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임' 김봉현 "문무일·김오수에게 로비" 체포 前 녹취록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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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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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이강세와 친구 맞지만 총장 재직 중 만난 적 없어"
김오수 "김봉현 알지도 못해…나를 왜 언급하나"
"검찰 친구가 (해외) 나가라고 한다"


시사저널은 '라임자산운용펀드(라임) 사태'로 구속기소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체포되기 전 최측근과 통화한 녹취록을 단독 입수했다. 통화 녹취는 김 전 회장이 도주 중이던 올해 3월20일과 체포되기 3일 전인 4월20일에 이뤄졌다. 김 전 회장이 최근 공개한 옥중편지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이 녹취록은 체포 전 김 전 회장의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을 보여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녹취록에는 △체포 전 여당 정치인에 대한 선택적 폭로 △여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 △도주 중 검찰 측에게 도움을 받은 정황 및 검찰 로비 △산업통상자원부 로비 등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시사저널은 이를 연속 보도한다. 

김 전 회장의 체포 전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광주MBC 사장 출신인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고려대 인맥과 법조 브로커를 통해 문무일 전 검찰총장과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에게 로비를 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체포 전인 지난 3월경 최측근 A씨에게 이와 같은 내용을 언론에 흘리라고 지시했다. 

김봉현 : (이강세 전 대표의) 고려대 인맥이 누구누구냐면 저, 저 뭐냐 문무일 (검찰)총장. 응? 고대.

A씨 : 예.

문무일 전 검찰총장(왼쪽)과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문 전 총장(재임기간 2017년 7월~2019년7 월)과 이강세 전 대표는 고려대는 물론 광주 무진중학교 동기다. 김 전 회장의 또 다른 측근인 B씨는 지난 3월경 시사저널에 "문 전 총장이 검찰총장에 선임되기 전, 친구인 이강세와 필리핀 클락의 리조트에 여행을 갔는데 그 비용을 김 전 회장이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해외-필리핀 클락 리조트에 여러 번 갔는데 접대 목적-문무일 총장, 고○○ 2명"이라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문 전 총장은 "이강세 전 사장과 친구 사이인 것은 맞지만 총장 재직 후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면서도 필리핀 여행과 관련해서는 "직접 출입국관리기록을 확인해보라"며 확답을 피했다(10월30일자 "[단독] '이강세 로비명단'에 등장하는 문무일 전 총장" 기사 참조)

김봉현 : 아 이번에도 저 라임 일도 광주에 고○○이라고 있어, 고○○.

A씨 : 예.

김봉현 : 검찰 브로커야, 걔. 걔 통해서, 김오수 차관하고 그 고○○하고 굉장히 막역해. 그러니까 그 문무일, 고○○ 라인 통해서 검찰 일을 계속 본 거야. 나한테(내가) 돈 주면 계속 받고. 그리고 저 뭐야 저 선거 때 그러니까, 이번 인사 때도 뭐냐 고○○이 통해서 검찰에 인사를 또 청탁 할라고 했어. 김오수하고 통화한 근거도 있어. 뭐 이제, 이제 법무부 차관.

김 전 회장은 검찰 브로커 고씨를 통해 "검찰 일"을 처리했고, 심지어 "라임 일"도 개입한 듯한 말을 했다. 또한 김오수 전 차관(재임기간 2018년 6월 ~ 2020년 4월)에게 인사 청탁을 했으며, 김 전 차관과 통화한 '근거'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측 관계자는 '김 전회장이 체포 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문 전 총장·김 전 차관 로비에 대해서 진술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의에 "공보 규칙상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문 전 총장, 김 전 차관에 대한 로비에는 광주 출신인 듯한 고씨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차관은 "황당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 전 차관은 "고씨는 (나와) 검찰 동기인 이○○변호사의 중학교 동기다. 이 변호사의 소개로 만난 사이"라면서 "그러나 10년 동안 만난 적도 전화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봉현이라는 사람은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나를 왜 언급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봉현 : 여기서 버티다가 걸리면 진짜 인생이 X되는 것 같애. 지금 얼마 전부터 형 검찰 친구가 지금 더 급해갖고 난리를 치더라고. 

김봉현 : 나가라고. (검찰 친구가) 이 상황에 지금 걸리면 인생 거덜 나는디, 걸려야겠냐고 난리를 쳐야(치더라), 형한테. (검찰 친구가) "잠이 안 온다고, 니 생각만 하면"(이라고 하더라) 응?

A씨 : 예.

김봉현 : 나가서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애.

김봉현 : 형 나가면 신분증, 지금 형 신분증 벌써 만들기 시작했다. 여권도.

A씨 : 예.

김봉현 : 형 먹히면 니 것도 만들 거니까. 나가면 어쨌든 신분세탁을 해 갖고 돌아다녀야지.

김 전 회장은 "검찰 친구"가 해외 도주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여권과 신분증 위조를 통해 해외에서 신분세탁을 할 생각도 드러냈다. 이 통화녹취가 이뤄진 시점은 김 전 회장이 검거되기 3일 전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은 10월21일 옥중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최초 라임 이종필 부사장 도피 당시 때부터 검찰 관계자들에게 도피방법 등 권유와 조력을 받았습니다(당시 검찰 수사팀의 추적 방법 등). 일도이부삼빽(걸리면 도주하고 잡히면 부인하고 그래도 안되면 백그라운드(빽)를 쓴다)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용어를 써가며 도주를 권유했습니다. 라임수사 관련 사항들이 검찰 관계자를 통해 생생하게 내 앞에서 전화기로 생중계 됐습니다."

김 전 회장은 체포 후 녹취록과 다른 주장들을 여럿 하고 있다. 여당 정치인 로비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도주 중 검찰 관계자의 도움을 받은 부분에서는 말을 바꾸지 않았다. 

유지만·조해수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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