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엔테크]'경량화 소재'로 다이어트 중인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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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4.09. 오후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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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에서 경량화는 오랜 과제 중 하나다. 차 중량이 무거워질수록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연비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배출가스 등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배터리를 탑재해 내연기관차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는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차량 경량화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경량화의 핵심은 소재 기술이다. 구조나 생산 공법 개선을 통해 소재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소재 자체를 바꾸는 것이 경량화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차체와 주요 부품들은 대부분 강철로 만들어져 왔다. 단순하게 생각해 무거운 철을 다른 소재로 대체하면 차량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가볍기만 한 것이 능사가 아니다. 강도·내열성·내마모성·난연성·경제성·성형·가공의 용이성 등 까다로운 조건까지 만족시켜야 한다.

경량화 소재로 가장 흔한 건 철과 같은 금속인 알루미늄 합금이다. 알루미늄 합금은 동등한 강성을 지닌 강철에 비해 30% 가량 가벼워 자동차의 차체부터 엔진 부품, 서스펜션 링크 등에 적용되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제작 단가가 높아 일부 세그먼트나 부품에만 부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도 유명한 경량화 소재다. 알루미늄보다 가벼우면서 철보다 높은 강도를 자랑한다. 문제는 강철 대비 5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상용화가 쉽지 않다. 업계에선 '꿈의 소재'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스포츠카 등 고가 자동차에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각광받는 경량화 소재로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꼽을 수 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인 유리섬유강화 플라스틱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뛰어난 경량화 효과를 발휘하는 소재다.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플라스틱 매트릭스에 유리섬유를 더해 강철과 동일한 강성을 낼 때 무게는 약 65% 수준에 불과하다.

아우디 A8의 독립형 뒷좌석에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적용됐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적용된 아우디 A8의 뒷좌석 시트 쉘.

아우디의 플래그십 세단 'A8'의 뒷좌석 독립형 전동 시트에는 독일계 특수화학기업 랑세스가 만든 연속섬유 강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테펙스'가 적용됐다. 테펙스를 적용한 시트쉘은 금속으로 만든 동일 디자인 부품 대비 45% 가벼우면서도 충돌 시 뛰어난 기계적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기능부품을 통합해 한 번의 공정으로 제조할 수 있어 비용효율적인 양산이 가능하다.

테펙스 다이나라이트가 적용된 메르세데스-벤츠 GLE의 프론트-엔드 서포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적용 분야는 꾸준히 넓어지는 추세다. 랑세스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테펙스 다이나라이트'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 SUV인 'GLE'의 프론트 엔드 서포트에 적용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브레이크 페달, 엔진 실린더 헤드커버, 에어백 하우징, 엔진오일 및 기어박스 오일 팬 등이 다양한 자동차 부품들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금속을 대체하는 중이다.

플라스틱 뿐만 아니라 피혁 가공 기술도 자동차 경량화에 기여한다. 마이크로 캡슐을 이용한 랑세스의 혁신적 피혁 가공 기술인 'X-라이트(X-Lite)' 기술은 자동차 시트에 들어가는 가죽의 무게를 최대 20%까지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죽 사이 사이에 마이크로 캡슐을 주입 후 열처리를 가하면, 캡슐이 최대 40배까지 팽창해 가죽의 느슨한 부분이나 빈 곳을 균일하게 영구적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그 동안은 경량화가 중요한 항공기에 주로 적용되어 왔지만, 자동차로는 최초로 BMW i8 자동차 시트에 적용되면서 자동차 경량화 소재로 그 적용 분야가 점차 확대되는 중이다.

전세계 화학 및 소재 기업들은 자동차를 위한 합리적 가격의 경량 소재 개발에 지속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경량 케이블 필름, 볼트나 리벳을 대신할 수 있는 구조접착제, 고무 대비 30%가량 무게 절감이 가능한 탄성실링재, 타이어 중량 감소를 위해 사용되는 슈퍼섬유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에도 경량화가 진행 중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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