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고위 당국자 “싱가포르 합의 중요성 이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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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02. 오전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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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브리핑에서 “며칠 안에 더 할 말 있을 것”

트럼프 대북정책 비판해온 바이든 행정부,
트럼프-김정은 싱가포르 합의 존중·계승할지 주목

“2일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서 대북정책 모든 측면 논의”
“이번 협의는 최종 결과 아닌 계속될 피드백 과정”
서훈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연합뉴스/AFP 연합뉴스/일본 내각관방 누리집 갈무리.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합의의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대북정책 검토의 마무리 단계에 이른 조 바이든 정부가 지난 정부의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존중 또는 계승할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될 수 있어 주목된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한 전화 브리핑에서 ‘싱가포르 선언의 일부라도 여전히 유효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싱가포르 합의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며 “우리는 앞으로 며칠 안에 그에 대해 더 말할 게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당국자의 답변이 2018년 6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맺은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바이든 정부가 전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의미인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외교안보 참모들이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등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차별화된 ‘새로운 접근법’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눈에 띄는 언급이다. 바이든 정부 고위 당국자가 싱가포르 공동선언에 의미를 두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것은 처음이다. 바이든 정부가 마련 중인 대북정책에는 싱가포르 공동선언에 대한 평가와 승계 여부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공동선언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 등 4개항으로 이뤄졌다. 한국 정부는 북-미 대화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바이든 정부가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계승·발전시킬 것을 강조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18일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의 출범으로 북-미 대화, 남북 대화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며 “그 대화는 트럼프 정부에서 이뤘던 성과를 계승해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는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이루는 대화, 협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북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공동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에 포함될지도 주목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이 좀더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미국의 소리>(VOA)에 종전선언과 관련해 “미국이 그런 것을 거부하고 싶진 않을 것”이라며 “동시에, 북한에 ‘이제 전쟁이 끝났으니 미군을 한국에서 철수하라’는 식의 구실을 주고싶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2일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애너폴리스의 미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리는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라고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말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참여한다. 이 당국자는 “이번 3자 협의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미국) 팀에 대북정책에 대해 검토하고 논의할 기회를 줄 것이라는 점”이라며 “우리는 대북정책 검토의 최종 단계에 있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일본, 한국과 최종 협의를 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비확산과 최근의 미사일 도발, 코로나19 등 북한 국내 상황, 최근 북한과 중국의 외교 등 북한 정책의 모든 측면을 논의하는 게 우리의 의도”라고 말했다. 3자 협의에 앞서 한-미, 한-일 양자 회담도 열린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이번 3자 협의가 대북정책 발표 전 최종 협의는 아니라며 의견 교환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것을 최종 협의로 보지 않고, 비핵화와 긴장 완화 등 공유된 목적에 관해 일본, 한국과 앞으로 나아가면서 끊임없이 협력할 반복적 과정이라고 믿는다”며 “나는 이것을 최종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3자 협의의 주요 목적은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한국과 일본에게 우리의 전략에서 필수적 요소라고 보는 게 뭔지를 설명하는 것”이라며 “일방적 대화가 아니라 피드백과 제안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북한과 관련해 무엇을 하든지 한국, 일본과 파트너십과 조화 속에서 할 필요가 있다”며 한-미-일 3각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에서 대북정책,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대응 외에도 지역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면서 반도체 공급망과 남중국해 문제, 미얀마 군사 쿠테타 등을 언급했다. 중국에 대한 3국 공동 대응도 협의 주제라는 의미로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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