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이 아니라 ‘유보’라는 전북, 그래도 이상하네…

입력2020.07.01. 오전 11:09
수정2020.07.01. 오전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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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프로축구 선수의 이적은 대단히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돈이든 기회든 어떤 이유에서든, 지금보다 나은 조건이라면 옮기는 게 옳다. 보다 ‘잘 살고’ 싶은 욕구는 그 어떤 본능보다 더 본능적이다. 프로축구 구단의 스폰서라는 것도 다르지 않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있으면 받아들이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는 걸 포기한 구단이 있다. 더 할 나위 없이 잘 사는 것 같은 전북 현대가 그 주인공이다. 이상한 건 아무리 잘 살고 있어도, 더 잘 살 수 있는 기회를 별다른 이유 없이 포기했다는 점이다. 더 행복할 수 있는 권리, 전북이 그 권리를 포기한 이유는 뭘까?

전북은 최근 아디다스의 스폰서 제의를 거절했다. (전북 구단 관계자는 거절이 아니라 결정 유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전북을 잡으려 공을 들였다. 그간 K리그 팀에 후원하지 않는다는 본사 방침이 바뀌면서 시장에 뛰어들었고, 전북과 또 다른 한 팀을 정해 협상해 왔다.

당연히 전북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K리그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가장 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한 전북을 잡는 건 아디다스에 당연한 일이었다. 일부 구단이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그건 아디다스의 직접 후원은 아니다. 쉽게 말해 해당 구단이 구매해서 입는 형태다.

그러나 전북은 달랐다. 계약 기간도 기본 5년에 전북이 원할 경우 5년을 연장할 수 있는 10년짜리다. 10년 장기 계약은 어지간한 믿음과 확신이 없으면 하기 어렵다. 연간 후원 금액도 국내 프로축구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최상이었다. 현물만 후원하는 게 아닌, 현금까지 후원하기로 한 것이다. 계약 기간과 계약 금액 모두 국내 최고였다. 국내 최고라는 건 현재 전북의 스폰서인 험멜을 뛰어 넘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의 선택은 “No”였다. 이유가 뭘까?

전북 홍보 팀장은 이 사안에 대해 두 가지 답변을 내놨다. 우선 ‘거절’한 건 아니라는 거다. 홍보 팀장은 “거절한 건 아니다. 내년 초까지 결정을 유보해 달라는 거였다. 아디다스와도 그렇게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정하지 않은 건 험멜과 계약 기간이 올해까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연찮음은 가시지 않는다. 험멜과 올해 계약이 끝나면 아디다스와 계약을 미룰 이유가 더 없다. 아디다스의 제안이 파격적이고 놓칠 수 없는 것이라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 데드라인을 넘기면서까지 답변을 유보한 건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는 추론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 이유는 험멜과의 의리다. 이미 잘 알려진 얘기지만 전북과 험멜의 동행은 길었고 아름다웠으며 특별했다. 둘의 인연은 2007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철근 전 전북 단장이 재직하던 때, 전북은 시즌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스폰서였던 푸마로부터 용품을 후원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푸마는 내부 방침으로 전북과 맺은 스폰서 계약을 철회했고, 당연히 유니폼을 비롯한 용품 후원에서 발을 뺏다. 전북으로서는 돈을 주고 사서 유니폼을 입어야 할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그때 전북에 손을 내민 게 험멜이었다. 험멜은 전북의 딱한 사정을 듣고 용품 후원을 약속했고, 전북은 그 고마움을 배신할 수 없어 험멜과 오랜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이후 전북은 모기업 현대자동차의 적극적 투자와 최강희 전 감독의 리더십으로 승승장구했을 때도 험멜의 손을 놓지 않았다. 자신들이 어려웠을 때 손을 내민 친구를 배신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의 제안이 수없이 들어와도 험멜 손을 놓지 않았다. 실로 아름다웠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관계라도 현실 앞에선 힘을 잃는다. 서두에 언급했듯, 원 클럽 맨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선수가 여러 이유로 이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게 자연스럽다. 더 잘 살고 싶은 욕망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북은 장사를 잘 하는 구단으로 소문나 있다. 선수를 사고팔며 돈을 벌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구단이다. 그런 전북이 더 많은 돈을 받고, 더 좋은 환경에서 축구할 수 있는 걸 포기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 본디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지려 노력하는 것이기에 전북의 이번 선택은 쉽게 수긍가지 않는다.

과연 전북이 의리 때문에 아디다스가 내민 손을 잡지 못하고 망설이는 걸까? 아니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제안을 뿌리칠 만큼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 걸까. 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건 전북밖에 없다. 전북이 궁금증에 대해 명쾌한 답을 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쓸데없는 오해가 쌓이지 않는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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