' 보고서 이후 소폭 올랐지만 전일 낙폭을 회복하진 못했다. 시가총액은 보고서 발간 전보다 2조원 가까이 떨어졌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배터리 제조사들의 경쟁이 심화된다며 삼성SDI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하향했다. 목표주가도 57만원에서 55만원으로 내려 잡았다.

숀 킴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EV 배터리 제조사들이 신규 진입자로 인해 경쟁 압력이 거세지면서 주가 상승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며 "전기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나 하위 부품업체에 비중을 둘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나온 날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SDI 주식을 785억원 팔아치웠다. 5거래일 만에 순매도로의 전환이다. 기관도 1149억원 순매도했다. 1일에도 외국인은 73억원 팔았다. 기관은 7억원 사들였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뉴스1
앞서 LG화학도 외국계 매도 리포트로 인해 주가가 대폭 흔들렸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로 LG화학에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매도' 의견을 냈다. 목표주가도 47% 하향했다.

보고서가 나온 뒤 1일까지 LG화학 주가는 7% 이상 빠졌다. 시가총액도 5조원 가까이 하락하며 NAVER에 시총 3위 자리를 내줬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 영향력이 큰 국내 주식시장 특성상 외국계 투자은행의 리포트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리포트를 낸 투자은행이 국제적인 공신력과 명망이 있는 곳이고, 외국인·기관 투자자는 이곳 리포트를 투자전략의 기본 참고자료로 사용한다"며 "리포트에 나온 시나리오 분석 등을 들여다보고 리밸런싱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우리나라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외국인 투자자고,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는 이들에게 영향력이 크다"며 "외국계 증권사가 매도 리포트를 내면 외국인 투자자에게 큰 영향을 미쳐 주가 방향성에도 반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SDI와 함께 투자 의견이 하향된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의 경우, 보고서가 나온 당일 오히려 주가가 6% 가까이 상승하며 삼성SDI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와 관련 황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시장은 개방도가 굉장히 높아 외국인 영향력이 크지만 중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개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영향을 덜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보고서가 나오기 전 그 기업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봐야 하고, 이 경우 크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반면 삼성SDI나 LG화학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30~40%로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증권사 연구원들의 리포트가 정답은 아니라며 투자의견으로 대변되는 결론보다 보고서 전체 내용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연구원의 의견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것이고 매도·매수 결론만 갖고 투자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며 "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을 다 읽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도 "단기적인 가격 흐름보다는 장기적으로 이 회사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지,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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