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언 진의' 묻는 질문에 돌연 "전두환 경험해보지 않아서"
"무상급식 사퇴 오세훈, 보궐선거 책임의 원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26일 "20대는 과거 역사에 대한 경험치가 낮다"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된 것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하는데 전두환 시대를 경험해보지 않아서 그 상황을 비교하기가 힘들다'고 20대가 말한 적이 있다는 상황을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이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이유가 어떻든간에 섭섭했다면 제가 좀 더 잘해야겠죠"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후보는 "오세훈 후보가 10년 전 아이들을 무상급식을 하면서 차별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며 "그런데 그것을 왜곡 편집해서 보도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박 후보는 이날 아침 서울 북가좌동 유세 도중 기자들로부터 '20대 지지율이 낮게 나온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고 "20대의 경우 과거의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는 40대와 50대보다는 경험치가 낮지 않나"라며 "그래서 지금 벌어지는 여러 상황을 지금 시점에서만 보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발언이 알려지자 마자 '청년 비하' 논란이 일었다. 황규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지지율이 떨어지면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하는데, 박 후보는 '20대 역사적 경험치'를 운운했다"며 "이 땅의 청년들을 얕잡아보는 발언"이라고 했다. 황 부대변인은 지난 2019년 민주당 설훈 의원이 민주당의 20대 남성 지지율을 낮은 이유로 '교육을 제대로 못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던 발언을 언급하며 "습관성 비하"라고도 했다.
박 후보의 발언을 직역하면 만 33세(1988년생) 이하 연령대의 사람들은 '전두환 군부독재 시대'를 경험해보지 못해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후보가 '전두환 시대'를 언급한 것은 전두환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자극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80년부터 1988년까지 대통령을 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군부독재'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 후보는 또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는 지적에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011년 보궐선거의 (책임론) 원조격"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오 후보는 책임론) 이러한 이야기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이 세월호 사건이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 오 후보로 인한 보궐선거와 관련해 정식으로 국민에게 사과했던 기억이 없다. 이 부분은 적반하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고(故)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피소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치러지는 선거다. 그런데 박 후보는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이던 지난 2011년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패배하면서 시장직을 사퇴한 것이 보궐선거의 이유라는 것이다. 오 후보가 사퇴로 그 해 열린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전 시장이 당선됐고, 내리 3선을 했다가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세장에서 9억원 이하 주택의 공시가격 인상률을 10% 이내로 조정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선 "코로나 상황에서 서민의 가계 부담, 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며 "당에서 충분히 받아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박 후보의 '전두환 경험 못해서' 발언을 놓고 네티즌들은 "586은 일제시대를 경험해서 친일파를 비난하는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 대선 당시 가장 지지율이 높았던 세대가 20대였는데, 그 사람들은 경험치가 부족했던 것인가" "60대는 전두환 시대를 경험해서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것이냐"라는 반응을 내놨다.
[김명지 기자 mae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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