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없지만 ‘나도 하면 된다’ 되새기며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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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8.11. 오후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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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선천성 시각장애인 최초로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김현아씨가 9일 서울 여의도에서 흰 지팡이를 짚으며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시각장애인인 제가 걸어온 길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지나고 보면 고난도 축복이란 생각이 듭니다. 소외받는 이웃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하는 인권 변호사가 되겠습니다. ”

미국 미네소타 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지난 5월 면허증을 받은 1급 시각장애인 김현아(32·여·사진)씨.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김씨가 미국 변호사가 되기까지 가졌던 신념은 ‘나도 하면 된다’였다. 국내 선천성 시각장애인이 미국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을 딴 것은 그가 처음이다. 김씨는 초중고 시절 경남 창원과 울산에 살며 동네 교회 등을 다녔다.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인권변호사와 법학교수가 되겠다고 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은 괜찮았어요. 제가 힘들었던 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부모님을 떠올리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수없이 되새기며 기도를 했습니다.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 고통 받는 자들의 친구가 되겠습니다.”

그는 초·중·고등학교 과정 12년을 부산맹학교에서 공부했다. 공주대에 진학, 특수교육과 법학을 복수전공하면서 장애인교육 및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7년 미국 콜롬비아 칼리지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며 미국 로스쿨 진학준비를 본격 시작했다.

“제가 어릴 때부터 법정드라마를 좋아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습니다. 미국 변호사를 택한 것은 좀더 인권이 발달하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고요.”

하지만 그의 도전은 녹록치 않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교재를 구하기 어려웠다. 김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전문교재가 부족해 부모님이 점자로 바꾸어 주셨다”며 “점자번역비도 많이 들었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회적인 배려가 좀 아쉽다”고 말했다.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 졸업식 때 데이비드 위프먼 교수와 함께 한 김현아씨(왼쪽).

시각장애인 교육체계도 발목을 잡았다. 시각장애인이 다니는 맹학교에는 인문계 과정이 거의 없다. 주로 안마와 침술 위주로 교육하는 소위 ‘실업계’이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이 대학에 가려면 별도로 공부를 해야 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고맙다”는 말을 전한 그는 삼성사회봉사단에서 학비를 지원받았다. 미네소타대 로스쿨에서도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로스쿨 재학 중에 저소득층과 위탁아동, 비행청소년, 특수교육 문제를 다루며 인턴생활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최근 KBS 3라디오 프로그램 ‘내일은 푸른 하늘’에 출연하고 있다. 장애인 인권과 관련한 이야기를 심도 깊게 나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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