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계좌 빌려준 대가 안주자 신고 못할거라 생각하고 훔친듯"
투자자들에게 1조6000억원의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 사건이 갈수록 범죄 스릴러 영화를 닮아간다. 수백억원 횡령범이 주연급으로 등장하더니 이젠 그 횡령범을 등친 조직폭력배까지 나타났다. 라임의 배후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내가 횡령한 수원여객 자금 중 수십억원을 조폭 친구가 훔쳐갔다"고 검경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의 ‘조폭 친구’ A씨는 강남 유흥업계에서 유명한 모 마담의 남편이기도 하다. 김 전 회장은 라임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A씨 아내의 룸살롱에서 매달 억대 술값을 써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수원여객을 인수한 뒤 회삿돈 241억원을 6개의 법인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그중 한 페이퍼컴퍼니의 대표였다. 김 전 회장은 오래전 이혼 후 집 대신 강남 호텔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A씨는 작년 1월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 주차장에 있던 김 전 회장 외제차 트렁크에서 수표와 현금 등 50억원을 훔쳐갔다. 수원여객에서 빼돌린 241억원 중 한 덩어리였다.
김 전 회장의 지인은 "A씨가 계좌를 빌려주는 등 도움을 주고도 횡령금을 나눠 받지 못하자 훔쳐 버렸다"며 "구린 돈이라 김 전 회장이 경찰에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라고 했다. 실제 김 전 회장은 본인이 아닌 스타모빌리티 관계자가 50억원을 도난당한 것처럼 차명으로 A씨를 경찰에 고소(절도 혐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김 전 회장이 '나도 돈이 없다'며 사정사정하자 A씨는 8억원을 돌려줬고 나머지는 도박 자금 등으로 쓴 걸로 안다"고 했다.
서울남부지검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도 과거 조폭 활동 전력이 있었고 A씨는 광주 충장OB파 소속 현역 조폭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은 검경 조사에서 A씨가 훔쳐간 돈을 줄여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35억원을 도난당했고 4억원을 돌려받았다"고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 이유를 조사 중이다.
한편 A씨의 아내는 작년 클럽 버닝썬 사태 때 유명세를 탔던 ‘정마담’의 동료로 알려졌다. ‘정마담’은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전 대표와 가수 승리의 성접대 의혹과 관련, 업소 여성들을 알선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고향 친구인 청와대 행정관 출신 김모(46·구속) 금감원 팀장과 A씨 아내의 룸살롱을 비롯해 '정마담'의 S룸살롱에서도 자주 어울렸다. 김 전 회장은 S룸살롱에 10억원을 미리 결제해 놓은 뒤 접대를 했으며 한 번에 룸을 3개씩 빌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의 S룸살롱 접대자리에 낀 적이 있다는 업계 관계자는 "자리가 끝난 뒤 김 전 회장이 '대리기사를 불러 가라'며 500만원씩 주더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이 빼돌린 수원여객 자금 241억원 가운데 피해 회복이 된 금액은 80억원 정도다. 나머지 161억원에 대해선 상장사 인수대금 80억원, 상품권 구입 5억원, 교회 헌금 1000만원 등 용처가 상당 부분 규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중 일부가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계좌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서울의 한 사설 물품보관소에 숨겨놨던 55억원의 현금 다발은 재향군인회상조회 횡령 자금으로 보고 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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