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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비즈①]곽정환 PD "사전제작 드라마, 다양하고 풍요로운 대중문화로"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곽정환 PD가 한국 드라마의 방향성과 사전제작 드라마에 대한 소신을 전했다.

곽정환 PD는 지난 2007년 KBS2 ‘한성별곡-정(正)’을 통해 스타일리시한 사극의 등장을 알렸다. 이후 ‘추노’(2010)를 연출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추노’는 기존 사극과 차별화된 영상미는 물론 강렬한 주제 의식을 담으며 방송된 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품 드라마를 말할 때 늘 언급되고 있다.

‘추노’와 함께 스타 PD로 떠오른 곽정환 PD는 지난 7월 종영한 JTBC ‘미스 함무라비’를 통해 다시금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미스 함무라비’는 여느 법정 드라마와 달리 판사가 중심이 돼 사법부의 민낯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화제가 됐다. 특히 현직 판사인 문유석 작가가 집필을 맡았고 방송 전 90% 이상 사전 촬영한 사전제작 드라마로 한국 드라마에 있어서 새로운 도전을 해낼 수 있었다. 이 중심에 있었던 곽정환 PD는 누구보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 가득한 모습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 ‘미스 함무라비’는 여러모로 신선한 작품으로 다가왔다. 특히 현직에서 근무 중인 문유석 판사가 직접 처음으로 대본 집필을 맡아 화제가 됐다. 어떻게 보면 연출자로서 도전일 수 있다.
경험이 많은 작가와 함께 할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원작자가 가지고 있는 세계를 바꿔놓거나 자칫 멜로로 흐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 속 정신이 훼손될까봐 신인 작가와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정신을 가장 잘 아는 원작자 문유석 판사와 함께 했다.

-문유석 판사가 있었기에 현실적인 판사들의 이야기와 세밀한 내용 표현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문유석 판사는 천재다. 재능이 많은데 못 풀고 있었다. 고등학교 동문인데 10년 전부터 함께 법정 드라마를 한번 하자고 했다. 사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법률가 출신의 작가들도 많다. 사랑이나 재벌 2세의 이야기보다는 전문적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담는다. 그렇게 되면 대중이 향유하며 즐길 수 있는 문화도 풍요로워진다. 휴식을 취하며 대중문화를 통해 정신이 풍요로워져야 하는데, 재벌 2세를 본다면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 있어서 ‘미스 함무라비’를 비롯해 ‘추노’ 천성일 작가, ‘한성별곡’ 박진우 작가 등 당시 신인 작가들과 많은 호흡을 맞췄다.
그렇다. 신인 작가들이 계속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 같은 사람들이 계속 시도해 뭔가를 깨고 넓혀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다. 본의 아니게 신인 작가와 계속 작업하며 많이 부딪혀봤기에 그런 것에 겁이 나지 않는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가 예전에 비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오히려 케이블·종편 드라마가 역전하고 있다. ‘지상파의 위기’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지상파, 케이블, 종편 모두에서 작품을 만들어 본 곽정환 PD의 생각이 궁금하다.
권위를 앞세웠던 지상파의 감독, 작가들이 완전히 깨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지상파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에 시청률에 영향을 준 것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권위와 문법에 안주하고 있었던 이들이 있다. 이들은 굉장히 권력화된 모습으로 쉽게 진입할 수 없는 시장을 만들었더라. 그것을 많은 신인 작가들이 깨뜨렸고 상당 부분 작업을 CJ에서 했다. 저 역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서 JTBC에서 작품을 했고 다행히 신인 작가와 새 시도를 하는데 두렵지 않은 구조더라. 이와 달리 지상파에는 ‘CP 몰래 숨어서 기획한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쇠퇴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 시장에 있어 케이블 채널이 한 역할은 무엇일까.
산업적인 위상에 비해 드라마가 담아내는 내용이 조금은 더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규모만 발전했고 작품의 수준은 아직 조금 더 발전이 필요하다. 지상파와 스타 작가 중심의 독과점 구조가 유지되고 드라마 생방송이 당연시 되며 완성도에 대한 고민이 적어졌다. 그런 면에서 보면 케이블 채널이 엄청난 역할을 했다. 부작용도 있지만 거대한 지상파를 깨버린 것이다. 지상파가 상대를 안 해주니 케이블에서 많은 신인을 키웠다. 제작진의 가능성을 보고 새롭게 시도했고 지상파에서 못했던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했다.
-최근 드라마에 있어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사전제작’이다. 사전제작 드라마는 비교적 여유로운 제작 일정이 보장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사전제작 현장에서도 여러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사전제작인데도 하루에 소화해야 하는 분량이 정해져 있는 이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향후 주52시간 근무제가 촬영장에도 도입되면 더 많은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예전부터 밤샘 촬영을 싫어했다. 스태프들이 조금이라도 잠을 자야 기본적인 컨디션을 유지한다고 생각한다. 사전제작인데 스태프들의 수면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정말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사전제작을 계속 시도했던 것이다. 한국 드라마는 최첨단 사업분야가 된 것이 맞다. 하지만 경제적 효율성을 강요당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현장에서 여덟 시간만 일한 뒤 휴식을 하니 굉장히 좋더라. 초과해서 일을 시키면 노동법을 어겼다고 고발을 당하더라.

- 아무래도 사전제작 드라마로 ‘태양의 후예’나 ‘미스 함무라비’ 등 성공작이 손에 꼽히고, 성공 사례가 적다는 편견도 있다.
사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사전제작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바로 편성되고 촬영이 되면 좋은데 사전제작은 몇 달 전부터 준비할 것이 많다. 사전제작이 실패를 많이 한다는 편견도 있는데 사실 반대의 경우에서 실패가 더 많다. 또 드라마의 성패가 4회까지 난다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 역시 고정관념이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다시보기를 통해 한 번에 보는 시청자도 굉장히 많다. 본방 사수는 옛 이야기가 됐다. 그만큼 작품의 전체적 완성도가 중요해지고 ‘생방 드라마’가 나올 수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곽 PD가 생각하는 사전제작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이제는 볼 것이 많아진 완전 경쟁 체제가 됐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은 이것으로 인한 실패가 두려울 것이다. 사실 사전제작이 독점을 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신인 작가와 함께한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이 시상식을 휩쓸었다. 고정관념을 깬 사례기도 하다. 완성도 있는 대본이 있다면 신인 작가나 제작진에게도 기회가 오고 배우 역시 다양해진다. 그렇다면 작품의 정신도 다양해지고 대중문화가 풍요로워진다. 그 시대의 고민을 담으려면 내용이나 형식적인 리얼리티가 담겨야 한다. ‘미스 함무라비’의 경우에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판사인 문유석 작가와 함께한 것이고 사전에 함께 촘촘한 대본을 쓸 수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사전제작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국 드라마는 정착화 된 시즌제 드라마가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시즌제에 대한 수요는 이어지고 있다. 이번 ‘미스 함무라비’에도 시즌2를 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미스 함무라비’에서 멜로가 등장하지 않기를 바랐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중요한데. 그런 면에 있어서는 작가님과 제가 잘 안 맞았다.(웃음) 멜로를 진행시키지 않았더라면 시즌제가 갈 수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시즌제보다는 작품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곽 PD가 생각하는 드라마의 완성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신이 아닐까 생각된다. 최근에는 예능과 드라마의 경계가 무너져 버리기도 했는데 우리가 왜 처음부터 예능과 드라마를 구분지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도 있는데 과연 드라마가 재미만 있어야 할까. 드라마에는 고유의 정신과 깊이, 감동이 있다. ‘미스 함무라비’를 만들 때도 드라마의 정신을 보여주기 위해 스타일이나 영상미를 포기하고 오로지 디테일과 리얼에만 집중했다.

true@sportsseoul.com

사진 | 홍승한기자 hongsfil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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