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스트리트뷰로 서울 녹지율 분석해보니...광진·관악은 생활권녹지 부족, 강남3구는 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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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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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산림이 많은 서울 북서부와 남서부, 동부 등에 녹지가 많을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이들 지역의 생활권 내 녹지는 서울 내에서도 적은 것으로 꼽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구글스트리트뷰 이미지를 이용해 서울 전체의 가로변 녹지 비율을 분석한 결과 광진·중랑·관악·금천·은평·양천구 등은 생활권 녹지가 부족한 지역으로 꼽혔고, 강남 3구와 종로·노원구 등은 가로변 녹지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양대 도시공학과 연구진이 지난 8월 대한국토계획학회지 ‘국토계획’에 발표한 ‘구글스트리트뷰와 딥러닝을 활용한 서울시 녹지 형평성 분석’ 논문을 보면 서울 북서부와 남서부·동부 등 외곽 지역은 가로 녹지율이 서울 전체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서초·송파구와 종로·노원구 일부 등 지역은 비교적 가로 녹지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공원 및 녹지면적을 통해 분석한 서울의 녹지 핫스팟과 콜드스팟. 녹지가 많은 곳을 의미하는 핫스팟은 빨간색, 반대 의미의 콜드스팟은 파란색. 한양대 도시공학과·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지 ‘국토계획’ 제공.


서울의 구글스트리트뷰 이미지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한 서울의 녹지 핫스팟과 콜드스팟. 녹지가 많은 곳을 의미하는 핫스팟은 빨간색, 반대 의미의 콜드스팟은 파란색. 한양대 도시공학과·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지 ‘국토계획’ 제공.


연구진은 기존에 도시 내 녹지비율을 따질 때 주로 사용해온 공원 및 녹지면적이나 식생의 밀도 및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식생지수를 통해 본 녹지 비율 대신 구글스트리트뷰 이미지에 나타난 녹지 비율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즉, 시민들이 거주하는 생활권과는 거리가 멀 수 있는 산림이나 대규모 공원 대신 가로수나 소공원, 아파트 조경수 등 거리를 걸으면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와 작은 숲의 비율을 실제 사진 속 모습을 통해 추산한 것이다.

연구진은 기존의 분석 방식에서 주로 서울 외곽인 북서부, 남서부, 남동부 지역에 녹지가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에 비해 가로녹지율은 이들 지역에서 낮게 나타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통적 분석에서 녹지가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난 광진구 동쪽(아차산), 관악구(신림 일대, 관악산) 등 지역은 가로 녹지율 분포에서는 녹지가 부족한 지역을 의미하는 ‘콜드스팟’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이 공개한 지도상의 콜드스팟은 광진·금천·양천구 대부분 지역, 관악·은평구 일부 등이다. 핫스팟으로 꼽힌 곳은 강남, 서초구 대부분 지역과 강동·노원·송파·종로구 일부 지역이다. 논문 주저자인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도시계획 박사과정 1년차 기동환씨는 경향신문에 보낸 이메일에서 “콜드스팟은 녹지가 적게 분포한 지역이 공간적으로 밀집된 지역으로, 핫스팟은 녹지가 많이 분포한 지역이 지리적으로 밀집된 지역으로 이해하면 쉽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기존 방식의 분석에서는 서울 외곽의 대규모 산지 및 녹지가 주로 포함되는 것에 비해 가로녹지율은 가로변에 존재하는 소규모 및 생활 녹지가 중심이기 때문에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녹지 측정 방식으로 산출된 녹지비율은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녹지와는 괴리가 있는 산림 등의 녹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녹지의 정도를 대변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구글스트리트뷰 이미지를 통해 분석한 서울의 가로녹지율. 색이 진할수록 가로수나 소공원 등 가로변 녹지의 비율이 높음을 의미한다. 한양대 도시공학과·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지 ‘국토계획’ 제공.


연구진에 따르면 서울 전체의 가로 녹지율 평균은 10.1이었으며 가로 녹지율이 가장 높은 행정동은 노원구 상계2동(30.6)이었다. 가로 녹지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광진구 중곡1동(2.7)이었다. 연구진은 구글스트리트뷰의 이미지에서 인공지능이 녹지로 분류한 픽셀 수를 전체 픽셀 수로 나눈 뒤 100을 곱해 녹지율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값이 클수록 해당 지점에서 시각적으로 보이는 녹지의 비율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픽셀은 디지털 화상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화소를 말한다.

연구진은 또 기존 분석 방식에서 강남, 서초구 가운데 일부 지역에만 녹지가 많은 것으로 나오는 것과는 달리 구글스트리트뷰 분석에서는 이들 자치구에 광범위한 가로변 녹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2018년 봄 촬영된 구글스트리트뷰 사진 13만8930장을 인공지능의 딥러닝을 통해 분류하고, 녹지 비율을 분석해 가로녹지율을 산출했다. 2018년 사진을 사용한 것은 2016~2017, 2019~2020년 서울에서 촬영된 사진이 1000장 미만인 것에 비해 사진 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수치가 행정동별 평균 327.6장의 이미지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로녹지율을 산출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연구진은 기존의 분석 방식과 달리 구글스트리트뷰를 통해 본 녹지 비율은 실제 사람들의 시선이 닿는 곳에 존재하는 녹지가 주로 포함되는 데다 기존에 간과되던 소규모 녹지도 포함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생활권 녹지가 얼마나 많은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구글스트리트뷰가 차량을 이용해 촬영된 이미지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보행자 시선이 아닌 차량 시선에서 본 녹지 비율이라는 한계는 존재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가로녹지율과 서울의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공간적 분포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의 가로녹지율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가로녹지율이 높은 근린환경은 일반적으로 질 높은 환경을 의미하며 높은 주택가격이 형성된다는 선행연구와도 관련이 있다. 즉, 저소득층 거주지역과 가로변 녹지가 풍부한 지역 간의 공간적 이격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가로변 녹지는 거주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신체활동 및 건강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라며 “가로변 녹지에 대한 불평등은 환경 불평등,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따라서 서울시 내 가로 녹지환경의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소외계층이 주로 거주하고 가로변 녹지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을 대상으로 정부 차원에서 녹지 공급 및 관리 정책이 우선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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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환경, 생태, 기후변화, 동물권, 과학 분야의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에서 열공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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