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단체 '케어', 학대 동물 구조한 뒤 보호소 비좁다며 '안락사'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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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1.11. 오후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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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 ‘케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1일 올라온 입장문.

국내 유명 동물보호단체인 ‘케어’가 보호소 공간 부족을 이유로 4년여에 걸쳐 구조한 동물 중 수백여 마리를 안락사시켰다는 증언이 나왔다. 내부 직원의 폭로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케어 측은 안락사는 일부 ‘불가피한 경우’에만 시행됐다고 밝혔다.

케어는 11일 ‘이제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했다.

케어는 이 글에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학대되거나 방치된 뒤 구조한 일부 동물들에 대한 안락사를 진행했음을 인정했다. 이 단체의 박소연 대표는 그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11년 이후 안락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해 왔지만 안락사가 꾸준히 있었다는 내부 고발이 나오자 말을 바꾼 것이다.

이 단체는 “2011년 이후 안락사를 하지 않았으나 2015년경부터는 단체가 더 알려지면서 구조 요청이 더욱 쇄도했다”며 “심각한 현장들을 보고 적극적인 구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리고자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동물들은 극한 상황에서 여러 이유로 결국에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밝힌 안락사 기준은 심한 공격성으로 사람이나 동물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경우, 전염병이나 고통ㆍ상해ㆍ회복 불능의 상태, 고통 지연, 보호소 적응 불가한 신체적 상태 및 반복적인 심한 질병 발병 등이었다.

케어는 “많은 수의 동물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 위해 치료 등 노력을 해왔고 엄청난 병원 치료비를 모두 감당한 후에도 결국 폐사되거나 안락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런 이유로 불가피하게 소수의 동물들에 대해 안락사를 시행했고 결정 과정은 회의 참여자 전원의 동의 하에 동물병원에서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단체에서 근무했던 내부 직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케어의 전·현직 직원들이 뉴스타파 등 일부 언론에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케어가 4년여에 걸쳐 안락사한 동물은 200여 마리에 달하며, 안락사의 기준 역시 질병이나 공격성 등 합당한 이유가 아니라 ‘보호소 공간 부족’이었다.

개농장 등에 대한 대규모 구조 활동을 벌여 단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결국 보호소 과밀로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한 안락사를 은밀하게 시행했다는 것이다.

케어가 2016년 8월 충남 서산에서 구조한 투견 11마리 중 7마리를 구조 2개월 만에 안락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산 투견 구조는 당시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그 과정이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케어는 방송을 통해 구조된 투견이 미국으로 입양을 갔다고 밝혔지만 거짓이었다.

케어 박소연 대표는 ‘동물권 운동가’로 이름을 알렸지만 과거에도 동물 안락사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박 대표는 2011년 동물보호소에서 다른 개들이 보는 가운데 진돗개 20마리를 안락사시킨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경찰 수사를 받았으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2002년 동물사랑실천협의회로 출범한 케어는 2017년 기준 연간 후원금만 19억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적인 동물권 단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한 유기견 ‘토리’를 보호해온 단체로 이름을 알렸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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