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한국 재판, 정치·여론 움직임에 쉽게 영향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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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08. 오전 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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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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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 부인한 서울중앙지법 징용소송 각하 배경 분석
외무성 간부 "한일관계, 갑자기 좋아지는 일은 없을 것"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일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이 각하한 것과 관련, 일본 언론은 8일 이 판결이 한국과 일본 관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면서 판결의 특징과 배경을 짚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전날 징용 피해자 85명이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한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7일 각하결정을 내렸다. 원고 측이 1심 선고 후 법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hkmpooh@yna.co.kr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서울중앙지법의 이번 판결이 2018년의 대법원판결과 다르게 일본 주장에 일정 정도 부합하는 내용이라며 한국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이후 한국 법원이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징용 소송에서 원고 주장을 배척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는 2018년 한국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청구권협정에 어긋나기 때문에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한 상태가 됐다며 청구권협정 취지에 부합하는 문제 해결책을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닛케이는 원고 측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항소심에서 다시 배상 명령이 나올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악화한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이어 최근 한국 법원에서 역사 문제에 관련된 소송에서 원고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월 위안부 피해자 소송에서 일본 정부에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린 뒤 4월에는 같은 내용의 소송을 다른 재판부가 각하한 사례를 들었다.

이 신문은 "한국 재판은 정치나 여론의 움직임에 쉽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며 보수와 진보가 격렬하게 대립하는 정치 풍토 속에서 판사 개인의 정치적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이번 판결 배경을 분석했다.

닛케이는 한국에선 판사 인사가 정권의 의향에 좌우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서울 용산역 강제징용노동자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사히신문은 이번 판결에는 청구권협정에 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 명기됐다면서 역사문제로 악화한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국제법적 관점에서 보면 청구 각하로 판단한 것이 타당하다"며 종전의 한국대법원 판결이 하급 법원에서 시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국제법 전문가 미즈시마 도모노리(水島朋則) 나고야대학 교수 말을 소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판결을 부정하는 이례적인 판단이 나왔다"며 서울중앙지법이 각하 판결을 내린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요미우리는 다만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데 하나의 원인이 된 징용 소송을 놓고 문재인 정부가 원고 측이 납득할 해결책을 찾겠다고 하고 있고, 다른 소송에서 이미 패소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절차도 진행 중이어서 이번 판결이 한일관계 개선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관망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이 인용한 일본 외무성 간부는 "(일본 측이) 패소한 것보다는 잘된 일이지만 숲 전체를 보지 않고는 평가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 교도통신이 인용한 외무성 간부는 악화하기만 하던 한일 관계에서 "한숨을 돌릴 판결"이라고 환영하면서도 패소한 원고가 항소하겠다고 밝힌 점을 들어 "이번 1심 판결만으로 한일 관계가 갑자기 좋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결 후의 한국 정부 동향을 주시하겠다면서 "양국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이 책임지고 대응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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