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PICK] 8m 바닷속에 농작물 자란다…놀라운 '애그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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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12. 오후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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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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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IT ‘애그테크’ 확산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인근 샌카를로스에 있는 벤처기업 아이언 옥스(Iron Ox)의 수경 농장. 743㎡ 크기의 실내 농장에 농부와 농기구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로봇 2대가 농장 안을 돌아다니며 로봇 팔을 이용해 해충 피해를 입은 잎을 골라내고, 많이 자란 작물은 더 넓은 공간으로 옮긴다. 인공지능(AI)은 로봇을 조정하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을 이용해 채광·온도·습도를 조절해 최적의 생육환경을 만든다. 아이언 옥스는 이런 식으로 상추·바질·수영 등의 채소를 인근 식료품점에 공급한다.

아이언 옥스의 실내 수경농장. [사진: 아이언 옥스]
이 회사 브랜든 알렉산더 공동창업자는 더버즈·쿼츠 등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반을 쌓아 올려 재배하므로 기존 농장의 30분의 1의 면적만 필요하다”며 “한번 사용한 물도 재활용할 수 있어 물 소비도 줄였다”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최근 1300만 달러(약 154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대표적인 1차산업으로 꼽히는 농업이 정보기술(IT)을 만나 ‘애그테크’(Agricultural Technology의 줄임말)로 거듭나고 있다. AI·빅데이터·로봇 등의 IT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으로 최근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알리바바·소프트뱅크 등이 투자에 나서며 IT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루트AI의 ‘버고1’은 인공지능ㆍ빅데이터를 활용해 어느 토마토가 충분히 익었는지 가려내고(사진 오른쪽), 로봇 팔을 이용해 상처를 내지 않고 수확한다(왼쪽). [사진 루트AI]
11일 농림수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는 애그테크의 활용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블루리버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레티스봇’은 경작지를 돌아다니며 상추 싹과 잡초를 구분해 잡초에만 제초제를 분사한다. 트랙터 앞부분에 설치된 AI는 수백만장의 식물 이미지가 저장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0.02초 만에 작물과 잡초를 구분할 수 있다.

기존 트랙터·콤바인 등에 사용했던 자율주행 기능의 접목도 활발해지고 있다. 스위스의 에코로보틱스가 개발한 제초로봇은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농장을 자율주행하며 AI가 잡초를 발견하면 로봇팔이 잡초를 뽑는다. 미국 스타트업 루트AI가 개발한 ‘버고1’은 온실을 다니며 어느 토마토가 충분히 익었는지 가려내고, 수확한다. 어번던트 로보틱스 로봇도 비슷한 방식으로 과수원을 이동하면서 사과를 상자에 담는다. 비슷하게 딸기·고추 등을 수확하는 로봇도 나왔다. 댄 스티어 어번던트 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적외선 센서와 컴퓨터 비전 기술을 사용해 나무와 열매에 상처를 주지 않고 수확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닛산의 기술자인 테츠마 나카무라가 개발한 로봇 오리. 친환경 오리농법을 응용했다. [닛산 동영상 캡처]
드론을 활용해 필요한 구역에 살충제를 투하하고, 하늘에서 식물의 생장 상태와 병충해 발병 여부를 알아내기도 한다. 아직 연구 단계지만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 연구진은 꿀벌 대신 꽃가루를 수정할 수 있는 초소형 드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일본 닛산의 기술자인 테츠마 나카무라가 개발한 로봇 오리는 물 위를 떠다니며 아래에 달린 물갈퀴로 잡초가 뿌리내리는 것을 차단하고 물 위에 있는 이물질을 분산시켜 햇빛과 산소공급을 원활하게 해준다. 오리를 논에 풀어 놓던 친환경 오리 농법을 활용한 것이다.
이탈리아에 있는 ‘네모의 정원’. 해저에 만든 투명돔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사진 오션리프그룹]
공상과학 영화에서 상상으로 그렸던 수중 농장도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놀리에 있는 ‘네모의 정원’(Nemo’s garden)에서는 수심 8m의 해저에 만든 5개의 투명돔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투명돔은 빛 투과율이 높고, 일정 온도 유지가 가능하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식량을 재배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경작할 방법을 찾아보고자 만들어진 것이다.

이미 사물인터넷(IoT)이나 빅데이터 기술의 활용은 상용화했다. 농작물·가축이 최적의 상품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빛과 온도·토양상태·습도 등을 최적화하는 ‘스마트팜’이 대표적인 예다. 클라이밋 코퍼레이션의 ‘필드뷰’ 서비스는 농기계와 농경지 곳곳에 센서를 부착하고 여기서 획득한 다양한 데이터를 기후정보와 결합하여 지역별로 알맞은 농사법을 추천한다. 농부들은 트랙터를 운전할 때는 태블릿PC로 접속하고, 걸어서 농장을 둘러 볼 때는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사무실이나 집에서는 데스크탑을 통해 필드뷰 플랫폼에 접속해서 날씨와 토양상태, 작물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의 농기계 업체 존 디어의 존 스톤 개발담당 부사장은 “IT·과학기술을 이용해 많은 것을 자동화할수록 농부들은 더 많은 돈을 벌고, 지속 가능한 생산이 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애그테크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애그펀더’에 따르면 전 세계 애그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13년 21억달러에서 지난해 169억달러(약 20조원)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전년 대비 43.2%나 늘어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투자가 늘고 있다.
전세계 애그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자료: 애그펀더]
그러나 한국의 애그테크는 기술 수준뿐 아니라 활용도 면에서 선진국과 격차가 있다. 농민단체의 반대로 과거 LG CNS가 새만금 스마트팜 단지 조성 사업을 철회하고, 동부팜한농이 유리온실을 이용한 수출용 토마토 생산을 포기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쉽지 않다. 농식품부와 경남도는 밀양시 삼랑진읍 일대에 스마트팜혁신밸리를 조성해 애그테크를 키우려고 하지만, 전농부산경남연맹 등의 거센 반발이 걸림돌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스마트팜 기술은 지금은 선진국과 4년 정도 기술 격차가 있지만 2년이면 극복할 수 있다”며 “초기에는 대형 자본이 필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생산 체계를 대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팜의 주체는 농민이라는 게 정부의 일관된 원칙”이라면서 “스마트팜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기존 농민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루리버 테크놀로지의 ‘레티스봇’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잡초를 0.02초만에 골라낸다. [자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해외 농업 빅데이터 활용 현황’(여현 순천대 교수)]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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