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설치만 서두르고
재활용제도 도입은 뒷전
11년뒤 폐모듈 3만t 쏟아져
◆ 신재생 과속의 그늘 ◆
특히 정부는 태양광 설비가 얼마나 철거되는지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태양광 모듈 재활용제도 도입도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 비해 10년가량 늦어 신재생 과속에 따른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발전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폐기물을 담당하는 환경부가 철거되는 태양광 쓰레기 현황을 정확히 집계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폐기물로 신고돼 들어오는 태양광 폐모듈량을 집계하고 있지만, 신고하지 않고 처리하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이 안 돼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통상 태양광 발전 모듈은 20년을 사용하면 폐모듈로 분류되기 시작한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국내 태양광이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을 감안하면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태양광 폐모듈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양광산업협회 추산에 따르면 2023년 연간 988t에 달하는 태양광 폐모듈이 2028년에는 9632t, 2033년에는 2만8153t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20㎏의 폐모듈 한 장이 2㎡를 차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2만8153t의 폐모듈 면적은 2.8㎢에 달한다. 이는 여의도 면적(2.9㎢)과 맞먹는 양이다.
정부는 태양광 폐모듈 재활용을 위해 2023년부터 국내 태양광 모듈에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EPR)를 도입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PR는 현재 건전지, 타이어, 윤활유 등 12종 제품에 적용하는 제도로 재활용공제조합을 만들고, 수집·운반 등 재활용에 필요한 비용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제도다. 2023년 태양광 폐모듈 EPR를 시작하려면 공제조합을 미리 지정하고 운영하는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아직 공제조합조차 선정하지 않았다.
태양광 재활용 전문가인 이진석 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원은 "태양광 모듈은 완전히 분해해 재활용하기보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재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며 "현재 EPR는 재활용에 방점을 찍은 제도라 그대로 태양광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