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서 ‘중남미 우파 물결’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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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4.03. 오후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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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좌파 여당 모레노 승리 “그래도 복지”

에콰도르 대선 결선투표에 나선 집권 국가연합당의 레닌 모레노 후보가 2일 수도 키토에서 선거 승리 선언을 하며 브이(V)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키토=EPA 연합뉴스


에콰도르 국민이 다시 한번 좌파에 희망을 걸었다. 2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복지’를 대변하는 라파엘 코레아 정권의 후계자 레닌 모레노(64)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

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집권여당인 국가연합당 모레노 후보는 51.1%를 득표해 48.9%를 얻은 중도우파 기회창조당(CREO)의 기예르모 라소(62) 후보를 누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96% 개표 결과 2%포인트 이상의 격차가 벌어져 모레노 후보가 당선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수도 키토에서 열린 선거 기념행사에서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 호르헤 글라스 부통령과 함께 무대에 올라 지지자 수천명을 향해 “평화와 화합 속에 함께 일하자”며 승리를 선언했다.

모레노 후보의 당선은 무너져 가던 좌파 정권에 유권자들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코레아 정권에서 부통령(2007~2013)을 지낸 그는 현 정권의 복지 철학을 그대로 계승한 인물이다. 코레아 행정부는 2000년대 초 고유가 시기 마련한 보편 복지ㆍ재분배 정책을 저유가 위기에도 무리하게 유지하다 국가 경제를 나락에 빠뜨렸다. 이에 친기업ㆍ긴축 재정을 표방한 라소 후보가 급부상했으나 표심은 결국 좌파정권의 손을 들어줬다. 투표 직전 “라소 후보가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49곳을 소유하고 있다”는 언론의 스캔들 폭로도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모레노 후보의 승전보에 중남미 좌파 진영도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최근 아르헨티나, 페루, 브라질 좌파 정권이 잇따라 권력을 내주면서 ’핑크 타이드(온건 사회주의 물결)’로 불린 중남미 사회주의 실험이 사실상 막을 내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져 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모레노의 승리가 확정되면 에콰도르는 중남미 좌파의 최후 보루로 명성을 굳힐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박빙으로 나타난 개표 결과 탓에 야당의 불복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라소 후보는 “여론조사기관 3곳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내가 최소 6%포인트 차로 승리했다”고 주장하며 재검표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라소 후보 지지자 수천명도 이날 밤 선관위 본부 앞에 집결해 “우리는 사기가 아닌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후안 파블로 포조 선관위원장은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며 재검표 가능성을 일축해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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