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2018 블리즈컨의 여파가 느껴지는 거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디아블로 차기작 발표가 다름 아닌 디아블로 모바일 버전인'디아블로 이모탈'로 밝혀지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충격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반 유저부터 기자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번 디아블로 이모탈 사건에 대해 다뤘고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반응 또한 많이 접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당장 이 글에 달릴 댓글만 봐도 반응을 알 수 있을 테고요. 따라서, 저까지 가세하여 이번 이모탈 사건에 대해 오목조목 따지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조금 흔하지 않은 반응이 나와서 함께 읽어보고자 합니다. 바로, 블리자드 초기 멤버이자 디아블로2를 개발했던 'Mark Kern'의 글입니다. 과거 블리자드를 함께 했던 사람이 보는 이번 디아블로 이모탈은 어떨지 아래에 담아보았습니다.
Mark Kern: 제가 과거에 디아블로2 프로듀서를 맡았었던 만큼, 많은 분들이 저에게 블리즈컨에서 "디아블로 이모탈"을 발표한 큰 실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습니다. 이런 말을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블리자드는 더 이상 게이머들을 이해하는 회사가 아닌 거 같습니다.
디아블로의 모바일 버전이 나온다는 거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팩트는 디아블로 모바일은 '하나의 옵션'으로서 원할 뿐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전 블리자드가 그동안 떡밥을 뿌린 방식과 블리자드 경영진이 이 정도의 (수위 높은)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블리자드는 조금 더 진짜 게이머다운 생각을 했었어야 합니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에 대한 기대감을 과도하게 부추겼습니다, 어찌 보면 나쁜 움직임(주: 마케팅 적으로)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건, 모든 게이머들이 디아블로의 PC 차기작을 생각하고 있는 중에 모바일을 등장시켰다는 겁니다. 마치 디아블로 PC 차기작을 미끼(상품)로 삼아 과대광고를 한 꼴이라는 거죠.
블리자드가 말하길, 디아블로에 대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모바일 발표와 함께 PC를 기반으로 한 차기작에 대한 최소한의 티저라도 공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진짜 핵심은 블리자드 이번 반발에 대해 *놀랬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발을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백업 플랜논란에 대응 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죠. 그냥 아무 디아블로 게이머를 붙잡고 물어만 봤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었던 부분임에도 말입니다.
초기 블리자드는 게이머들에게 직접 게임에 대해 물어볼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회사에 있는 사람들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전부 하드 게이머였기 때문이죠. 저희 스스로가 한 명의 개발자이자 저희 게임에 대해 가장 가혹한 게이머였습니다. 제가 만약 당시에 이런 나쁜 프로젝트를 강행하려고 했다면 제 사무실 문 앞에 저를 설득하기 위한 개발자들로 줄을 이뤘을 겁니다.
이랬던 블리자드가 지금은 이런 비난 여론에 대해 대응할 방법을 찾기는커녕 대처할 자세조차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저에게 큰 실망으로 다가옵니다. 이번 문제는 유저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블리자드가 좋지 못한 PR을 했고 블리자드의 나쁜 문화 중 하나가 드러난 부분입니다.
바로 "우리가 더 잘안다."고 생각하는 거죠.
블리자드는 더 이상 남들보다 더 잘 알지 않습니다. 벌어들이는 수십억 달러의 수익에 묻혀 유저들과의 소통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는 분명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많은 대기업들이 실패한 원인이었으니까요. 노키아, 블록버스터미국의 비디오 대여점. VOD 시대가 오면서 망함.를 기억하시죠?
오늘날의 개발자는 항상 게이머와 대화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 개발 규모가 너무 커지면서 유저와의 소통을 잃은 경우가 잦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많은 개발자들이 게임개발자가 되는 순간 게임에서 손을 놓기 시작하죠. 이것이 유저와 회사 간의 벽을 허물고 대화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도 블리자드가 이번 일로 유저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열정적"이라고 표현한 건 좋습니다. 그러나 디아블로 PC 차기작에 대해선 사과를 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지금은 블리즈컨 기간이라 바쁘겠지만 추후 좋은 대응하길 바랍니다.
위 장문의 트윗글을 남긴 "Mark Kern"의 블리자드 개발자 시절 작업 목록
스타크래프트1 (1998)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1998)
스타크래프트 64 (2000)
디아블로2 (2000)
워크래프트3: 프로즌쓰론 (2003)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리지널 (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